오르세 미술관: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반 고흐 - 그의 마지막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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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Orsay: Van Gogh à Auvers-sur-Oise - Les derniers mois
2023년 10월 3일부터 2024년 2월 4일까지
2023년 가을 오르세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생의 마지막 두 달 동안 제작한 작품들을 최초로 소개한다. 이 전시회는 예술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대한 오랜 연구의 정점이며, 대중이 고흐의 작품을 진정한 차원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전시회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및 오랑주리 공립 박물관과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주최한다.
지난 봄,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 고흐의 전시실을 구경갔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오베르의 반 고흐.”라는 특별전을 위해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박물관으로 출장(?)을 나가 있었다. 얼마 후 암스테르담으로 바캉스를 떠났는데, 속으로 ‘잘됐다, 이왕 네덜란드에 간 김에 반고흐 뮤지엄에 가서 특별전을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빈센트 반 고흐의 인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했다. 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은 관객은 현장 입장을 할 수 없었고, 예약 가능한 날짜도 1주일치가 이미 다 마감되어 있었기에 전시를 못보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드디어 파리에서 볼 수 있게 된 나와는 사연이 있는 전시다.
빈센트 반 고흐는 1890년 5월 20일 오베르 쉬르와즈에 도착하여 7월 29일 자살 시도 후 그 곳에서 사망했다. 그가 오베르에 머무른 기간은 두 달 남짓에 불과했지만, 이 시기에 새로운 상황으로 인한 심리적 긴장감과 함께 자신만의 스타일과 발전으로 예술적 부흥기를 맞이했으며,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켰다.
사실 내가 이렇게 고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작년에 오베르 쉬르 우아즈 라는 고흐가 그의 생을 마감하며 살았던 마지막 동네를 산책하며 그의 마지막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를 진행했었는데, 이를 위해 한동안 고흐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했다. “1853년 네덜란드 준테르트에서 개신교 목사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내성적인 소년이었습니다.”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오베르 쉬르 우아즈 밀밭에서 자살 시도를 하며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까지 그의 일생을 쭉 다뤄보았는데, 참 알면 알수록 안타까운 비운의 화가이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동네 풍경
아를과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겪은 여러 가지 위기로 큰 충격을 받은 반 고흐는 새로운 창작의 원동력을 찾기 위해 파리와 동생 테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심한다. 오베르에는 우울증 치료 전문 의사이자 인상파 화가들의 친구이자 수집가,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던 가셰 박사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반 고흐는 마을 중심부인 라부 여관에 정착하여 자신에게 펼쳐진 새로운 세상의 모든 면을 탐구하는 동시에 위기, 건강, 동생과의 관계, 예술계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관련된 많은 고민을 안고 씨름했다. 전시장에서도 그의 걸작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과 편지도 볼 수 있는데, 그의 예술 뒤에 숨겨진 내면의 고뇌와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버전으로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서간집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본다면 고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인 이 시기만을 다룬 전시는 아직 없었기에 이번 전시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최초의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의 전시! 두 달 동안 화가는 '의사 폴 가셰', '오베르 쉬르 오아즈', '까마귀 나는 밀밭' 등 상징적인 작품을 포함해 74점의 회화와 33점의 드로잉을 제작했다. 약 40점의 회화와 20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마을을 묘사한 풍경, 초상화, 정물화 등 테마별로 이 시기를 조명한다. 또한 반 고흐의 작품에서 독특한 길쭉한 이중 사각형 형식의 그림 시리즈도 선보인다.
반 고흐는 삶과 세상을 강렬하게 경험했고 그의 예술이 불안, 고통, 사랑, 희망과 같은 삶의 위대한 주제를 묘사하기를 원했다.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예술가의 지속적인 흔적을 따라갈 수 있다. 게다가 고흐 특유의 붓터치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도록 뮤지엄 측에서 전시 캡션에 디테일을 넣어 주어 전시의 재미를 더했다.
특별전 아트샵에서는 반 고흐가 사후 어떻게 오늘날의 중요한 대중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의 예술적 열정과 치열하게 살다가 비극적 삶을 느껴볼 수 있어서 괜시리 마음이 시렸다. 그의 작품이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세상에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반 고흐의 희망은 실현되었고 오늘날까지 전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행복한 화가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