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집: 프랑수아 쉬플라르 - 반항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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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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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집: 프랑수아 쉬플라르 - 반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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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7일부터 2025년 3월 23일까지
La Maison de Victor Hugo : François Chifflart - L'insoumis  

 

빅토르 위고의 집은 그가 1832년부터 1848년까지 실제로 거주했던 파리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의 아파트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위고의 삶과 예술을 기리는 공간이다. 위고가 레 미제라블의 일부를 집필하고 창작 활동을 펼친 장소로, 문학적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원고, 삽화, 유물, 초상화,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은 위고와 관련된 예술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어 위고의 문화적 유산을 계승하고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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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이번 특별 전시에는 프랑수아 쉬플라르(1825-1901)의 회고전을 중심으로 17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수아 쉬플라르는 생토메르(Saint-Omer)에서 태어나 파리의 미술학교(École des Beaux-Arts)에서 공부했다. 그는 아카데미즘(정통 예술 교육)과 당대 권력에 반기를 든 독립적이고 반항적인 태도로 인해 체제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1851년 로마 대상(Grand Prix de Rome)을 수상한 이후에도 권위와 관습에 도전하는 정신 때문에  세속적 성공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예술 경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길을 걸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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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쉬플라르는 뛰어난 에칭 작가(aquafortiste)로서 에칭과 언론 매체 삽화를 통해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19세기 판화 부흥에 기여했다. 역사화의 주제와 야망에 여전히 매달렸던 그의 회화는 동시대의 빅토르 위고, 테오필 고티에, 샤를 보들레르와 같은 이들에게는 찬사를 받았다.   쉬플라르는 위고의 문학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위고를 존경하는 예술가로서 그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했다. 오늘날에는 위고의 작품에 가장 깊이 있게 몰입한 19세기 후반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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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위고의 열렬한 팬이었던 쉬플라르는 1867년 바다의 일꾼들 (Les Travailleurs de la mer) 삽화 전면 작업을 맡게 된다. 쉬플라르는 그레넨지에(Guernesey)로 가서 위고를 만나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후에도 위고의 주요 작품들에 삽화를 그렸는데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Dame de Paris)와 세기의 전설 (La Légende des siècles)과 같은 위고의 문학 작품을 그림으로 재현하며 위고의 문학적 세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그의 드로잉과 에칭은 위고의 작품에서 다뤄진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요소들을 강렬하게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쉬플라르는 위고의 문학적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사와 서정적인 숨결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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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빅토르 위고의 집은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를 통해 매번 흥미로운 주제를 제안하며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프랑수아 쉬플라르 전시는 위고와 동시대를 살며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담아낸 예술가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쉬플라르의 섬세함과 강렬한 드로잉을 직접 마주하며 그의 창작 과정과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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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다만, 박물관의 소규모 전시 특성상 작품의 배치나 설명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있어 큰 기대를 품고 방문한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고와 그의 예술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전시는 문학과 예술의 융합을 탐구하고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어 아주 의미있는 기획전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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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얼마전 관람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느꼈던 감동이 이번 전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위고의 작품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회적 갈등과 인간 내면의 고통을 담은 쉬플라르의 작품들은 마치 뮤지컬에서 들었던 노래처럼 인간의 고뇌와 희망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위고가 항상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주제를 시각적으로 확장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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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Maison de Victor HugoPhoto: Han Jiso
 

또한 최근 재개관한 노트르담 드 파리 성당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보니, 쉬플라르의 노트르담 삽화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사랑, 고난, 용서의 상징으로서 노트르담이 지닌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쉬플라르가 위고의 글을 바탕으로 그린 성당의 모습은 오늘날 복원된 성당을 보기 전에 마치 역사와 문학, 예술을 통해 그 공간에 대한 감각을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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