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건축 문화재 단지 - 백화점의 기나긴 역사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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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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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건축 문화재 단지 - 백화점의 기나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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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 : La Saga des grands magasins

2024년 11월 6일부터 2025년 4월 6일까지


 


파리 건축 문화재 단지는 트로카데로에 위치한 건축과 문화유산을 다루는 중요한 박물관으로, 건축의 역사와 현대적 발전을 탐구하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건축의 창조 과정, 환경 문제, 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예술적, 문화적 차원에서의 건축을 심도 있게 조명하고 있다. 박물관의 외관은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하여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내부 공간은 넓고 개방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편안함과 함께 전시에 대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건축 디자인과 에펠탑의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만큼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중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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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노트르담 드 파리, 건축가에서 복원가 까지 (Notre-Dame de Paris, des bâtisseurs aux restaurateurs)> 전시는 박물관 상설전에 있으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그 역사, 그리고 건축 과정을 재조명한다. 대성당의 건축부터 현재 진행 중인 복원 작업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들을 다루고 있다. 2019년 4월 15일에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복원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150개국 34만 명의 기부자들 덕분에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20년 7월, 국가 문화유산 및 건축위원회에 제시된 복원 계획은 만장일치로 승인되었고 대성당의 원형을 충실히 재현하고 사용되는 재료의 진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복원 작업은 파리와 프랑스 전역의 수많은 작업장들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건축가, 장인, 엔지니어, 연구자들이 모두 협력하여 대성당을 재건하고 있다. 올 겨울 전 세계의 신자들과 방문객들에게 다시 개방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쯤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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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현재 건축 재단에서는 파리 유명 백화점들의 역사와 발전을 다룬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백화점들의 건축적, 상업적, 문화적 변천사를 소개하며 파리 상업 중심지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새로운 소비 방식에 맞춰 설계된 눈부시면서도 실용적인 독특한 건축물들의 탄생과 그 건축물이 현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전시이다. 1852년부터 현재까지 프랑스와 해외의 백화점 역사도 소개한다. 150년 넘게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유럽전역의 건축 양식을 살펴볼 수 있다. 백화점의 건축적, 경제적, 사회적, 예술적 질문들이 어울어진  미공개 소장품을 포함한 약 300점의 다양한 원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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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먼저 1850년부터 1930년까지를 백화점의 황금기로 본다. 교통과 산업의 급격한 발전, 그리고 도시화는 제2제국 시대에 상업의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상업 장르인 백화점을 탄생시킨 것이다. 웅장한 건축과 환상적인 장식으로 꾸며진 백화점들은 혁신적인 판매 방법과 상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중산층 고객에게 ‘쇼핑’이라는 새로운 소비를 이끌었다. 백화점의  상업 전략은 구매 행위는 즐거움과 오락의 개념을 동반한 감각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도시에서도 소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백화점은 당시 수많은 직원들이 일하는 곳으로 벌집에 비유되었는데 남녀 직원들은 창립자인 백화점 사장의 눈에 띄게 일을 했고 사장은 직원들을 감독하고 기업 내 규칙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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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전간기 동안 백화점들은 사치와 품격, 삶의 즐거움을 상징했으나 슈퍼마켓(1957)과 대형 마트(1963)의 등장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돌입하고, "판매 기계" 로 변모하게 된다. 백화점들은 효율성을 위해 공간을 재구성하고, 마케팅 이론에 따라 고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의 개성은 점차 사라지고 표준화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패션 및 디자인 아이템을 전시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 파동은 백화점들의 수익성 추구에 한계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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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1970년대 경제 위기 이후, 백화점들은 대형 마트들의 급성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확장세가 갑자기 멈추게 된다. 백화점들은 대중 소비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많은 역사적인 백화점들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1980년부터 백화점들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원래의 상업적 독창성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를 위해 건축적 정체성을 재조명하여 백화점을 소비의 성전에서 감동의 성전으로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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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1990년대 중반, 온라인 쇼핑의 등장과 세계화는 백화점들의 전통적 기준을 다시 한번 변화시키게 된다. 디지털 혁명과 21세기 전자상거래의 성장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고, 백화점들은 방문객들이 단순히 쇼핑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재창조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현재 백화점은 경험과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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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백화점의 역사는 단순히 소비를 위한 공간을 넘어 한 시대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거대한 장치였다. 백화점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시작되었고 물건을 사는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속에서 '쇼핑'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 경제적 풍경을 그려갔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마치 그 시절의 백화점에 온 듯한 기분을  잠시나마 느끼며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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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각 시대마다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해 온 백화점의 모습을 보며 시대별 사람들의 소비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소비 사회의 뿌리까지 들여다 보는 기회를 얻었다. 다만 1919년이라 하면 한국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독립운동의 절박한 외침이 울려 퍼졌던 해인데, 프랑스의 대도시에서는  그때 이미 화려한 백화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자본주의의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니 뭔가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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