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공예 박물관: 탄소 발자국, 전시!
본문
2024년 10월 16일 - 2025년 5월 11일
Musée des Arts et Métiers : Empreinte carbone, l'expo !
기술 공예 박물관은 기술과 산업 혁신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기술 박물관 중 하나이다. 1794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신부이자 과학자였던 앙리 그레고아(Henri Grégoire)가 유용한 기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원래는 프랑스 국립기술공예원(Conservatoire National des Arts et Métiers, CNAM)의 연구 및 교육을 위한 공간이었다. 이후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기술과 공학, 산업 발전의 역사를 조망하는 주요 문화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박물관은 80,000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2,500여 점이 상설 전시된다. 산업혁명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기술적 혁신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계, 도구, 발명품이 전시되어 있다. 과학 장비, 통신, 건축, 에너지, 기계, 운송, 재료 가공 등 7개 주요 분야로 나뉘며 각각의 섹션에서 해당 기술의 발전 과정과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의 발명품과 기계가 많아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주요 소장품으로는 레옹 푸코(Léon Foucault)의 진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의 계산기, 최초의 자동차 중 하나인 퀴뇨의 증기 자동차(Fardier de Cugnot) 등이 있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지속 가능한 기술과 미래 혁신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박물관은 다양한 특별 전시, 워크숍, 강연을 통해 과거의 기술적 성취를 조명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가 직면한 과학·기술적 도전 과제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탄소 발자국을 주제로 한 특별 전시가 열리는데 우리의 일상과 환경의 관계를 깊이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탄소 발자국은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앞두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탄소 발자국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해를 깨고 그 원리를 탐구하며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고민하게 한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적 변화 속에서 지난 200년간 인류의 탄소 발자국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기여한 화석연료 사용의 확산과 산업 발전을 이끈 기계 및 기술들이 소개된다. 더불어 오늘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재해석되고 있는 기술과 혁신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기술과 프로토타입이 추가로 전시되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탄소 기계 (La Machine Carbone) 섹션에서는 탄소 발자국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술적 사물들의 탄소 발자국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한다. 제품의 생애 주기(제조, 운송, 사용, 폐기)를 따라가며 탄소 배출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냉장고나 기차 같은 익숙한 물건뿐만 아니라 샴페인 병 틀이나 광산 시설 모형과 같은 독특한 전시품도 소개되어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했던 탄소 배출 요인들을 알아본다.
사용의 톱니바퀴 (L’Engrenage des Usages)에서는 우리의 소비 습관과 필요, 그리고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이 탄소 발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특히 ‘식생활’이라는 보편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주제를 통해 방문객들이 일상 속에서 탄소 배출을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마지막 해결책의 공장 (La Fabrique des Solutions) 섹션에서는 현재 검증된 기술부터 개발 중이거나 아직 가설 단계에 있는 다양한 해결책을 살펴본다. 방문객들은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한 전시의 마지막에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이 전시회와 관련 활동들은 박물관의 과학 기술 문화 보급 사명의 일환으로 대중이 기후 문제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에 대한 개념을 쉽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큰 공감을 주었다. 그래픽 디자인과 텍스트를 활용해 복잡한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하며 탄소 발자국의 원리와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잘 전달했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특히 전시 공간에서 제공되는 바코드 스캔을 통해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볼 수 있는 경험은 큰 흥미를 유발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코드를 스캔하고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험으로 충격이 바로 체감되었다. 우리 손에 들려있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간 무심했던 소비 행위를 반성하게 되었다.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Photo: Han Jisoo
하지만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 약간의 모순적 요소를 발견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이 스탬프를 찍어 가기 위해 사용한 종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며,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전시에서 그런 작은 낭비가 발생하는 점은 아이러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사람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지면서 실생활에서의 작은 변화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 소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