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세계 연구소: 클레오파트라의 신비//가자에서 구해낸 보물 – 5000년의 역사//글쓰기인가, 서예인가 — 아랍 알파벳의 예술적 승화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본문 바로가기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633_4636.jpg
 


아랍 세계 연구소: 클레오파트라의 신비//가자에서 구해낸 보물 – 5000년의 역사//글쓰기인가, 서예인가 — 아랍 알파벳의 …

본문

2025년 6월 11일 – 2026년 1월 11일// 

2025년 4월 3일 – 11월 2일// 2025년 2월 5일 – 9월 21일


Institut du Monde Arabe (IMA) : Le mystère Cléopâtre//Trésors sauvés de Gaza - 5000 ans d'histoire//Écrire ou calligraphier ? L'alphabet arabe sublimé


아랍 세계 연구소는 프랑스 파리의 센 강변에 위치한 문화기관으로, 아랍 세계의 역사, 예술, 문화, 과학을 유럽과 전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 전시뿐만 아니라 강연, 공연, 학술연구,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랍 세계의 현대성과 전통을 동시에 조망하고 문화 간 이해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축물은 1980년대 후반에 장 누벨(Jean Nouvel)과 건축팀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남측 파사드(외벽)의 금속 격자창이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각 금속 패널 안에는 실제로 카메라 조리개(다이어프램) 같은 장치가 들어 있고, 빛의 세기에 따라 열리고 닫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햇빛에 따라 내부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를 조절하게 된다. 바깥의 패턴과 빛이 마치 그림자처럼 공간 전체에 투영되어 예술적 경험과 건축적 장치를 느낄 수 있는 독창적 공간이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74_1582.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647_3412.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현재 아랍 세계 연구소에서는 역사 속 위대한 여성 인물인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를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전설에서 출발해 열정과 죽음, 관능과 잔혹, 부와 전쟁, 정치와 페미니즘이 뒤섞인 클레오파트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예술가들은 세월을 거쳐 어떻게 그녀를 작품 속에 담아왔는지, 그리고 왜 오늘날까지도 매혹적인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시에서는 루브르,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궁전을 비롯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주요 박물관, 그리고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의 여러 기관에서 엄선된 회화, 조각, 판화, 필사본, 고고학 유물, 보석과 화폐, 의상, 영상과 사진 등을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흔적이 펼쳐진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670_0302.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클레오파트라는 기원전 30년 자살 이후 2천 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왔다. 고대 전기의 기록이 극히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명성은 다층적이고 강렬한 형태로 전승되었다. 예술 창작의 거의 모든 영역은 물론 대중문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환되며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전시는 최신의 역사·고고학적 발견에서 출발한다. 화폐와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의 친필일 가능성이 있는 파피루스 같은 희귀한 자료들을 통해, 전설 속 인물이 아닌 실존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680_0754.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이 섹션에서는 경제적·정치적·종교적 맥락을 설명하는데 번성하던 이집트 왕국은 로마의 보호령 아래 있었고, 수도 알렉산드리아는 헬레니즘 세계의 중심으로 학문과 교류, 무역의 활발한 장소였다는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펼쳐 나라를 풍요롭게 했고, 20년간의 통치 동안 현명한 전략으로 평화를 유지했다고 한다. 기원전 31년,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와 클레오파트라·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맞붙은 악티움 해전의 패배는 지중해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그 후 여왕의 자살과 함께, 이집트의 독립은 끝을 맞이했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688_7682.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아랍 작가들은 클레오파트라의 지적 능력과 국가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로마 작가들이 그녀를 위험하고 파괴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아우구스투스 선전과 맞물려, 그녀를 fatale monstrum(라틴어로 치명적인 괴물이라는 뜻)으로 묘사하며, 로마 남성 중심 권력에 대한 외국인 여성, 여왕이 지닌 위협과 관능을 부각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편향된 기록은 역사학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696_3529.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로마인에게 포로로 잡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클레오파트라를 불멸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고대 작가들은 그녀의 죽음을 매혹적인 여왕의 영웅적 죽음으로 묘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세와 근대에 걸쳐 조명, 회화, 조각, 문학, 연극, 오페라 등에서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했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04_2499.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빅토리앵 사르두(Victorien Sardou)의 연극 클레오파트라에서 사라 베른하르트(Sarah Bernhardt)가 그녀를 연기한 이후, 클레오파트라는 영화 속에서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능가한 주인공으로 부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63년 조셉 L. 맨키위츠(Joseph L. Mankiewicz) 감독의 대작에서 리즈 테일러(Liz Taylor)가 연기한 클레오파트라는 그 정점에 이른다. 그녀의 이미지가 대중문화를 통해 확산되고 스타 시스템이 강화되며 클레오파트라는 미의 여왕, 패션 아이콘, 광고 모델로 자리 잡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여성 중 한명이 되면서 신화가 사실을 압도하고 역사적 사실보다 왜곡된 이미지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12_2511.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19세기 말부터 클레오파트라는 정체성 및 해방 투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항복 대신 죽음을 택한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그녀는 새로운 정치적 투쟁의 관점에서 재해석되었던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식민주의에 맞선 민족주의 저항의 상징으로 고대 유산을 계승한 여왕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가 그녀를 아프리카 출신 국가지도자로 인식했다. 더 넓게 본다면, 권력 있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페미니즘 운동의 이미지로 재평가됐다. 수 세기를 넘어 역사적·학문적 연구의 성과를 통해 클레오파트라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인간의 열망과 환상을 비추는 거울로 남아 있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20_306.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한편 가자에서 구해낸 보물들을 소개하는 전시도 진행중이다. 가자에는 시대를 막론한 수많은 고고학 유적이 존재하지만 오늘날 그 대부분은 위험에 처해 있다. 이 전시는 역사적 격변 속에서 재난으로부터 구해진 가치 있는 유물들을 선보이는 특별한 컬렉션이다. 이를 통해 가자의 풍부한 역사를 드러내고 그 복잡성을 보여준다. 방치와 망각만큼 최악은 없기에 이는 사실상 공공을 위한 구원이나 다름없으며, 생기 넘치고 활기찬 가자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27_9536.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2007년 이후, 제네바 예술사 박물관(Musée d’art et d’histoire de Genève MAH)은 팔레스타인 당국 소유의 약 529점에 달하는 고고학 유물의 피난처가 되었다. 이 유물들은 가자로 돌아갈 수 없었고 청동기 시대부터 오스만 시대까지의 암포라, 작은 조각상, 묘비, 유리 등, 최근의 파괴 상황에서 중요한 참조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MAH와 팔레스타인 당국의 지원으로 아랍 세계 연구소는 1995년 시작된 프랑스-팔레스타인 발굴에서 나온 컬렉션 중 130점을 전시한다. 여기에는 아부 바라케(Abu Baraqeh)의 화려한 모자이크와 2018년 팔레스타인 당국에 기증된 자우닷 쿠데리(Jawdat Khoudery) 개인 컬렉션도 포함되며 프랑스에서 처음 공개된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35_6922.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청동기 시대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역사, 영광과 풍요로움으로 찬사를 받은 오아시스,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탐욕, 상인과 무역의 중심지, 동방·아라비아·아프리카·지중해의 부를 실어 나르던 항구와 같은 팔레스타인 분지의 위대한 과거를 보여준다. 가자는 시대별 고고학 유적으로 가득하고 그 역사적 밀도는 측정할 수 없는 보물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고고학 유물들은 파괴를 면한 작품들이다. 전쟁은 이 번영했던 땅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지우고 있지만 이 유물들은 아시아·아라비아·아프리카·지중해를 잇는 문명의 교차로였던 가자의 풍요로운 과거를 증언하고 있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43_8948.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아랍 세계 연구소의 상설전에서는 바로 아랍 서예의 모든 표현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 코란의 필사본에서부터 현대의 뉴미디어 활용까지, 그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아랍어에서 khatt라는 용어는 글쓰기와 서예를 동시에 가리킨다. 즉, 비례와 조화의 규칙을 따르는 아름다운 글씨의 예술을 뜻한다. 초기 코란 필사본에서 현대 사진·건축·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서예는 수세기 동안 생활 전반에 걸쳐 펼쳐졌다. 아랍 알파벳을 숭고하게 표현함으로써 단순한 글쓰기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영성과 생동감을 부여한 것이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50_3574.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9세기에 처음으로 규범이 정립된 후, 각 세대의 서예가들은 스타일을 발전시키는 혁신을 지속해왔다. 1960년대 이후, 수많은 아랍 세계의 시각 예술가들은 고전 서예 유산을 탐구하며 hurufiyya 운동을 탄생시켰는데 이들은 글자의 문자적 의미에서 벗어나 글자 형태를 조형적 언어로 변형하며 범아랍적 시각 언어를 추구했다고 한다. 오늘날 서예가들은 뉴미디어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디자인과 순수미술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도 도시의 벽이 거리 예술의 캔버스가 되면서 서예적 움직임의 흔적이 남겨지고 있다.


a7b52713fc9ada2ada8cdf230dc979ec_1755864761_0758.jpg

ⓒ Institut du Monde Arabe (IMA)Photo: Han Jisoo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전체 224 건 - 1 페이지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774_3745.jpg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