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드마른 현대 미술관: 사회면-26개의 글자, 5개의 방정식, 그리고 아무런 답도 없는 가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본문 바로가기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633_4636.jpg
 


발드마른 현대 미술관: 사회면-26개의 글자, 5개의 방정식, 그리고 아무런 답도 없는 가설

본문

2024년 11월 15일부터 2025년 4월 13일까지 MAC VAL : Faits divers - Une hypothèse en 26 lettres, 5 équations et aucune réponse
발드마른 현대 미술관은 2005년에 개관한 프랑스 발드마른 지역의 현대 미술관으로, 프랑스 및 국제 예술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며 현대 미술의 흐름을 선보인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고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사고를 유도하며 사회적, 문화적 논의를 촉진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340_2607.jpg
 ⓒ MAC VALPhoto: Han Jisoo 


현재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의 제목은 주제와 그 내용을 암시하는데 여기서 Faits divers는 프랑스어로 사건, 사고, 또는 부고를 의미하고 주로 신문이나 뉴스에서 다루는 사회적인 사건, 범죄, 사고 등을 다룰 때 사용된다. Une hypothèse en 26 lettres, 5 équations et aucune réponse는 26개의 글자, 5개의 방정식, 그리고 아무런 답도 없는 가설을 나타낸다. 즉, 전시 제목은 사건들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풀려는 시도와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음을 암시하며 관람객들은 사건의 사실을 탐구하는 여러 예술적 제안을 해석할 수 있는 열쇠를 얻는다. 이를 통해 각자의 해석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359_5487.jpg
 ⓒ MAC VALPhoto: Han Jisoo 


이 전시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1964년 텍스트 <사회면의 구조(Structure du fait divers)>에서 기원한다. 바르트는 사건의 사실을 ‘정보의 사생아’라고 명명하며,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비정상적인 인과 관계와 우연의 일치를 식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평범함 속에 감춰진 미스터리를 탐구하며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수수께끼와 암시를 제시한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멈추게 하는 잠재된 폭력, 평범한 사람들의 잔혹성, 무명인들의 복수를 드러낸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370_1766.jpg
 ⓒ MAC VALPhoto: Han Jisoo 


사건의 사실이 수사나 수수께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이 전시는 여러 미지수의 방정식들이 매개 변수와 지표성의 범주 사이에서 구성된 시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각 방정식은 수사의 은유를 강화하는 증거물로 소개되며 많은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법적 오류나 인간의 실수의 흔적을 드러낸다. 알파벳 순서를 통해 다양한 예술가와 형태가 이 독특한 사건들을 다뤘음을 보여주며 사회적 사건과 사고가 현대 미술에 미친 시각적·문화적 영향을 조명한다. 예술과 수사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관객의 사고를 자극하고 예술가들이 사건의 사실을 어떻게 다루고 풀어내려는 시도들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381_7466.jpg
 ⓒ MAC VALPhoto: Han Jisoo 


전시는 다섯 개의 방정식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탐구하며, 각 방정식은 독특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법의 이름으로"는 하나의 미지수로 법적 정의를 다루며, "재앙 시나리오"는 두 개의 미지수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재앙을 묘사한다. "폭력 행사"는 세 개의 미지수로 폭력의 본질을 탐구하며, "눈을 뜨다"는 네 개의 미지수를 통해 인식과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의심의 그림자"는 다섯 개의 미지수로 불확실성과 의심을 다룬다. 방정식들은 단순한 수학적 문제를 넘어, 사건의 복잡한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감정적 영향을 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사건의 진실을 찾으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모호함을 드러내며 마치 미스터리의 일부를 풀어나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405_2555.jpg
 ⓒ MAC VALPhoto: Han Jisoo 
 

사건을 허구화하고, 지표 모델을 강력하게 제시하며, 수사 절차를 예술적 전환으로 풀어낸다. 재구성, 목록화, 수집의 과정은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사건적 표현 속 시간성의 게임과 증언 윤리, 증거의 담론을 탐구한다. 또한 감정의 강한 자극을 주는 방식과 그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탐구한다. 선정주의(강한 감정적 자극)를 사용하여 감정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진정성과 의견 차이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드러낸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는 사회면에 대한 예술적 분석을 다룬 전시가 없었기에, 이번 전시는 동정, 쾌감, 호기심, 감정 이입 등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드라마와 현대 미술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418_8226.jpg
 ⓒ MAC VAL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미스터리와 추리의 요소를 제공하며, 예술과 수사의 경계를 넘나들게 했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들은 현실의 잔혹함과 비극성을 그대로 반영한 듯, 예술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비극적 사건들이 다시 살아난 듯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절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현실의 일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장면들이었기에 예술적 상상력과 감각적 표현을 넘어서 한 편의 뉴스 보도를 보는 듯한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예술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438_3234.jpg
 ⓒ MAC VALPhoto: Han Jisoo 


끝으로 미술관 정원에서 조경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작품들을 감상하고 자연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환경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의 작품을 비롯해 여러 현대 작가들의 조각과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볼탕스키의 작품은 기억과 부재, 죽음을 주제로 사진, 조명, 오브제를 활용하여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기억의 중요성을 탐구하며, 정원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의 다른 작품들도 현대 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반영하며 방문객들에게 예술적 사유와 몰입의 기회를 제공한다.

 
e185976971dd0a43a383a5df10d54b41_1735641453_7271.jpg
 ⓒ MAC VALPhoto: Han Jisoo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200 건 - 1 페이지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774_3745.jpg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