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광장 고대 지하묘지: 세느강 속에서 -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발견된 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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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31일부터 - 2024년 12월 31일까지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 Dans la Seine - Objets trouvés de la Préhistoire à nos jours
시테섬의 고고학 지하 묘지(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는 파리 중심부 노트르담 대성당 바로 앞에 위치한 고고학 박물관이다. 1965년에 발견된 이 고고학 유적지는 파리의 역사적 중심부인 시테섬 지하에 숨겨져 있으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역사적 층위를 보여준다. ("층위"는 고고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땅속에 쌓인 여러 시기의 퇴적층을 가리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활동으로 쌓인 흔적을 포함하며, 각 층마다 해당 시기의 유물이나 유적이 남아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고고학자들은 특정 장소가 여러 시대에 걸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어떤 생활이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이 박물관은 주로 파리의 고대 로마 시대와 중세 시대 유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갈로-로마 시대의 유적과 고대의 벽, 도로, 가옥터 등 파리 초기 정착지의 흔적이 보존되어 있으며, 파리의 도시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주변 지역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도 이뤄진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 « 세느강 속에서 »는 파리라는 도시와 세느강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조명하며, 세느강의 흐름과 함께 도시의 변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다양하게 전시된다. 이 유물들은 세느 강의 강바닥이나 강변에서 수집된 것으로, 강과 인간 간의 상호작용을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보여준다. 고대 도구, 무기, 제물과 같은 고고학적 자료들이 다양한 이미지와 디지털 복원물을 통해 구체화된다. 전시에는 고고학자들이 참여하며, 세느 강에서 수집된 약 150개의 유물이 소개되는데, 각 유물은 파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세느 강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파리를 형성해 온 중요한 요소이면서 수많은 물건들을 품고 있다. 이러한 물건들은 세느 강의 역사와 발전, 시설과 풍경들, 그리고 다양한 시대 사람들의 생활 방식, 신앙, 그리고 싸움 등을 증언하고 있다. 전시된 유물들은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유물과 고고학적 유적의 해석과 연대 측정에 사용된 과학적 방법들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된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선사시대 사람들의 강변 정착지부터 시작하여, 로마 시대의 초기 시설화된 흔적, 중세와 근대의 무기, 제물, 그리고 쓰레기들까지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무기와 건축 조각 등 우연히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전시는 파리 상류와 하류의 센 강을 탐험하며, 부르고뉴 지역의 센 강 발원지, 오브(Aube) 강 유역의 고대 어획지, 그리고 클리시 라 가렌(Clichy-la Garenne)의 구석기 시대 유적지도 다룬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자연을 개척하기 위한 도구나 장치, 사냥 또는 전투에 사용된 돌도끼나 창 같은 무기들도 찾아 볼 수 있다. 더불어, 세느강을 신성시하여 영적 중재자로 여기며 던진 신에게 바치는 제물들, 특히 금속으로 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기와 도구들, 그리고 그들이 신에게 바친 제물들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불가사의한 다리를 이어주는 듯한 느낌이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네안데르탈 시대 사냥꾼들이든 현재의 파리 시민들이든 사람들이 지금껏 세느강과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그들의 실용적이고 신앙적 관계가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전시다. 세느강과 함께 일상을 꾸려온 이야기를 조아나 하지토마스 (Joana Hadjithomas)와 칼릴 조레이지 (Khalil Joreige)의 현대 미술 작품과 얀 토마셰프스키 (Yan Tomaszewski) 의 작품으로 신비롭게 표현했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고학자들의 연구와 발굴 덕분에 과거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에 새삼 그들에게 감사하다.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이용하고, 또 때로는 두려워했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때로는 현명했으나 결국은 나약한 존재였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내게 ‘세느 강’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계기였다. 세느 강가에 앉아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곤 했지만, 이 강이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사람들과 얽히고 설켜 그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라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 세느 강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수많은 세월을 품고 있었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 또한 우리의 이야기와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노트르담드파리 뮤지컬 테마곡 <대성당의 시대> 속 가사처럼 말이다.
ⓒ Crypte Archéologique de l’île de la Cité, Photo: Han Jisoo
노트르담 바로 앞에 이런 지하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예전부터 늘 가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매번 발길을 돌리게 했던 건, 전시의 주제가 고대 유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유물이라니, 왠지 먼 이야기 같고,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오래된 시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뭔가 설명하기 힘든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둡고 약간 습한 공간이었지만 과거의 무게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곳!. 이 유적지와 유물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음에 전율이 느껴졌다. 파리의 역사가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봉주르파리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