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마르-앙드레 박물관: 아르테미시아 - 예술의 히로인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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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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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마르-앙드레 박물관: 아르테미시아 - 예술의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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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usée Jacquemart-André : Artemisia - Héroïne de l'art 
2025년 3월 19일부터 8월 3일까지


자크마르 앙드레 미술관은 오스만 대로(Boulevard Haussmann)에 자리한 웅장한 저택형 미술관으로, 19세기 프랑스 상류층의 삶과 예술적 취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프랑스의 은행가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에두아르 앙드레(Édouard André)와 그의 아내이자 화가였던 넬리 자크마르(Nélie Jacquemart)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방대한 미술품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세기 부르주아 계층의 취향과 우아한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그들이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 프랑스 18세기 미술, 그리고 여러 유명 화가들의 초상화 등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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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현재 바로크 예술의 중요한 인물이며, 카라바조 영향 아래 활동했던 17세기 이탈리아의 위대한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를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에서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40점의 작품을 통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예술적 업적과 역사적 역할을 알아본다. 그녀의 작품이 지닌 독창성, 경로, 그리고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그녀의 예술은 오늘날까지도 영감을 주고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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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1593년에 로마에서 태어난 아르테미시아는 토스카나 출신의 화가이자 아버지 오라지오 젠틸레스키(Orazio Gentileschi, 1563-1639)에게 그림을 배웠다. 아버지는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화가였으며, 일찍이 딸의 재능을 발견하며 뛰어난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도와주었다. 성인이 된 후, 아르테미시아는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고, 특히 1638년에는 아버지와 함께 영국 찰스 1세의 궁정에서 작품을 의뢰받으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그녀는 생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18세기 후반에는 잊혔다가 20세기에 들어 재조명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3fe42ae746548998317a57dc168fbd33_1743821555_6.jpg ⓒ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전시에서는 아르테미시아의 작품이 지닌 독창성을 그녀의 초기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아버지와의 훈련, 그리고 카라바조의 강력한 영향 아래에서 그녀만의 회화적 특성을 개발했다. 그녀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수잔과 노인들(Suzanne et les vieillards)>과 카라바조의 <가시관을 씌우기(Couronnement d’épines)> 등 중요한 작품들이 특별히 대여되어 소개된다. 아르테미시아는 시작부터 인간 심리의 깊이를 포착하는 능력을 보였으며, 그녀의 작품은 강렬하고 폭발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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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1611년 아르테미시아의 삶은 그녀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화가 아고스티노 타시(Agostino Tassi)에게 강간당한 그녀는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면서까지 진실을 증언했고, 결국 승소했지만 가해자는 교황의 보호 아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은 그녀의 강인한 회복력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피렌체로 이주한 아르테미시아는 결혼과 함께 독립적인 여성 화가로 자리 잡았다. 피렌체에서 그녀는 문학가, 과학자, 음악가들과 인연을 맺으며 메디치 가문의 학문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시야를 넓혔다. 특히 부오나로티 집(Casa Buonarroti) 천장화 작업에 참여하며 중요한 작품을 남겼으며, 이 시기의 대표작 두 점도 소개되고 있다.

3fe42ae746548998317a57dc168fbd33_1743821573_8568.jpg ⓒ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아르테미시아는 성경과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 영웅들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 여성들의 강력한 인물상을 그리며 그들에게 특별한 공감을 담아냈다. 또한 여성의 신체를 자주 그렸는데 당시 여성 화가가 그린 여성 누드는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화가는 여성 인물들의 성적인 매력을 담아내는 것을 거리끼지 않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세심하게 표현할 줄 알았기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3fe42ae746548998317a57dc168fbd33_1743821581_5134.jpg ⓒ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그녀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강렬한 감정선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강도는 매우 날카롭고 격렬하여 그 자체로 관람자를 압도한다. 특히 성경 속 인물이나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을 강하게 그려냈는데 그들은 수동적이고 피해자인 존재로 그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은 사건의 중심에서 능동적이고 결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주체로서 폭력과 복수라는 감정들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아르테미시아는 섬뜩하고 잔인한 장면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여성이라는 존재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는 단순한 폭력의 재현을 넘어, 권력 관계 안에서 여성의 존재와 자주성을 상징하는 강렬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3fe42ae746548998317a57dc168fbd33_1743821589_7016.jpg ⓒ Le musée Jacquemart-AndréPhoto: Han Jisoo  
 
 
신화나 종교적 전통을 넘어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17세기라는 시대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선구적인 시도로 느껴졌다. 당시 미술은 대체로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의 아름다움과 순수함, 혹은 구속과 구원의 상징으로 여성을 다루는 데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테미시아는 그러한 관습에서 벗어나 여성의 힘과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여성을 결코 구속하지 않았다. 이는 그 시대의 미술사에서도 이례적인 접근이었고 그녀의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전위적인 예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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