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 잭슨 폴록 - 초기 시절 (1934-1947)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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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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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 잭슨 폴록 - 초기 시절 (1934-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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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5일부터 2025년 1월 19일까지

Musée national Picasso-Paris : JACKSON POLLOCK - LES PREMIÈRES ANNÉES (1934-1947)




파리의 피카소 뮤지엄은 1985년에 개관하여 피카소의 예술적 기여를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파리 마레 지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회화, 조각, 드로잉, 판화, 도자기 등 다양한 피카소 작품이 약 5,0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 컬렉션은 그 규모가 매우 방대해 한참을 돌아보아야 할 정도다. 피카소의 다양한 시기와 스타일을 반영한 작품들이 차례로 전시되어 있어, 그의 예술 세계의 진화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피카소가 그린 여성 초상화들은 그가 표현한 감정과 인물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그의 조각 작품들은 그가 물질과 형태를 어떻게 탐구했는지를 보여주며, 피카소의 예술적 여정과 그가 남긴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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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이번 가을에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을 주제로 한 새로운 특별전이 개최되어, 피카소의 스타일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잭슨 폴록은 20세기 중반 미국 추상 표현주의 화가로,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1934년부터 1947년까지의 그의 초기 작품들을 소개한다. 또한 피카소가 미친 영향뿐만 아니라, 잭슨 폴록의 예술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의 독창적인 예술적 여정을 보다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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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전시는 지역주의와 멕시코 벽화 운동의 영향을 받았던 잭슨 폴록의 초기 예술 경력을 조명하며, 1947년 그의 첫 드리핑 기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자주 전시되지 않았지만, 젊은 예술가로서 그가 추구했던 다양한 영감의 원천을 보여주기에 중요하다. 이 작품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예술의 영향을 비롯해 유럽 아방가르드 운동, 그 중에서도 특히 파블로 피카소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폴록의 작품이 발전해 온 과정과 이를 형성한 예술적, 지적 배경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그의 작업이 형성된 중요한 시기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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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폴록은 망명 중인 유럽 초현실주의자들이 모인 뉴욕 예술계와 교류하면서 자동기술법과 드로잉, 그리고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을 키웠으며, 그 과정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신화, 양식화된 형태와 기호, 기술적 실험, 그리고 새로운 제스처 표현을 그의 회화에 녹여냈다. 1930년대 말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과의 만남이 그를 독창적이고 표현적인, 형상적이면서도 비형상적인 회화의 길로 이끌었던 것이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은 잭슨 폴록에게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피카소의 영감과 아메리카 원주민 조각과 가면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상의 드로잉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0e46dcae87d507a80bcb0c192cfcc6e7_1732087188_9023.jpg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1930년 폴록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부터 멕시코 벽화 운동에 이르는 벽화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을 여행하며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의 최근 벽화를 직접 보러 다닐 정도였다. 폴록은 멕시코 벽화 운동의 강력하고 계획적인 벽화들로 인해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폴록은 파블로 피카소와 멕시코 벽화 운동의 영향을 혼합한 회화로 나아가게 되었고 멕시코 벽화 운동에서 상징적 언어와 색채 팔레트를 차용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 벽화 운동은 1920~1940년대 멕시코 혁명 이후 국민 정체성을 강화하고 예술을 대중과 연결하기 위해 공공 건물에 대규모 벽화를 그린 예술 운동이다.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등 주요 작가들이 있으며 식민지 역사, 원주민 문화, 노동 계급의 삶, 사회 정의 등 혁명의 이상을 주제로 삼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중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0e46dcae87d507a80bcb0c192cfcc6e7_1732087250_8013.jpg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잭슨 폴록은 종종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융은 무의식의 구조와 원형(archetype) 이론을 제시한 분석심리학의 선구자로서, 인간의 정신 구조와 그 문화적 산물 간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꿈, 신화, 종교 연구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폴록은 융이 정의한 '아니마/아니무스 개념' , 즉 남성 내 여성성과 여성 내 남성성을 통해 추상과 구상의 결합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0e46dcae87d507a80bcb0c192cfcc6e7_1732087273_1576.jpg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1943년부터 잭슨 폴록은 산업용 에나멜 페인트와 같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실험을 발전시키며, 캔버스에 직접 페인트를 붓거나 흘리는 기법을 도입했다. 페인트가 평평하게 놓인 캔버스 위에서 흘러내리도록 하면서도, 선의 흐름과 두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페인트를 캔버스에 적용하는 방법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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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잭슨 폴록의 1934년부터 1947년까지의 작품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어 그의 커리어 초반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전시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폴록의 초기 작품들은 그가 직면한 다양한 영향을 보여준다. 멕시코 벽화 운동의 요소들이 어떻게 그의 예술적 탐구에 녹아 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예술가의 다양한 배경 환경이 더욱 독창적인 예술가로 성장시킨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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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그의 드리핑 기법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들을 직접 보며, 어떻게 이 기술이 그 후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같은 혁신적인 기법이 폴록의 초기 작품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발전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폴록이 색과 형태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피카소의 기법을 어떻게 차용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두 거장의 교류는 단순한 영감을 넘어,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0e46dcae87d507a80bcb0c192cfcc6e7_1732087359_5858.jpg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를 통해 잭슨 폴록의 초기 커리어를 살펴보며, 그의 예술이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를 알 수 있었고, 피카소의 유산이 여전히 현대미술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새삼 깨달았다. 예술이란 단순히 미적 감상을 넘어, 시대와 역사, 그리고 개인의 경험이 얽히는 복합적인 과정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피카소 뮤지엄의 새로운 상설 컬렉션을 오랜만에 관람하게 되어 나름의 뿌듯함을 느꼈다. 피카소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깊이 있는 예술적 탐구를 제공하며, 그의 창의성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0e46dcae87d507a80bcb0c192cfcc6e7_1732087385_6641.jpg ⓒ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전시장의 의자들과 조명은 단순히 관람의 편의를 제공하는 요소에 그치지 않고,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전시 공간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의자들의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전시된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어울어졌다. 조명 또한 전시장의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고 독창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각기 다른 꽃 모양과 각도로 배치된 조명은 작품의 디테일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관람객들이 예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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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national Picasso-ParisPhoto: Han Jisoo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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