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냑 제이 박물관: 주머니 속의 사치 - 계몽시대의 작은 귀중품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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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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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냑 제이 박물관: 주머니 속의 사치 - 계몽시대의 작은 귀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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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8일부터 11월 24일까지

Musée Cognacq-Jay : Luxe de poche - Petits objets précieux au siècle des Lumières


코냑 제이 박물관은 1929년에 설립된 파리의 박물관으로, 에르네스트 코냑이 기증한 18세기와 19세기 초의 예술 작품 및 장식을 전시하고 있다. 고전적인 프랑스 예술을 대표하는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기획 전시 « 주머니 속의 사치 »는 18세기와 19세기 초의 주머니 안에 들어갈만한 소형 사치품들을 선보이며, 그 시대의 부유함과 세련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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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진주, 금, 보석으로 장식된 향수 케이스, 라이터, 망원경, 도자기, 미니어처 등 화려하고 작은 소지품들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전시된 물건들의 재질과 용도는 다양하지만, 모두 세련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부와 개인적인 추억을 상징한다. 이러한 사치품들은 계몽주의 시대부터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며, 당대의 우아한 삶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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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회는 사치품들을 단순히 자랑하듯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와 패션사를 비롯해 기술사, 문화사, 인류학을 아우르는 다각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물건들을 패션 악세서리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완하는 의류, 보관하거나 전시하는 가구, 그리고 그림, 드로잉, 판화 같은 작품들과 연결 지으며, 18세기부터 19세기 초를 더 넓은 맥락에서 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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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8세기는 장식 예술과 공예 기술의 급성장으로 특징지어진다. 이 시기의 귀중한 소형 물품들은 주로 보석 상자, 담배통, 사탕통, 화장품 케이스, 시계 등이 포함된다. ‘백과전서 (L’Encyclopédie,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이 편찬한 백과사전으로, 인간의 지식과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중요한 학문적 업적) 에서는 이 사치품들을 ‘장식용 금세공 작품’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물건들은 주인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데 사용된다고 기록했다. 고급 재료와 혁신적인 기법으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휴대성을 강조한 사치품들은 상류층의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구별을 상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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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향수 케이스, 담배통, 손톱깎이 세트, 부채 등은 그 시대의 세련미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휴대할 수 있고 손에 쥘 수 있는 이 물건들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 성격을 띠었으며, 주인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상류층 사회에서는 담배통을 꺼내 담배를 권하거나 세련된 케이스를 보여주는 것이 예의였고, 극장이나 무도회에서는 망원경이 교류의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치품들은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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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8세기 동안 파리와 유럽 전역에서 사치품들의 제작과 유통이 발달하면서 독창적인 경제 구조가 형성되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기술과 특징을 가진 생산 거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광물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실용적인 물건들의 제작을 촉진했다. 다수의 장인들이 그림, 에나멜, 보석 세공 등의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재료로 고급 사치품에서 부터 대중적인 사치품까지 제작하였으며, 프랑스에서는 이들이 소비문화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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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담배통이나 향수병, 카메오 보석 등에는 다양한 형태와 무늬, 작은 장면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시대의 취향과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다. 18세기 화가들인 와토(Watteau), 부셰(Boucher), 그뢰즈(Greuze), 프라고나르(Fragonard)의 신화적·목가적 장면들이 미니어처로 재현되기도 했다.이는 소유자의 문화적 감수성을 나타내며 당시 왕실의 사건, 과학적 진보, 기술 발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귀중한 소형 물품들은 유럽 왕족과 귀족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았는데, 특히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약 300개의 사치스러운 담배통을 수집했으며 우정, 사랑,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물품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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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7세기 말부터는 상업 교류의 증가로 이국적인 취향이 확산되었다. 상인들은 옻칠, 자개, 거북이 등 이국적인 재료를 사용한 장식품을 제작했으며 "중국풍" 예술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프랑수아 부셰와 같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아시아적 요소를 도입하여 예술 장식에 혁신을 가져왔다. 18세기에는 유럽에서 도자기 제조법을 활용한 상자와 케이스가 제작되었고, 20세기 초에는 파베르제(Fabergé)와 반 클리프 아펠 (Van Cleef & Arpels) 같은 보석 브랜드들이 18세기 기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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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8세기 사치품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고 이 시기의 기술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정교한 장인정신과 혁신적인 기술의 조합은 과거의 세련된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역사적 배경 속에서 사치품들은 단순한 물질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지위와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전시가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은 사치품이 주로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라는 점에서 심적 거리감이 느껴져서이다. 이러한 거리감은 사치품이 역사적으로 한정된 사회계층의 전유물이었음을 이 전시가 계속 강조하고 있어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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