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çois Soulages : Le paradoxe du concept d'interhumanité non-évidence & nécessité
프랑수아 술라주(François Soulages)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미학 교수로, 파리 8대학(Université Paris 8)과 파리 국립미술사연구소(Institut national d’histoire de l’art)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미학과 예술 철학 분야에서 사진과 이미지 연구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등지에서 국제 학술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다수 조직하며 세계적인 학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그는 또한 RETiiNA.International(Cooperative Internationale de Recherche RETiiNA)라는 국제 연구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현재 그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시각 예술과 관련된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적,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세미나 안내문
2024년 12월 18일, 파리 10구에 위치한 시민 참여 및 협회 센터(La Maison de la Vie Associative et Citoyenne)에서 철학과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논의를 펼쳤다. 프랑수아 술라주는 이번 세미나에서 인간 상호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인터휴머니티(Interhumanity)'로,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는 개념이었다. 아직 고정된 정의나 체계화된 이론으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이 용어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관계성과 인간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며 주목받고 있다. 술라주는 인터휴머니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인간 관계의 단절과 회복 가능성을 철학적, 미학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예술이 인간 연대와 상호성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했다.
프랑수아 술라주(François Soulages)와 세실 술라주 (Cécile Soulages), © Photo: Han Jisoo
이번 세미나에서는 세계적인 석학 도미니크 샤토(Dominique Chateau)와 미셸 시카르(Michel Sicard)도 참여했다. 두 학자는 인터휴머니티라는 주제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며 세미나의 논의를 한층 풍성하게 했다. 도미니크 샤토는 프랑스 철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로 영화 철학과 미학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의 감각 경험과 관계성의 본질을 탐구하며 미학적 사유를 확장해왔다. 한편, 미셸 시카르는 철학적 예술 이론과 현대 미술 비평의 권위자로 주로 이미지와 기호의 철학적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는 예술이 가진 표현적 힘이 인간 관계를 어떻게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공유했다. 이들의 참여는 세미나의 논의를 단순히 철학적 담론에 머물게 하지 않고 현대적 예술과 인간 경험의 맥락으로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셸 시카르(Michel Sicard)와 도미니크 샤토(Dominique Chateau), © Photo: Han Jisoo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 인터휴머니티(interhumanité)를 중심으로 이를 개인 내부의 자아와의 관계를 뜻하는 인트라휴머니티(intrahumanité)와 연결하여 인간성과 관계성을 새롭게 탐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인간성은 단순히 "나와 타인"의 관계에 그치지 않고 "나와 나 자신", "나와 특정 타인(너)", "나와 집단적 타인(우리, 그들)" 등 다양한 관계적 층위를 포함하며 각 층위에서 자아와 타인의 의미를 재정의하려 한다. 여기서 플라톤의 철학(내적 대화와 성찰)과 파스칼의 질문("나는 무엇인가?")을 통해 자아와의 관계가 타인과의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며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무엇으로 구성되는지를 묻는다. 또한 이 논의는 철학적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정치적,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미학적 문제를 포괄하며 현대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연대, 인간 간의 단절과 연결이라는 복합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줌(zoom)으로도 진행중인 세미나, © Photo: Han Jisoo
세미나는 '인터휴머니티'라는 단어를 개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단어는 스스로 개념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는 발표자의 선언이 인상적이었다. 개념은 학문적 논쟁과 철학적 문제의식 속에서 다듬어지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터휴머니티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성' 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는 단순한 인간 관계를 넘어 인간성의 다중성과 차이, 그리고 보편성을 포괄하는 더 깊은 논의를 포함한다.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단자론과 니체의 관점주의는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틀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라이프니츠는 "도시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존재는 각기 고유한 우주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각 시각은 고유하지만, 모두 함께 모여 다양한 의미의 모자이크를 형성한다고 강조한다. 니체가 발전시킨 이 관점주의(perspectivisme)는 세상이 무한하고 그만큼 무수한 해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 Photo: Lee Heeyeon
세미나에서 또 다른 중요한 논의는 인터휴머니티가 다중성과 보편성 사이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제시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상대주의적 혼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성은 다중성의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다중성 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는 사도 바울의 '갈라디아서'에 나오는 "유대인도 그리스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다"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강조한 것처럼 보편성은 특정한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진리와 연대의 개념이다.
논의는 철학적 차원을 넘어 현대적 맥락으로 확장되었다. 가자, 수단,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현실을 언급하며 비인간성과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터휴머니티의 개념이 갖는 실천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터휴머니티는 단순히 이상적 담론이 아니라 관계성과 연대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과제가 된다. 이를 "삶과 실천을 통해 가능성을 모색하는 유토피아"라고 표현했다.
프랑수아 술라주(François Soulages) 저서들, © Photo: Han Jisoo
인터휴머니티의 철학적 뿌리는 깊다. 중국 철학자 장자와 서양 철학자 플라톤의 사유, 그리고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탐구는 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장자의 "타인을 나와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 진정한 인간성의 시작"이라는 사상은 인터휴머니티가 지닌 철학적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외적인 관계성을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다중성을 포괄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유로 나아가게 한다.
세미나는 인터휴머니티를 둘러싼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철학적 사유와 현대적 실천을 연결하려는 노력 속에서 이 단어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아닌 실제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였다. 인터휴머니티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철학적·실천적 논의를 이어갈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세미나는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 인간 관계를 예술과 철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