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뤼니 박물관 (중세 국립 박물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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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클뤼니 박물관 (중세 국립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 라탱 지구에 위치한 중세 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이다. 15세기 클뤼니 수도원 건물과 고대 로마 목욕탕 유적 위에 세워져 있어 건축물 자체가 중세와 고대 역사의 흔적을 품고 있다. 이 박물관은 중세 시대의 다양한 유물과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중세의 조각, 금속공예품,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전시되어 중세 예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박물관 내부에는 고대 로마 시대의 목욕탕 유적(Thermes de Cluny)도 보존, 전시되어 중세와 고대 로마의 문화적 연결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중세 사람들의 일상과 종교적 유물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신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이 곳은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중세 역사와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이날따라 박물관내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조각상을 그리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중세의 조각들을 눈앞에 두고 세밀하게 선을 따라 그리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예술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현재 클뤼니 박물관에서는 두 개의 기획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중세 조각들을 다룬 <돌이 말하게 하다. 노트르담의 중세 조각 (Faire parler les pierres. Sculptures médiévales de Notre-Dame)> 전시이고, 다른 하나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중세 필사본과 서적을 조명하는 <노트르담의 책장을 넘기다. 중세 도서관의 걸작 (Feuilleter Notre-Dame. Chefs-d'œuvre de la bibliothèque médiévale) > 전시이다. 이 두 전시는 각각 대성당의 예술적, 건축적 유산과 지적·문학적 유산을 중심으로 중세 노트르담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며 서로 다른 관점에서 대성당의 역사를 조명한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돌이 말하게 하다. 노트르담의 중세 조각>은 2024년 11월 19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중세 조각들을 조명하고 대성당의 외부와 내부를 장식했던 조각들을 통해 중세 예술과 건축의 매력을 탐구한다. 클뤼니 박물관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중세 장식 조각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이 조각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복원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이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전시는 대성당의 현대 이전 파괴되기 전의 외부 및 내부 장식 조각들 약 12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성당의 건축적, 예술적 역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작품의 맥락을 풍부히 설명하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카르나발레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의 석조 유물 보관소 및 개인 컬렉션에서 소장품을 대여받아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으로 중세 조각의 문화적, 예술적 배경을 더 깊이 조명하고 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프랑스 박물관 연구 및 복원 센터(C2RMF), 역사적 기념물 연구소(LRMH)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연구와 복원의 성과를 담고 있다. 복원 과정에서 밝혀진 조각들의 역사적, 미술사적 의미를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중세 조각을 전시하는 것을 너머 중세 시대 파리와 노트르담 대성당의 예술적 유산을 재발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대성당 복원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연구와 복원의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노트르담의 책장을 넘기다. 중세 도서관의 걸작>은 2024년 11월 19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열리는 특별 전시이다. 이 전시는 중세 시대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서적, 필사본, 인쇄물을 통해 대성당의 지적·예술적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노트르담의 역사는 그 유명한 건축물뿐 아니라 예배와 학문에 사용된 책들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중세 시대 대성당의 지적이고 예술적인 삶의 풍요로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대성당의 많은 후원자들이 가진 다양한 관심사를 탐구하고 있다. 또한 대성당의 도서관과 서적 관리를 담당했던 성당 참사회(chapitre cathédral)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전시는 약 40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중 30여 점은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필사본 부서와 아르세날 도서관에 소장된 중세 필사본이다. 나머지 10여 점은 국가 기록 보관소, 대주교청 역사 기록 보관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대여한 필사본, 참사회 의사록, 도면 등이다. 중세 노트르담 대성당의 문헌과 지적 유산을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 당시 대성당이 지닌 문화적, 학문적 중심지로서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사실 이 박물관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중세와 관련된 전시라는 점이 내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중세라는 시대 자체가 먼 과거의 흔적일 뿐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박물관을 지나칠 때마다 그저 낡고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유적지가 폐허처럼 느껴지기도 해서였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발길을 이곳으로 향했는데 나의 선입견과는 달리 훨씬 넓고 깊이가 있는 박물관이었다. 벽을 가득 채운 조각들과 고대의 유물들을 통해 중세라는 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때마침 얼마전 재개관한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어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더욱 흥미롭고 몰입되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Faire parler les pierres>라는 전시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 조각들 하나하나가 마치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돌을 말하게 하다’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 돌이 말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돌로 만든 조각이나 건축물에서 그 역사를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는 비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중세 조각들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말하게 한다는 뜻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중세 대성당의 섬세한 조각들이 지닌 깊은 역사와 이야기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중세의 예술적 성취와 대성당의 문화적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대성당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의 기술과 연구가 어떻게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 Musée de Cluny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 Photo: Han Jisoo
전체적으로 이 박물관은 예상치 못한 발견을 선사했다. 중세라는 먼 시간속 여행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문화와 종교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전시가 현대와 과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주었고 그 안에서 중세 시공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