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뷔페 재단: 장 뒤뷔페 & 니키 드 생팔, 교차하는 궤적 프로파일 Gallery ZEINXENO ・ 15시간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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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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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뷔페 재단: 장 뒤뷔페 & 니키 드 생팔, 교차하는 궤적 프로파일 Gallery ZEINXENO ・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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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일 – 2026년 2월 13일
Fondation Dubuffet: Jean Dubuffet & Niki de Saint Phalle, Chassés croisés 

뒤뷔페 재단은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의 예술적 유산을 보존·연구·확산하기 위해 1974년 작가에 의해 설립된 기관으로, 그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아르 브뤼(Art Brut)를 포함한 20세기 비제도적 예술에 대한 비평적 담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해왔다. 파리와 페리니쉬르예르 (Périgny-sur-Yerres)에 걸친 두 공간을 기반으로 전시, 출판, 학술 연구를 병행하며 뒤뷔페의 회화·조각·건축적 실험뿐 아니라 그의 사유와 언어가 동시대 미술과 문화 전반에 남긴 영향력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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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현재 장 뒤뷔페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의 작업 세계가 교차하는 핵심 주제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여성 신체를 다루는 전복적인 시선,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 각기 독창적으로 해석된 풍경 개념, 그리고 대형 조각 및 건축적 작업을 실현하고자 했던 공통의 야망이 주요 논점이다. 이러한 대화는 1950년대 파리에서 니키 드 생팔이 장 뒤뷔페의 작업을 처음 접한 경험 등 두 작가 사이의 실질적인 접점에 기반한다. 니키 자선 예술 재단(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NCAF)과의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공공 및 개인 소장처에서 출품된 장 뒤뷔페와 니키 드 생팔의 작품 6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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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니키 드 생팔은 1950년대 장 뒤뷔페의 작품과 글을 접하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뒤뷔페는 제도적 문화나 동시대 작가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고, 자신이 정립한 아르 브뤼(Art Brut) 작가들만 주목했다. 그래서 장 뒤뷔페와 니키 드 생팔은 실제로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의 서신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닮은 점이 발견된다. 그들은 여성 신체를 전복적으로 탐구하고, 재료를 실험하며, 독창적 풍경을 모색하고,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서 대형 작품을 구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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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1950년부터 1965년 사이, 장 뒤뷔페와 니키 드 생팔은 여성 재현의 기존 규범을 근본적으로 전복한다. 뒤뷔페는 1950~1951년에 걸쳐 36점의 외설적이고 기괴한 누드 연작을 제작하며, 이를  「코르 드 담(Corps de Dames)」이라 명명한다. 1963년부터 니키 드 생팔은 신부, 어머니, 창녀, 마녀로 구성된 자신의 연작을 전개하며 가부장적 사회 속 여성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두 작가의 작업에서 신체는 정면을 향하고, 거대하며 형태적으로 왜곡된다. 휘어진 어깨, 잘린 다리, 부속물처럼 축소된 머리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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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세르클 볼네(Cercle Volney)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파리에서 활동한 예술가와 문인들의 교류 공간으로, 화가와 작가, 지식인들이 모여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를 열며 강연과 토론을 이어가던 문화 살롱이자 예술 단체였다. 1954년, 갤러리스트 르네 드루앵(René Drouin)이 기획한 세르클 볼네 회고전은 회화, 드로잉, 석판화 등 2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아 장 뒤뷔페의 전 창작 여정을 조망했다. 「코르 드 담」을 비롯해 그로테스크한 풍경, 대지의 질감을 강조한 화면에 이르기까지 뒤뷔페의 급진적인 형식 실험을 집약적으로 제시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고, 막스 에른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 호안 미로 등 동시대 주요 작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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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1954년 세르클 볼네 전시에서 니키 드 생팔은 뒤뷔페의 작품을 직접 마주쳤을 수도 있는데, 이는 그녀에게 중요한 시각적 경험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니키 드 생팔의 「출산」과 「여신」 연작은 키클라데스 조각이나 선사시대 비너스를 연상시키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여성 형상, 그리고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의 「여인들」에 나타나는 거칠고 왜곡된 신체 표현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형상들은 1954년 세르클 볼네 전시에서 제시된 뒤뷔페의 「코르 드 담」과 강하게 공명하며, 여성의 몸을 이상화하기보다 과장되고 낯설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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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뒤뷔페는 그림과 조각에서 재료를 긁어내거나 파내는 방식을 통해 여성의 신체를 표현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형태 묘사에 그치지 않고, 대지의 색 같은 질감을 담아 여성의 몸을 사실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 결과 그의 작품 속 여성상은 자연스럽고 거친 느낌을 동시에 갖게 되며 관람자로 하여금 기존의 이상화된 여성 이미지를 넘어선 현실적인 몸의 존재감을 체험하게 한다. 한편, 니키 드 생팔은 순백의 인체 조각 위에 다양한 오브제와 사물을 결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순수한 여성’이라는 신화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그녀의 작품 속 여성상은 더 이상 이상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사회적 기대와 신화를 재조명하여 여성 존재를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하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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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뒤뷔페와 생팔은 풍경을 그리는 방식에서 서로 인접한 영역을 탐구했다. 두 작가는 모두 현실의 자연과 산업적 요소를 작품 속으로 끌어와, 회화와 오브제를 결합하며 독창적인 풍경을 창조했다. 뒤뷔페는 흙, 종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를 캔버스에 직접 다루며 대지와 하늘의 층위를 겹치고, 원근법의 규칙을 깨는 풍경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우연적 요소를 작품 속으로 받아들이며, 풍경 속에 현실과 상상의 결합을 드러냈다. 그에 비해, 생팔은 밝고 선명한 색채와 반복적인 오브제 사용으로 즉각적인 창작 리듬을 만들어 관람자가 작품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풍경을 구현했다. 그녀의 풍경은 뒤뷔페처럼 재료와 공간을 실험하면서 보다 극적이고 감각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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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생팔의 작품 세계는 여행과 발견을 통해 형성되었다. 1955년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작품을 보고 큰 영감을 받은 그녀는 ‘언젠가 나만의 환상적인 정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1958년 프랑스 드롬(Drôme)에서 슈발(Joseph Ferdinand Cheval)의 팔레 이데알(Palais ldéal)을, 196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디아Simon Rodia)의 왓츠 타워(Watts Towers)를 경험하며, 그녀가 모자이크와 아라베스크로 장식된 정원과 성을 창조하는 기반이 되었다. 토스카나 전원에 조성된 「타로 정원(Jardin des Tarots)」은 이 선언을 가장 극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생팔은 조각과 건축, 장식과 신화를 결합한 22개의 조형물을 완성한다. 이들 중 다수는 조각이라기보다 실제로 출입하고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에 가깝다. 2002년 그녀의 사망 이후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정원은 오늘날까지도 삶과 예술이 합일된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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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뒤뷔페의 클로즈리 팔발라(Closerie Falbala)는 또 다른 방향에서 기념비적 실천을 보여준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그는 자신의 비용으로 1,610㎡ 규모의 부지에 이 독특한 건축–조각을 세운다. 이 공간은 「카비네 로골로지크(Cabinet logologique)」라 불리는 철학적 사유를 위한 방을 품기 위해 설계되었다. 1971년부터 1976년까지 이어진 공사는 여러 장인의 기술적 창의를 요구했으며, 결과물은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린다. 검은 선으로 그려진 기호적 도상 위에 흰색 도료가 덮인 외관은 「루를루프(L’Hourloupe)」 연작의 시각 언어를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중심부의 빌라 팔발라는 미로 같은 내부 동선을 통해 사유와 고독의 경험을 유도한다. 뒤뷔페는 이 장소를 ‘고독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간주하며 생전 접근을 제한했으나, 사후 재단의 결정에 따라 대중에게 개방되었고 1988년 프랑스 역사기념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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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이처럼 니키 드 생팔과 장 뒤뷔페의 기념비적 작품들은 미술관의 벽을 넘어 관람자의 몸과 감각을 끌어들인다. 그 안에서는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지나가고 머무르며 체험하게 된다. 관람자는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공간 속을 움직이고 탐험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되며 예술은 더 이상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살아볼 수 있는 세계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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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DubuffetPhoto: Han Jisoo 

장 뒤뷔페와 니키 드 생팔이라는 두 작가의 작품이 서로 맞닿는 지점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였다. 평소 두 작가 모두를 좋아했던 터라, 그들의 예술적 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이 컸다. 또한 두 작가의 작품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예술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살아보는 세계가 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두 작가의 실험적 열정과 상상력이 공간 안에서 부딪히고,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긴장과 조화는 전시를 더욱 흥미롭고 특별하게 만들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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