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미술관: 로댕. 자유로운 드로잉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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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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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미술관: 로댕. 자유로운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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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3일 – 2026년 3월 1일
Musée Rodin: Rodin. dessins libres 


1919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오귀스트 로댕이 생전에 거주하던 호텔 비롱(Hôtel Biron)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로댕은 자신의 조각과 드로잉, 수집한 고대 유물을 국가에 기증하고, 이를 호텔 비롱에 보존면서 영원히 그곳에 거주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박물관에는 그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등을 포함한 주요 조각 작품과 약 7천 점에 달하는 드로잉과 습작을 전시한다. 정원이 어우러진 공간은 로댕의 조각을 자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그의 예술적 세계와 창작 과정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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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오귀스트 로댕은 1910년 “나의 드로잉은 내 작품의 열쇠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보편적으로 조각가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열정적인 드로잉 작가이기도 했다. 평생에 걸쳐 제작된 약 1만 점의 작품 중 7천여 점이 현재 뮤제 로댕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의 방대한 드로잉 가운데 약 70점을 엄선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댕의 또 다른 면모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드로잉 실천을 조명한다. 여섯 개의 주제 섹션은 로댕이 발명한 다양한 표현 방식을 탐구하며, 단테의『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검은 드로잉, 성숙기의 밝은 드로잉, 그리고 말년의 색채 실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다룬다.

41218023cb0549342dba5a70bc96a281_1769398854_9795.png ⓒ Musée RodinPhoto: Han Jisoo 

조합과 단편의 미학, 연작에 대한 취향, 제스처의 가시화, 움직임에 대한 탐구,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는 반복의 미학은 형태와 색채의 순수한 언어를 탄생시켰다. 이는 로댕을 근대성의 최전선에 위치시키는 요소다. 조각과 마찬가지로, 드로잉은 로댕에게 형식적·기술적·표현적 실험이 집약되는 장이었다. 로댕의 드로잉 가운데 조각이나 기념비 제작을 준비하기 위한 것은 극히 드물다. 물질로부터 해방된 드로잉은 로댕에게 완전한 자유가 허용된 실험실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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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1854년부터 1857년까지 ‘쁘띠 에콜’이라 불린 특수 드로잉 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기억에 의한 드로잉을 배웠을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도록 장려받았다. 젊은 로댕의 관심사에서 고대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파르테논 신전 프리즈 판화를 모사하고, 고대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을 세밀하게 그렸으며, 때로는 수채로 채색하기도 했다. 또한 원근 표현에 공을 들여 고대 빌라를 묘사했고, 루브르를 자주 찾으며 모사 연습을 거듭했다. 이러한 초기의 고대 유산에 대한 몰입은 그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는 핵심적인 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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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로댕의 건축에 대한 관심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며, 작은 스케치북에 남겨진 수많은 크로키로 드러난다. 1876년 랭스 대성당을 방문하며 받은 강렬한 감동 이후, 그는 프랑스 전역을 돌며 기념비적 건축물과 성당, 교회를 탐구했다. 죽을 때까지 그는 기둥, 빛의 효과, 특히 몰딩에 대한 집요한 관찰을 수백 장의 드로잉으로 남겼다. 이러한 몰딩은 조각의 받침대 구상이나 여성 실루엣으로도 이어진다. 로댕은 건축을 유기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는 늘 인간의 몸에서 건축적 측면을 찾고자 했다. 이러한 오랜 열정은 고딕 건축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 보존을 옹호한 저서『프랑스의 대성당들(Les Cathédrales de France)』(1914)에서 정점을 이룬다.

41218023cb0549342dba5a70bc96a281_1769398882_7251.png ⓒ Musée RodinPhoto: Han Jisoo 

1880년, 로댕은 파리에 설립 예정이던 장식미술관을 위한 장식문 제작을 의뢰받는다. 이 문은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부조로 장식될 예정이었다. 로댕은 연옥과 천국보다 지옥편에 강하게 매혹되었고, 이로부터 ‘검은 드로잉’ 연작이 탄생했다. 이 명칭은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이 붙인 것이다. 이 드로잉들은 고통스러운 도상과 어두운 색조로 특징지어진다. 배경이나 일화적 요소 없이, 절규하는 입, 비극적인 그림자, 경련하는 육체들이 겹겹의 흑연, 잉크, 과슈를 통해 구축된 끔찍한 혼합(horrible mélange)을 이룬다. 이로써 만들어진 강렬한 시각적 충돌은 로댕만의 독창적인 지옥 세계를 생생하고 강렬한 극적 밀도로 드러낸다.

41218023cb0549342dba5a70bc96a281_1769398890_6119.png ⓒ Musée RodinPhoto: Han Jisoo 

1890년대, 로댕의 드로잉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이전까지는 고전적 구도와 정형화된 포즈에 따라 그렸다면, 이 시기부터는 살아 있는 모델을 자유롭게 관찰하며 움직임과 즉흥성을 포착하려고 한 것이다. 옷과 머리카락은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겹치고, 형태는 단순화되며, 색조도 분홍과 노랑의 워시로 제한된다. 미술사학자 커크 바네도(Kirk Varnedoe)는 이 시기의 드로잉을 ‘전환기의 드로잉(dessins de transition)’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로댕이 전통적 학문적 규범을 벗어나 형태, 움직임, 표현의 새로운 길을 탐구했다고 평가했다. 드로잉은 단순한 습작이 아니라 조각 작업으로 나아가기 전 로댕이 실험과 혁신을 이어간 중요한 시기를 보여주는 작품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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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1890년대 말에 이르러 종이의 크기는 커지고, 잉크는 사라지며 흑연 연필과 수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로댕은 먼저 종이를 보지 않은 채 몇 분 만에 연필로 인물을 스케치한 뒤, 이 즉흥적인 첫 드로잉을 수정하고 다시 다듬는다. 실루엣은 트레이싱되고, 오려지고, 뒤집히며, 채색을 입고, 새로운 구성 안에서 재조합된다. 조각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댕은 조합과 연작성을 하나의 창작 원리로 끌어올린다. 그는 하나의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맥락을 바꾸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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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그 결과 머리와 사지가 제거된 여성의 몸은 고대의 항아리, 바위, 혜성과 같은 또 다른 형상으로 재구성된다. 동일한 형태가 종교적, 신화적, 문학적, 혹은 시적인 의미로 끊임없이 변주되며, 로댕은 어느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지 않았다. 관람자나 작품을 대하는 사람마다 그 모티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도록 의미를 남겨둔 것이다. 
41218023cb0549342dba5a70bc96a281_1769398919_3388.png ⓒ Musée RodinPhoto: Han Jisoo 

1900년대에 들어서며 로댕은 색채에 결정적인 비중을 부여한다. 빠르게 스케치된 실루엣 위에는 복합적인 색의 덩어리가 덮인다. 이 자의적인 색조는 현실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채의 유동성과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이 만들어낸 얼룩과 후광으로 이루어진 시적 언어로 세계를 전이시키려는 시도다. 로댕은 색을 자유롭게 다루며 인물을 둘러싸기도 하고, 때로는 형상을 거의 덮어버리기도 한다. 이 자유로운 색채의 실험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독립적으로 색을 탐구하는 그의 시도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20세기 단색화에서 볼 수 있는 색채 실험을 미리 예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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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평생 드로잉에 몰두했던 로댕의 창작 여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무수한 선과 얼룩, 즉흥적인 흔적들은 조각에서 느낄 수 있는 형태의 힘과 함께 또 다른 매혹을 선사한다. 로댕의 드로잉이 조각을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라 독립적인 예술로서 전시된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조각 작품이 함께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로잉만으로도 그의 창작 세계와 실험 정신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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