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발자크: 알레친스키, 발자크, 피카소, 로댕… 창작의 불타는 길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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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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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발자크: 알레친스키, 발자크, 피카소, 로댕… 창작의 불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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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9일 – 2026년 3월 15일
Maison de Balzac: Alechinsky, Balzac, Picasso, Rodin... les voies ardentes de la création 


메종 드 발자크는 오노레 드 발자크가 『인간 희극』의 주요 작품들을 집필하던 실제 거주지로, 그의 창작 노동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1840년대 발자크가 머물며 집필에 몰두했던 이 집은 사후 파리 시에 의해 보존되어 작가의 서재와 생활 공간, 원고와 판본, 초상과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문학 미술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발자크의 글쓰기 과정과 수정, 집요한 작업 윤리를 조명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하며, 문학과 미술, 창작 행위 전반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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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현재 진행중인 특별전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창작에 이르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발자크의 집요한 수정과 집필 노동을 출발점으로, 로댕의 수많은 발자크 습작, 피카소의 반복된 초상 변주, 알레친스키가 수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되묻는 작업을 함께 소개하며 재능을 즉흥성으로 환원하기보다 반복과 탐색, 실패를 견디는 시간으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문학과 미술을 가로지르며 창작이란 끊임없는 노동과 질문의 축적임을 조명한다.
 e0a6f4727a8ec0ff4e495c5e04820672_1769097251_2866.jpg ⓒ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발자크의 완벽주의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첫 문학 작품인 『크롬웰』의 원고는 젊은 시절의 시행착오와 불안정한 문체를 보여주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발자크는 글을 끊임없이 다듬어 갔고, 마흔을 넘긴 나이에 이르러 마침내 자신만의 확고한 문체를 확립했다. 그 결과 그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프랑스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은 오래전부터 발자크의 작업 방식을 조명해 왔으며, 이는 한 작품이 출간된 이후에도 다시 돌아와 문장을 손보고 구조를 재정비하는 끝없는 집필 태도로 드러난다. 그의 완성에 대한 열망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고 그 집요함은 오늘날까지 발자크 문학의 핵심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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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17세기 이후 크게 변화해 왔다. 오늘날 우리는 예술을 볼 때 그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보다는 얼마나 잘 완성되었는지에 먼저 주목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로, 멋진 경기나 동작은 칭찬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오랜 연습과 반복의 시간은 쉽게 잊는다. 그래서 재능은 오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마치 타고난 감각이나 순간적인 영감처럼 이해되곤 한다. 같은 맥락에서 발자크의 핵심적인 재능은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경이로울 정도의 노동 능력과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에 대한 갈증에 있다. 이번 전시는 노동과 창작의 관계를 성찰하며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유사한 엄격함을 지닌 예술가들을 발자크와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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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로댕의 거대한 발자크 조각상은 7년에 걸쳐 제작된 최소 120점 이상의 버전이 선행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약 20점을 선보인다. 로댕은 발자크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점토와 종이 위의 수많은 습작과 시도는 작가의 외형과 태도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려는 철저한 조사에 기반하고 있다. 로댕이 추구한 것은 현실의 발자크와 『인간 희극』의 작가로서의 발자크를 동시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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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로댕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 정적인 자세와 움직이는 순간, 비만하거나 마른 모습, 미소 짓거나 진지한 표정 등 수많은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러한 다양성은 로댕이 자신의 예술적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매번 다른 방향으로 탐색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하나의 초기 구상을 바탕으로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 발자크의 방식과 대조적이다.
 e0a6f4727a8ec0ff4e495c5e04820672_1769097307_9336.jpg ⓒ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로댕과 발자크의 창작 방식이 서로 다르듯, 피카소의 작품도 또 다른 창작의 경로를 보여준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삽화가들의 작품은 비교적 확립된 도식을 따르지만, 그 역시 방대한 사전 연구의 결과다. 스케치북과 준비 드로잉, 습작과 버려진 드로잉들은 작품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가가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 고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형태를 찾으려 했다는 흔적이다.


e0a6f4727a8ec0ff4e495c5e04820672_1769097320_5616.jpg ⓒ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피카소의 발자크 초상 연구는 이러한 태도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다. 발로통, 마르케, 드랭, 자코메티 등 다른 현대 작가들이 대개 한두 점의 드로잉에 그쳤던 것과 달리, 피카소는 열 점이 넘는 변주를 시도하며 엽서나 다른 판화 형식 위에서도 동일한 모티프를 반복했다. 단순화하거나 밀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며 그는 점진적인 변형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 도달한다.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는 작품들 역시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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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올리비에 블랑카르(Olivier Blanckart)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 예술가로, 조각가이자 자화상 사진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도 창작 과정의 복잡성은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는 작품들 속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의 연작 「Moi en…」 중 발자크와 관련된 사진에서, 탐구 과정은 이미 충분히 숙고된 공식 주위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가장 적절한 표현이 나타날 때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자신을 발자크로 재현하기에 알맞다고 생각되는 체격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며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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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피에르 알레친스키(Pierre Alechinsky)는 또 다른 형태의 창작을 보여준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로, 주로 회화와 판화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표현을 탐구해 왔다. 그는 액션 페인팅과 리트라크 화법을 접목한 실험적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하나의 주제를 오랜 시간 반복하고 변주하며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작품에 시간적 깊이와 다층적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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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알레친스키는 1987년 발자크의 글 『현대적 흥분제에 관한 논고(Traité des excitants modernes)』 삽화를 의뢰받아 1989년 동판 아쿠아틴트 연작을 제작했다. 그러나 처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더 깊은 인쇄 효과를 위해 이를 리놀륨 판으로 옮기고 비어 있던 부분을 에칭으로 채우는 등 수정과 보완을 반복했다. 완성된 판화는 이후 템페라와 아크릴로 화려한 테두리를 덧입히며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이렇게 한 주제를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다루며, 반복과 변주를 통해 작품을 계속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긴 제작 과정을 보여주며, 초기 실험부터 1991년 재각(再刻), 2009년 템페라, 2022년 아크릴 재작업까지 작품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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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BalzacPhoto: Han Jisoo 

이번 발자크의 끝없는 수정과 집필 노동을 출발점으로, 로댕의 수많은 발자크 습작, 피카소의 반복되는 초상 실험, 알레친스키가 수십 년에 걸쳐 되묻는 하나의 이미지가 이어지며 창작이란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화려하기보다 절제되어 있고 규모는 크지 않고 동선도 짧은 편이다. 다만 전시의 핵심 개념이 연출을 통해 충분히 풀어지기보다는 관객의 해석에 많이 맡겨져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다소 심심하게 지나갈 수 있다. 강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발자크와 여러 예술가들의 반복적 작업과 치열한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로, 관람객에게 창작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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