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국립도서관(프랑수아-미테랑) : 콜레트의 세계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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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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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도서관(프랑수아-미테랑) : 콜레트의 세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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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nF (François-Mitterrand) : Les mondes de Colette
2025년 9월 23일 – 2026년 1월 18일

프랑수아-미테랑 국립도서관(BnF)은 세느강 좌안에 위치한 현대적 건축물과 방대한 자료 컬렉션을 자랑한다. 도서관은 단순한 서적 보관을 넘어 프랑스와 세계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문학, 역사,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 원고, 신문, 잡지, 사진, 판화, 지도, 음반 등 수천만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디지털 아카이브와 온라인 검색 시스템을 통해 연구자와 일반인 모두에게 접근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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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현재 이곳에서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 1873–1954)를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는 콜레트의 소설, 원고, 사진, 회화 자료를 통해 그녀의 삶과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한 여성 작가의 문학적 여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300점이 넘는 전시품과 함께 시대를 앞서간 한 여성의 세계를 조명하며, 앙드레 뒤누아예르 드 세공자크(André Dunoyer de Segonzac), 라울 뒤피(Raoul Dufy), 에밀리 샤르미(Émilie Charmy), 루이즈 에르비외(Louise Hervieu) 등의 작품과 함께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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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또한 전시된 책의 원고는 수많은 공연 사진과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키스 반 동겐(Kees Van Dongen)의 회화와 어우러져 콜레트의 문학적 세계를 풍성하게 보여준다. 그녀의 삶과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성성, 정체성, 해방, 자연, 욕망 같은 주제들은 오늘날에도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고 생생하다. 콜레트의 글 속 인물들과 자전적 글쓰기는 신선하고 대담했으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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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콜레트는 소설가, 저널리스트, 시나리오 작가, 배우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한 인물이다. 그녀는 특히 자유로운 문체와 감각적인 묘사, 여성의 삶과 욕망을 솔직하게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콜레트의 글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어머니 시도(Sido)라고 할 수 있다. 콜레트는 어린 시절 부유한 시골 가정에서 자랐지만 1891년 가족의 재정 위기로 집을 떠나야 했고 이런 경험이 그녀의 문학적 상상력에 깊이 새겨진 것이다. 어머니 시도는 자연과 인간, 일상의 세밀한 관찰을 중시하는 인물이었고 콜레트는 어머니의 관찰력과 감각적 경험을 글로 재창조하며 성장했다. 대표작 『클로딘 집에서(La Maison de Claudine)』는 어머니와 가족,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로 콜레트가 개인적 경험을 문학적 작품으로 변형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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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물론 콜레트와 어머니의 관계가 늘 화목하지만은 않았다. 어머니는 엄격하고 규율을 중시하는 인물이었고 콜레트는 그런 제한 속에서 자유로운 감각과 개성을 키워야 했다. 실제로 일부 작품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반발, 긴장감이 섞여 나타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복잡한 관계가 콜레트의 글쓰기에 결정적인 영감을 줬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세밀한 관찰력과 자연, 인간에 대한 감각은 글 속에 녹아 들어가면서 사랑과 반발이 뒤섞인 문학적 자원으로 작동했다. 그 긴장과 갈등 덕분에 콜레트의 글이 훨씬 생생하고 깊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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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콜레트는 공쿠르상 심사위원단의 유일한 여성 의장이었으며, 레지옹 도뇌르 훈장과 국장(國葬)의 영예를 받으며 대중적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문학 동료들의 인정을 얻었다. 20세기 전반기 내내 방대한 작품을 남겼는데, 1921년부터 자신의 책에 오직 ‘콜레트’라는 이름만을 사용하며 글쓰기와 삶이 긴밀히 맞물린 세계를 구축했다. 콜레트의 독특한 글쓰기는 식물·동물·인간을 포함한 삶의 모든 움직임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자유롭고 관찰적인 시선에서 비롯된 특성 덕분에 폭넓은 독자의 사랑을 얻었다. 그녀의 작품은 허구와 자서전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설과 모순을 품어 독자에게 사고와 감각의 경험을 동시에 제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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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콜레트의 글 속에서는 여성과 남성 독자 모두를 아울렀는데 다양한 인간 양상이 꾸밈없이 드러나며, 욕망, 모성, 사회적 제약과 자유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한 세기 동안 여성에게 가해진 제약과 폭력 속에서도 독립적 삶을 추구한 한 여성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벨 에포크 시기를 배경으로, 그녀는 모든 계급의 여성들이 생계를 꾸리고 독립을 얻고자 했던 여정을 섬세하게 그리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주인공을 통해 작품에 여성적 성장소설의 차원을 부여했다. 특히,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와 같은 당대 여성 독자들은 콜레트의 소설, 저널리즘, 에세이에서 현실과 허구가 맞닿은 생생한 세계와 용감하게 탐구된 인간 조건의 초상을 확인하며 그녀의 작품이 전하는 자유와 관찰의 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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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콜레트의 작품에서 쾌락, 욕망, 사랑은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인간 경험을 구성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그녀는 성과 젠더, 인간관계의 복합성을 솔직하게 탐구하며 자유로운 성적·연애적 경험과 전통적 남녀 구분 사이의 긴장 속에서 인간 조건을 포착한다. 심지어 노년기의 욕망, 육체, 신체적 고통까지 포함해 삶의 모든 단계에서 관찰된다. 커플과 사랑의 문제는 그녀 문학의 핵심 축이었는데,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가 1829년에 쓴 『결혼의 생리학(Physiologie du mariage)』에서 영감을 받아, 남녀관계와 사랑을 해부했다. 발자크적 시선으로 관계의 국면, 육체적 끌림과 그 부재, 긴장과 비언어적 폭력까지 세밀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접근은 결혼이나 사회적 관습에 대한 단순한 평가를 넘어,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자유를 어떻게 인식하고 실현하는지를 탐구하게 한다. 그녀의 글은 현실과 허구,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규범 사이를 넘나들며 욕망과 사랑이 개인과 사회를 관통하는 힘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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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콜레트가 1954년 사망할 때 재산과 모든 자료를 남편 모리스 구드케(Maurice Goudeket)에게 주었으나, 일부 원고는 선물이나 필요에 따라 분리되어 완전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구드케는 생전에 콜레트의 원고와 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제본했으며, 일부 제본본은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60~70년대에는 콜레트의 주요 원고, 타자본, 초안 등이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 기증 및 매입되면서 컬렉션의 핵심이 형성되었고 이후 추가 기증과 구매를 통해 다양한 편지, 연극 각색본, 초안 등이 보완되었다. 이 자료들은 콜레트가 계획 없이 영감을 따라 글을 쓰며 등장인물과 상황을 글 쓰는 과정에서 발전시켰다는 점을 보여준다. 초안은 종종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으며, 구드케는 다양한 버전을 모아 제본본을 구성함으로써 작품의 완성 과정과 콜레트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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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학부 시절 콜레트의 책 Sido를 통해 개인적 경험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공부했다. 그때의 배움이 이번 전시를 마주하며 다시 떠올랐다. 콜레트는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 가족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겪은 경험들을 세밀하게 텍스트로 옮기며, 삶과 글쓰기를 긴밀하게 연결했다. 그 결과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회고나 허구를 넘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감각과 기억, 욕망과 인간관계의 미묘한 결을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한 세기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독자에게까지 울림을 주는 현대성은 그녀가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관찰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콜레트의 작품을 더 많이 접하지 못한 아쉬움과 동시에, 앞으로 그녀의 글을 차근차근 읽으며 그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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