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하수도 박물관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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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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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수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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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es Égouts de Paris



"파리 아래 또 다른 파리가 있다. 하수구의 파리, 그 곳에도 거리, 교차로, 광장, 막다른 길, 동맥이 있으며, 오가는 것은 인간의 형체가 없는 진흙이다."  빅토르 위고, 『리바이어던의 창자』


« Paris a sous lui un autre Paris ; un Paris d’égouts ; lequel a ses rues, ses carrefours, ses places, ses impasses, ses artères, et sa circulation, qui est de la fange, avec la forme humaine de moins. »  Victor Hugo, L’Intestin de Lévi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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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수도 박물관은 그 자체로 굉장히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파리를 생각할 때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상징적인 장소들을 떠올리지만, 하수도 박물관은 도시의 화려한  이면에  실제로 이 도시가 어떻게 기능하고 유지되는지 알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화려한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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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수도 시스템은 14세기부터 시작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19세기 오스만 남작이 도시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역사적인 흐름을 하수도 안에서 직접 탐험하면서 파리의 발전 과정을 느낄 수 있다. 파리의 거리 위에서 느낄 수 없는 도시의 깊은 역사와 기술의 진보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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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는 우리 일상 속에서는 평범하지만 박물관의 주제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 박물관에서는 하수 처리, 물 관리, 위생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의 순환 과정과 현대 도시에서 물 자원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며,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시스템들이 어떻게 구축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특히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이곳은 매우 의미 있는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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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는 도시의 위생과 공중보건을 유지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과 폐수를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전염병이 퍼질 위험이 커지며, 도시 전체의 건강과 위생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수도는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고 깨끗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하수도 시스템은 폐수를 정화해 오염을 줄이고 깨끗한 물을 자연으로 돌려보고 홍수와 침수 방지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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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수도의 역사와 도시의 역사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하나의 진화는 다른 하나에 영향을 미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18세기 말, 하수도는 오염된 상태였고, 그 결과 파리는 질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19세기와 기술적 진보를 거치면서 하수도는 점차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변모했고, 오늘날 하수도는 지하에 2,600km에 달하며, 매년 3억 m³ 이상의 빗물과 오수가 이 통로를 통해 흐른다고 한다. 이 물들은 정화를 위해 펌프를 통해 운반되고 최근에는 식수, 전기 뿐만 아니라 광섬유망과 같은 다른 배관과 회로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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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던 점은 하수도 박물관 설립 훨씬 이전인 1867년부터 하수도 견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 만국 박람회가 열리면서 이 견학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지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파리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상상력까지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하수도는 단순히 어둡고 더러운 통로가 아니라, 악당의 활동 무대 같기도 하고, 미로처럼 얽혀 있어 그 속에서 소설 속 인물이나 환상적인 인물들을 만날 것만 같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하수도에 내려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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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수도 박물관은 에펠탑과 가까이 위치해 있는데 그동안 파리 지상의 아름다움에 취해 무심히 지나쳐왔지만, 이곳에서 비로소 파리라는 도시가 어떻게 숨 쉬고, 살아가는지를 본질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 동안 당연시했던 도시 인프라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며 파리 하수도를 실제로 거닐며 수 세기에 걸친 하수도 시스템의 발전이 도시의 생존과 발전에 얼마나 필수적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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