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미술관: 보이지 않는 신체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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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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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미술관: 보이지 않는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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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5일부터 2025년 3월 2일까지

Musée Rodin : Corps In•visibles



1919년에 개관된 로댕 미술관은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약 6,600점의 조각품과 8,000여 점의 드로잉과 사진을 소장하고 있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들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들이 있다. 건물 자체가 아름다운 18세기 건축물로 미술관의 내부와 외부 모두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아름다운 정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정원에도 여러 대형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다. 로댕이 표현한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조각의 혁신적 기법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로댕의 제자인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로댕의 예술 세계뿐만 아니라 그가 영향받고 교류했던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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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2024년 가을 로댕 미술관은 ‘발자크를 위한 실내복 연구’를 선보인다. 이 전시는 미술관의 소장 조각품들, 팔레 갈리에라의 19세기 의상들, 프랑스 학술원 도서관의 미공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으며 독특한 실내복을 통해 로댕이 발자크의 신체를 찾기 위한 탐구를 알아본다. 발자크 조각상에서 가려진 신체를 조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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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로댕이 발자크의 신체를 의상을 통해 연구했을 때 발자크는 한마디로 뚱뚱했다고 한다. 로댕은 발자크의 체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재단사를 찾아가 그의 의상을 다시 만들도록 했다. 발자크 전문 재단사와 로댕의 작업 방식을 비교하면서 신체를 조각으로 만들어낼 방식을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발자크의 실측과 기록된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발자크의 외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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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로댕은 발자크를 흙과 석고로 형상화하는 과제에 4년간 매달렸다. 위대한 인물을 작고 뚱뚱한 모습으로 묘사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로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자크가 실내복을 입고 글을 쓰는 이미지를 선택해 넓은 옷자락 아래에 그의 뚱뚱한 신체를 숨기기로 했다. 1896-1897년경 석고로 실제 실내복을 본 뜬 것은 발자크의 신체 대신 발자크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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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RodinPhoto: Han Jisoo   

 


전시는 흑인 여성의 익명상을 조깅 복 차림으로 묘사한 현대 조각가 토마스 J. 프라이스의 작품을 대조하며 마무리된다. 한쪽에는 19세기 말 이상화 된 발자크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21세기 공공 조각상에서 새로운 다양성을 상징하는 익명의 인물인 것이다. 그렇게 발자크 기념비의 창작 과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공공장소에서 신체 표현의 진화에 대한 보다 넓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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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RodinPhoto: Han Jisoo   



로댕 미술관을 가을에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혹은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갔던 기억이 늘 있는데 가을의 미술관은 사뭇 다른 모습을 품고 있었다. 조각과 낙엽, 그리고 저물어가는 노을이 하나의 거대한 풍경화를 그려냈다. 잔잔한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사이로 조각들에 드리워지는 저녁 햇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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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로댕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발자크, 이집트, 그리고 그 외의 주제들이 반복적으로 다루어진다. 물론 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깊이 탐구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가 때때로 지루함이 들 때가 있다. 발자크의 동상이나 상징적 조각들이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은 늘 감탄을 자아내지만 새로운 감동을 주기보다는 과거의 감정을 되새기게 할 뿐이었다. 로댕의 조각은 언제나 압도적이지만 그 너머의 이야기가 항상 새롭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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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RodinPhoto: Han Jisoo   



로댕 미술관 뮤지엄샵에 가면 ‘생각하는 사람’ 조각 지우개를 판다. 단순한 문구 용품이 아니라, 사색의 동반자로서 로댕의 깊은 고찰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이니 소개해 본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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