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델 박물관: 로댕 / 부르델 - 맞대결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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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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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델 박물관: 로댕 / 부르델 -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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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Musée Bourdelle : Rodin / Bourdelle. Corps à corps



부르델 박물관은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이 실제로 거주하고 작업하던 아틀리에였고, 현재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며 조각가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부르델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적 과정, 작업 스타일, 그리고 그가 후대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까지도 다루며, 부르델의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줘서 즐겨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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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또한 여기는 정원에도 부르델의 조각들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 속에 배치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정원 곳곳에 흩뿌려진 듯한 조각들이 마치 자기들을 찾아보라는 듯 관람자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그 속에 깃든 조각가의 정교한 손길과 우연히 마주치는 조각이 품고 있는 시간의 깊이를 느끼며, 예술이란 삶의 매 순간 속에 스며드는 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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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이번 특별 전시회 « 로댕 / 부르델 - 맞대결 »은 오귀스트 로댕과 그의 제자 앙투안 부르델의 예술적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두 조각가의 조형적 발전을 보여준다. 이 두 예술가의 관계는 160점 이상의 작품으로 (조각 96점, 드로잉 38점, 회화 3점, 사진 26점) 대규모 전시를 통해 구성된다. 두 예술가의 우정, 교류, 그리고 그들의 예술적 차이와 대립까지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그리고 현대 조각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대조적인 시각을 4개의 주요 섹션으로 나눠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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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앙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 1861-1929)은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15년 동안 로댕의 작업실에서 조수로 일했다. 로댕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발전시켰고 로댕은 이런 부르델에게서 예술적 선구자의 면모를 보았다고 한다. 부르델은 고전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그의 조각은 대체로 인체의 형태를 강조하며, 역동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형태의 기하학적 구성과 역동성을 중요시하며, 현대 조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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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첫 번째 섹션 ‘조각 재료의 본질 (L'âme du matériau)’ 에서는 부르델이 로댕의 조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기를 다룬다. 부르델은 15년 동안 로댕의 조수로 일하며 대리석을 다듬는 일을 담당했고 특히, 부르델이 로댕의 '이브'와 같은 대형 조각을 통해 배운 재료의 특성과 조각의 물질성을 강조한다. 이 섹션은 두 예술가가 대리석과 석고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조각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했는지와 예술적 표현을 완성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게다가 두 남자가 대리석에 대한 매혹과 미완성의 미학에 대해 서로 공유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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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로댕과 부르델은 조각에서 '미완성' 을 중요한 미학적 요소로 다루었다. 로댕은 조각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남겨두는 방식을 통해 작품에 생명력과 역동성을 부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대리석 표면에 예술가의 손길을 그대로 남겨 완전함이 아닌 불완전함 속에서 더 큰 예술적 가치를 찾았던 것이다. 부르델 역시 이런 로댕의 미완성의 미학을 이어받아, 조각을 다듬는 과정에서 일부러 완전한 형태를 벗어나고 자연스러운 결함과 불완전함을 강조하며, 그 속에서 진정성과 감동을 추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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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미완성으로 남겨두는 것도 하나의 대단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더라도 끝까지 완성하려는 욕심과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완성의 압박을 버리고, 불완전함 속에서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다는 것에서 미완성은 단순한 부족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미적 완성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예술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표현 속에서 진심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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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두 번째 섹션 ‘단편의 미학 (Esthétique du fragment)’은 단편적 조각의 미학에 초점을 맞춘다. 로댕이 처음으로 인물의 신체 일부인 머리, 손, 상반신을 독립적인 조각 요소로 승화시키며 이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간주한 혁신적 시각을 탐구한다. 로댕과 부르델 모두 가면과 손 같은 신체의 일부분을 통해 강력한 감정과 상징을 표현했다. 특히 로댕의 '신의 손'(La Main de Dieu 1898-1902)과 부르델의 '절망의 손'(la Main désespérée 1900) 과 같은 작품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감정을 담고 있으며, 조각에서 신체 일부분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이 섹션은 또한 두 조각가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을 어떻게 재해석했는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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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전시장 곳곳에 있는 두 조각가의 얼굴이 그려진 캡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귀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각자의 특징이 강조된 얼굴 속에서, 그들의 창작 여정과 감동적인 관계가 함께 스며들어, 관람객에게 둘 사이의 친밀한 교감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전시 속 예술적 논의를 친근하게 풀어내며 관람객이 조각가들을 더 쉽게,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 준 점이 돋보였다.



ffa34373ea3552893902bcf1d11a087e_1728407691_5601.jpg ⓒ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번째 섹션 ‘기념비적 조각 (Le monument(al))’은 기념비적인 조각이 어떻게 공간을 확장하고 조각과 건축을 연결하는지를 알아본다. 로댕의 '지옥의 문(Porte de l’Enfer )'과 '발자크 기념비(Monument à Balzac)'와 부르델의 '샹젤리제 극장(Façade du Théâtre des Champs-Élysées)'의 외벽 장식과 '프랑스 기념비(Monument de La France)'가 대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로댕은 생동감 넘치는 조각을 통해 감정과 역동성을 표현하는 반면, 부르델은 기하학적 형태와 통제된 비율을 통해 조각을 구조화하고 공간에 배치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부르델은 특히 조각의 받침대(Socle)를 단순한 기반이 아닌 작품의 일부로 취급하며, 조각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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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마지막 섹션 ‘변형과 융합 (Métamorphoses et hybridations)’ 에서는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동물, 식물, 인간의 형상을 융합한 켄타우로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생명체를 탐구한다. 로댕과 부르델 모두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자연의 결합을 표현했다. 로댕은 다양한 신화적 존재들을 혼합하고 자유로운 조합을 통해 에로티즘과 창조성을 강조한 반면, 부르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결합을 중시하며, 신화 속 인물들의 변형 과정을 작품으로 나타낸다. 이 섹션은 두 조각가가 고대 신화에서 얻은 영감을 현대 조각의 표현으로 발전시킨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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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로댕의 '걷는 사람(l’Homme qui marche)'에서 비롯된 서 있는 인물의 주제를 조명한다. 이 섹션에서는 부르델의 팔 없는 자화상(l’Autoportrait sans bras), 앙리 마티스의 '농노(Le Serf )', 제르맹 리시에(Germaine Richier) '걷는 사람(L’Homme qui marche )',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광장을 가로지르는 사람(l’Homme traversant une place)' 등 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로댕의 표현주의적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로댕과 부르델의 영향력 아래에서 현대 조각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이를 통해 형태의 단순화와 인간의 본질적 표현을 강조한 작품들이 탄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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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a34373ea3552893902bcf1d11a087e_1728407880_337.jpgⓒ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이번 « 로댕 / 부르델 - 맞대결 » 전시는 두 예술가의 교류가 마치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처럼 다가왔다. 내가 조각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각도에 따라 드러나는 새로운 면모와 형태의 변화는 감상의 깊이를 더해준다. 또한 예술가의 손길이 직접적으로 담긴 흔적이 남아 있어, 예술가의 숨결과 정서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작품 표면의 질감, 재료의 무게감, 그리고 형태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기술이 모두 전달되기 때문에, 조각은 단순히 시각적인 예술을 넘어 촉각적 경험까지 포함한다. 이런 이유로 조각은 다른 표현 방식에 비해 예술가와 직접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장르다. 작품 속에 담긴 인간적 온기와 예술적 열정이 더욱 진하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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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Bourdelle, Photo: Han Jisoo 


로댕과 부르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시선과 감성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고찰하게 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에게 영감이자 도전이 되어,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과정을 목격한 듯 마음이 따뜻했다. 단순히 스승과 제자라는 수직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예술적 세계를 탐구하고 확장하며 예술적 동반자로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지지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현재 두 사람은 이제 스승과 제자를 넘어 동등한 예술가로서 세상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예술적 유산을 나누면서도 각자의 독창성을 잃지 않는 관계를 보며, 예술이란 결국 서로를 비추고 이끌어주는 여정임을 깨닫는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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