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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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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 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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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4일 - 2025년 1월 13일 

Centre Pompidou : Surréalisme 


 


퐁피두 센터의 새 전시 "초현실주의"는 1924년부터 1969년까지의 예술 작품들을 돌아보고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문 출간 100주년을 기념한다. 전시는 나선형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대여한 초현실주의 선언문의 원고가 전시된다. 특히 전시의 중심에서 앙드레 브르통의 목소리가 퐁피두 센터 음향 팀의 인공지능 기술로 재현되어 그의 목소리를 통해 초현실주의 선언문의 기원과 의미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하고 전시에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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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전시의 경로는 연대순과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운동에 영감을 준 문학적 인물들(로트레아몽, 루이스 캐롤, 사드 등)과 시적 상상력을 구조화하는 주제 (예술가-매개체, 꿈, 철학자 돌, 숲 등)를 다루는 13개의 챕터가 마련되어 있다. 퐁피두 센터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다양한 예술 분야를 복합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인데 역시나 이번 전시도 회화, 드로잉, 영화, 사진 및 문학 자료를 결합하여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주요 공공 및 개인 컬렉션에서 가져온 초현실주의의 상징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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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전시의 주제를 따라가면서, 초현실주의 운동의 문학적 차원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 초현실주의 문학 수업을 들었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무척 반가웠다. 앙드레 브르통, 만 레이, 필립 수포, 루이 아라공 같은 작가들을 접하며 초현실주의 문학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을 넘어, 예술과 인간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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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초현실주의는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예술 및 문학 운동으로, 현실 세계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무의식, 꿈, 상상력,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강조하며 인간의 내면 세계와 상상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이성이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세계, 즉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더 깊이 살펴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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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초현실주의 운동의 창시자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1924)’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이성의 제약에서 벗어나 창작하는 '자동기술법' 을 제시했다. '자동기술법' 이란 의식적 사고를 배제하며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흘러나오는 글을 쓰는 방식으로, 초현실주의 문학의 핵심 기법이다. 작가나 예술가가  본능과 무의식에서 나오는 충동에 따라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창의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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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865)>  또한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문학이다. 이 이야기는 현실의 규칙을 깨부수고 비논리적이며 꿈같은 모험을 통해 초현실주의자들이 추구하는 상상력의 세계를 묘사한다. 초현실주의 문학은 단순히 예술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정치적 운동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기존의 자본주의, 제국주의, 파시즘 등 사회적·정치적 체제를 비판하며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예술이 단순히 미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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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초현실주의 회화의 대표적인 작가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의 초현실주의적 상상력과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심리적 상태를 시각화한 대표작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는 꿈과 무의식을 탐구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기괴한 장면들을 표현하고 꿈속에서나 가능한 상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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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초현실주의자들은 꿈과 무의식이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낸다고 믿었으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술을 통해 무의식 속에 억압된 욕망이나 두려움을 드러내고 현실 세계의 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열어갔다. 당시 사회가 추구하던 합리주의와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저항이자, 인간 내면의 더 깊은 진실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특히,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 아이설 커훈 (Ithell Colquhoun), 도라 마르 (Dora Maar)등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무의식적 상상력과 내면 세계를 표현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높인 여성 예술가들의 참여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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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초현실주의는 미술, 문학,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회화나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표현했으며, 이로 인해 예술 표현의 형태와 방식이 크게 다양해지고 전통적 규범을 깨는 창조적 실험들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초현실주의의 혁신적 사고와 표현 방식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현대 예술과 문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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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초현실주의 전시를 보고 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퐁피두 센터의 기획력이었다. 전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현실주의의 철학과 역사적 맥락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문학과 예술을 하나로 엮어낸 기획 의도가 깊이 와닿았다. 초현실주의는 본질적으로 예술과 문학을 통합하는 운동인데, 이번 전시는 그 만남을 매우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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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안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원고가 전시된 중앙 공간은 초현실주의의 출발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고, 이를 통해 예술과 문학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꿈과 무의식, 비논리적인 상상력을 다룬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문학적 서사와 함께 전시된 구성은 예술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초현실주의가 추구한 방향을 감각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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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퐁피두 센터의 기획은 문학과 예술이 서로 서로를 확장되는 관계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서 꿈과 현실이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초현실주의 세계관 속에 푹 빠져 작품을 감상하다가도, 곳곳에 나타나는 창문들이 나를 다시 현실 세계로 데려다 놓았다. 초현실주의가 추구했던 ‘이성과 무의식의 융합’이 그 자체로 이루어졌고,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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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ntre Pompidou, 사진 한지수   



한편, 퐁피두 센터는 정기적으로 상설 전시실을 단장하여 새로 수집한 작품을 선보이고 공유함으로써 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자극하고 일깨워 주는데, 현재 한국의 방혜자(1937-2022) 선생님 방이 마련되어 있다. 2022년 작고하신 후 작가의 가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미술사의 독보적인 예술가인 만큼 추상적인 작품 속에서 두 문화가 풍부하게 녹아 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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