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 드 라 포르트 도레: 이주와 기후 – 우리는 어떻게 이 세계에 거주할 것인가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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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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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드 라 포르트 도레: 이주와 기후 – 우리는 어떻게 이 세계에 거주할 것인가

본문

Palais de la Porte Dorée: Migrations et climat-Comment habiter notre monde ? 
2025년 10월 17일 – 2026년 4월 5일

팔레 드 라 포르트 도레는 파리 동쪽에 위치한 과거 성곽의 출입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실제 의미에 맞게 옮기면 ‘황금문 궁전’이다. 1931년 식민지 박람회를 위해 건립된 아르데코 양식의 역사적 건축물로 시대의 이념을 품고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그 유산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장소로 재맥락화되었다. 이 공간에는 프랑스 이주의 역사를 조명하는 국립 이민 역사 박물관(Musée national de l’histoire de l’immigration)과 열대 아쿠아리움(Aquarium tropical)도 들어와 있어 해양 생태계를 전시·보존하며 멸종 위기 종 보호와 환경 감수성 확산이라는 동시대적 과제를 수행한다. 전시와 연구, 공연과 포럼, 그리고 생태 보존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미래의 공존 방식을 모색하는 살아 있는 공공 문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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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진행되는 특별전 「이주와 기후」에서는 방데(Vendée)에서 마요트(Mayotte)까지, 메콩강 삼각주에서 태평양의 섬들까지 자연 현상이 인간과 동물의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예술과 과학, 그리고 개인적 서사가 교차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인식을 뒤흔든다. 내일의 세계를 더 나은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드는데다, 처음으로 박물관과 아쿠아리움 전 공간을 아우르며 선보인다는데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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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점이 넘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일부 미공개 작품을 포함한 예술 작품, 증언, 영상, 인포그래픽, 설치 작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풍부하고 몰입감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어린이 관객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해 주요 쟁점을 놀이적이면서도 교육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학 자문위원회의 엄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기획되어 전문 기관의 데이터뿐 아니라 현지 증언자와 활동가들과의 장기적인 교류를 통해 축적된 이야기들을 함께 제시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현실을 시각적·청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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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생명체가 오랜 세월 환경의 격변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작품, 지도, 증언, 기억의 오브제를 통해 조명한다. 환경과 연결된 이주의 긴 역사를 되짚으며, 오늘날 우리가 이 현상을 바라보는 재현 방식 자체를 질문한다. 기후로 인한 이주는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 인간 사회와 다양한 생명체는 장기적 가뭄, 빙하기, 자연재해, 토양 변화와 같은 환경적 격변 속에서 이동을 강요받아 왔다. 이러한 이동은 단선적인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환경적 요인은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조건과 긴밀히 얽혀 복합적인 동학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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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이주가 인류 역사에서 늘 반복되어 온 일이었다면, 적응 또한 언제나 함께해 온 일이었다. 농업 방식, 거주지의 재배치, 연대의 네트워크, 전통 지식의 재활성화 등 많은 해법은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채 공동체 스스로의 실천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안에는 긴급한 상황을 마주한 인간의 창의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 응축되어 있다. 동시에 더 넓은 차원의 대응도 전개되고 있다. 재난 예방 정책, 도시 재정비, 새로운 권리의 인정, 지역 및 국제 협력 협약 등 제도적 차원의 장치들이 병행된다. 또한 공적 담론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국제법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기후 난민’이라는 개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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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토양 염분화로 인해 농민들이 생업을 전환하거나 수도로 이주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며 경작 가능한 토지가 급감하고, 이미 무력 분쟁으로 강제 이주가 빈번한 상황에서 또 다른 이동을 촉발한다. 한편 프랑스 역시, 특히 마요트와 방데 지역에서 토지 인공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선 재편에 직면해 있다. 이 사례들은 이주가 단지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향하는 급격한 탈출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동은 일시적일 수도, 계절적일 수도, 국내적일 수도 있으며, 점증하는 환경적 압력에 대한 최후의 대응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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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쿠아리움 공간에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양 및 연안 생태계를 뒤흔드는 변화와, 그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 공동체를 조망한다. 세 지역은 기후 변화가 해안선, 자원, 생활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다른 양상으로 드러낸다. 세네갈에서는 남획과 수온 상승으로 인한 수산 자원의 감소가 어업 관행을 변화시키고 해안 공동체를 취약하게 만든다. 태평양에서는 투발루, 키리바시, 바누아투와 같은 저지대 섬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가 잠식되며 생존을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린란드에서는 예측 불가능해진 자연의 움직임이 원주민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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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보고서 속 문장으로 접했을 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기후와 해양의 문제들이 다양한 예술 표현, 인터랙티브 설치와 시청각 증언, 몰입형 영상으로 구성된 전시 방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무겁게만 여겼던 주제가입체적으로 제시되니 이해의 밀도가 달라졌다. 과학적 데이터와 개인의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후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좌우하고 선택을 요구하는 현실이 되었다. 또한 전시의 맥락 안에서 예술과 생태, 현실과 상상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장면을 직접 경험하며, 생각해볼 거리를 남긴 시간이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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