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아 기념관: 시몬 베유. 나의 자매들과 나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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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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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아 기념관: 시몬 베유. 나의 자매들과 나

본문

2026년 2월 10일 – 2026년 10월 15일
Mémoire de la Shoah: Simone Veil. Mes sœurs et moi 


쇼아 기념관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홀로코스트(Shoah, 히브리어로 ‘대재앙’ 또는 ‘완전한 파괴’를 의미) 추모와 교육, 연구를 위한 대표적인 공간이다. 나치 점령기 동안 유럽에서 자행된 유대인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생존자 증언, 아카이브 자료, 사진과 문서를 통해 개인의 삶과 집단적 비극을 함께 조명하는 기억의 장이다. 현재 프랑스 현대사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 시몬 베유(Simone Veil, 1927-2017)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그녀의 정치적 업적뿐 아니라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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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émoire de la Shoah, Photo: Han Jisoo

시몬 베유(결혼 전 이름 시몬 자코브, Simone Jacob)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공적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으며 전쟁 이후 법조인과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1975년 보건부 장관 재임 당시 임신중절을 합법화한 이른바 '베유법(Loi Veil)'을 통과시키며 프랑스 여성 권리 신장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고, 1979년에는 유럽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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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émoire de la Shoah,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시몬 베유의 삶을 통해, 한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집단의 역사로 이어지는지를 되짚어 본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공화국의 상징이 된 시몬 베유를 중심에 두면서도 그녀의 두 자매 드니즈와 마들렌을 함께 조명한다. 세 자매는 모두 전쟁과 강제수용소를 경험했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전시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다비드 테불 (David Teboul)이 기획하였으며, 그가 집필하고 제작한 동명 저서와 영화에서 출발한다. 기억과 전승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그의 작업 세계를 확장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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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émoire de la Shoah, Photo: Han Jisoo

시몬 베유의 삶은 자코브 가족이 겪은 전쟁의 비극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건축가 앙드레 자코브와 화학을 전공했던 이본 자코브 부부, 그리고 다섯 자녀로 이루어진 이 유대계 프랑스 가족은 1920년대 니스에서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이어갔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 점령으로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진다. 1930년대 경제 위기와 정치적 불안, 그리고 점차 심화되는 반유대주의 박해 속에서 그들의 세계는 서서히 균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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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émoire de la Shoah, Photo: Han Jisoo

1944년 3월 말 가족이 체포되면서 각자의 운명은 서로 다른 길로 갈라진다. 시몬 베유는 언니 마들렌(밀루), 어머니 이본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고, 이후 베르겐-벨젠 수용소를 거친다. 어머니 이본은 그곳에서 발진티푸스로 생을 마감하고, 밀루는 생환했지만 전쟁의 후유증을 안은 채 살아가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시몬은 홀로코스트를 살아남아 훗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여성 인권과 유럽 통합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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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émoire de la Shoah, Photo: Han Jisoo

둘째 언니 드니즈는 레지스탕스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지만 끝내 생환한다. 반면 아버지 앙드레와 남동생 장은 1944년 발트해 지역으로 향한 유일한 프랑스 유대인 강제이송 열차인 제73호 수송 열차(Convoi 73)를 통해 추방되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은 한 가족을 하나의 비극으로 끝내지 않고 각기 다른 공간과 시간 속으로 흩어지게 하며 저마다 다른 상실의 기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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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émoire de la Shoah, Photo: Han Jisoo

편지와 일기, 가족사진 등 개인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는 자코브 가족의 평범했던 일상과 전쟁이 남긴 상처를 차례로 보여준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는 대신 한 가족의 시선으로 쇼아를 바라보게 하면서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개인의 삶과 집단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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