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 프랑수아 미테랑관: 상상의 지도들-세계를 창조하기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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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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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도서관 프랑수아 미테랑관: 상상의 지도들-세계를 창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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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4일 – 2026년 7월 19일
Bnf François-Mitterrand: Cartes imaginaires-Inventer des mondes


프랑스국립도서관 미테랑 관은 1996년 개관한 현대적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건축가 도미닉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했다. 4개의 유리-철 구조 탑은 ‘책과 지식의 탑’을 상징하며 각 탑에는 자료 보존과 열람 기능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중앙 플라자는 열람실과 전시 공간을 연결하고 연구자와 일반 방문객 모두 다양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전시, 어린이 프로그램, 워크숍,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다. 현재 상상의 세계를 담은 지도를 탐험하는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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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관람객을 현실과 허구의 경계로 이끄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지도 제작과 상상력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도는 실제 지리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이면서도 세계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상상의 매개로 기능한다. 전시에는 지상낙원, 아틀란티스, 엘도라도, 나르니아 등 다양한 상상 속 공간뿐 아니라 『왕좌의 게임』,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현대 콘텐츠 속 세계도 함께 소개된다. 또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비롯해 기메 박물관,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옥스퍼드 보들리안 도서관, 벨기에 왕립도서관, 바티칸 도서관의 주요 소장 자료가 한자리에 모여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지도와 상상의 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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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전시는 미지의 세계, 전설적 공간, 문학적 세계, 그리고 지도의 주관적·상징적 차원을 따라 네 단계의 흐름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 여정은 미지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지도는 단순한 지리적 선을 넘어, 고대와 종교적 전통에서 비롯되어 중세 백과사전을 통해 전해진 기이한 존재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의 생명체들은 알려진 세계의 경계를 채우며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상상이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보여준다. 18세기에 이르러 실제 지리 정보가 정교해지면서 점차 사라진 상상 속 존재들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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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미지의 세계를 그린 지도는 과거 사람들이 지식과 상상을 결합해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방식을 보여준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지도에는 확인되지 않은 땅과 괴물 같은 상상 속 존재들이 함께 등장하는데, 이는 현실을 설명하려는 시도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영역을 상상으로 채운 결과였다. 당시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로 불린 미지의 지역은 다양한 전설과 신념, 여행 이야기가 반영된 공간으로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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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특히 아시아는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경이의 땅’으로 인식되었으며 기이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신비로운 지역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이미지는 고대 문헌과 전설을 통해 이어졌고 르네상스 시기에도 새로운 해석과 함께 지속됐다. 지도는 세계에 대한 믿음과 상상력을 함께 담아내는 매체로 기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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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신세계(Nouveau Monde)는 15~16세기 유럽인들이 새롭게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을 일컫는다. 지도에서는 신세계 주민들이 단순한 민족지적 대상이 아니라 기독교적 인류 기원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당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 주민들을 지도와 기록에서 ‘야만인(sauvage)’으로 표현했다. 이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았는데, 하나는 에덴동산 이전의 순수함에 가까운 인간성을 나타내고 다른 하나는 나체와 식인 풍습 등으로 위협적인 존재를 뜻했다. 이렇게 유럽인의 시선과 상상 속에서 새로운 인류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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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한편, 아프리카는 유럽인들이 제작한 지도에서 표현 방식의 급진적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6세기까지 아프리카 지도는 학문적 전통과 여행자들의 증언이 뒤섞인 상상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부터는 알 수 없는 영역을 공백으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공백은 곧 탐험을 촉발하게 되어 학문적 연구를 촉진했고, 나아가 식민지 확장과 측정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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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전시의 두 번째 여정은 전설적 세계를 다룬다. 한때 실재한다고 믿어졌던 이 상상의 장소들은 현실과 경이로움이 뒤섞인 공간이다. 이 섹션에서는 관람객이 지상과 하늘의 경계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다. 중세 초기부터  지도 제작자들은 신화적 장소를 현실 세계의 경계에 배치하며 전설적 영토를 시각화했다.  아틀란티스, 사제 요한의 왕국, 엘도라도, 지상낙원과 같은 장소는 집단적 상상 속에서 지도 위에 실재처럼 그려졌으며 문헌과 관찰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기독교의 낙원이나 불교·자이나교·힌두교의 수미산(Meru,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 등은 지상과 천상의 경계를 연결하며 지도 속에서 신성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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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신화 속 섬과 왕국은 오랜 세월 동안 지도에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탐험과 관찰에 따라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지도 제작자들은 탐험가들의 상상과 기록을 반영하고 도달할 수 없는 지평선을 계속해서 지도 위에 표시했다. 또한 동심원 구조나 만다라(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원형 도형으로 우주와 내면 세계를 상징함) 같은 비서구권 지도는 단순히 지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명상이나 영적 수행에 활용되었고, 신화적 장소와 상징적 의미를 지도 속에 담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지도는 신성하고 영적인 세계의 위치를 표시하는 매체로도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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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세 번째 여정은 문학 속 세계를 탐험하는 공간이다. 지도는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이야기 속 세계를 실제처럼 보여준다. 사실주의에서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지도는 허구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보물섬』, 『파이널 판타지』, 『왕좌의 게임』 등 문학 작품에서 삽입된 지도는 이야기 속 공간을 실제처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도를 통해 허구의 사건과 인물 이동을 신뢰할 수 있는 지리 위에 배치해 서사의 설득력을 높였고, 모험소설에서는 지도가 곧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독자가 탐험할 공간을 안내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특히, 아동 문학에서 지도는 놀이와 몰입을 유도하며 어린 독자가 상상의 세계를 능동적으로 탐험하도록 돕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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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판타지 세계에서 지도는 세계의 역사와 지리를 체계화하며 소설,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상상의 공간 확장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비디오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지도 위를 직접 이동하며 세계를 경험하고 팬과 창작자가 협업하여 세계를 확장함으로써, 지도는 상상의 세계를 공동 창작하고 체험하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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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마지막 네 번째 여정은 지도의 주관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한다. 고대 지도와 현대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제시하여 우리가 지도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상상하는지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모든 세계의 표현이 결국 상상력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도는 선, 기호, 색채를 결합해 세계를 하나의 이미지로 담아내며 지리적 도구를 넘어 고유한 미학을 지닌 형식으로 발전해왔다. 근대 이전에는 과학과 예술의 성격이 함께 공존했지만 18~19세기에는 객관적 정보 전달 도구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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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예술가들은 지도의 형식을 다시 활용하며 그 안에 숨겨진 상상력과 권력을 드러내고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는 동물이나 인간의 형태로 표현되거나 감정과 내면을 나타내는 마음의 지도처럼 확장되었다. 또한 과거의 상징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은 점차 표준화되었지만 현대 예술은 이를 다시 변형하며 지도에 시적이고 은유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공간을 해석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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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하나의 여행처럼 체험하는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장 전체가 바다와 숲을 연상시키는 몰입형 공간으로 연출되었고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과 영상이 관람객을 감싸며 마치 상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상상의 지도’라는 주제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를 단일한 시선이 아니라 역사, 신화, 문학, 현대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낸 점이 특히 돋보였다. 지도가 단순한 지리 정보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세계 인식이 반영된 매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전시 전반이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 몰입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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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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