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5일 ~ 9월 20일
Musée Cognacq-Jay : Révéler le féminin - Mode et Apparences au XVIIIe siècle
1929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사마리텐 백화점의 창립자인 에르네스트 코냑(Ernest Cognacq)과 마리-루이즈 제이(Marie-Louise Jaÿ)가 파리시에 기증한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다. 회화, 조각, 도자기, 금세공품, 그리고 가구에 이르기까지 18세기 예술에 특화된 풍부한 소장품을 통해 계몽주의 시대의 정신을 보여준다.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ambattista Tiepolo), 장-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 장-앙리 리즈네르(Jean-Henri Riesener), 클로디옹(Clodion), 피에르 구티에르(Pierre Gouthière), 장-바티스트 그뢰즈(Jean-Baptiste Greuze),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등 당대의 주요 예술가들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이번 기획전은 계몽주의 시대 여성성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한다. 초상화와 연애 장면, 섬유 작품을 통해 18세기 여성상이 어떻게 형성되고 표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프랑스는 세련됨과 권위를 상징하는 중심지로, 그 영향 아래 형성된 패션은 유럽 궁정과 귀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전시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실제 의복과 상상력이 결합된 복식 문화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유럽의 궁정과 도시 전반으로 확산된 프랑스식 스타일은 귀족과 부르주아 여성의 초상화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새틴과 자수, 장신구로 구성된 의복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자신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전시는 회화와 당시 의상을 함께 제시하며 이상적 아름다움과 현실, 사회적 이미지가 결합해 여성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계몽주의 시대에 초상화는 전성기를 맞았고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크게 발전하면서 귀족과 부르주아 계층 간의 경쟁 속에서 패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장마르크 나티에(Jean-Marc Nattier)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화가로, 루이 15세의 의뢰로 제작한 공주 초상화에서 화려함과 이상화된 표현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화가들은 의뢰인의 지위와 부를 드러내기 위해 초상화에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를 그려넣어 인물을 돋보이게 표현했고 이러한 세부 요소들은 당시 사회의 세련됨과 신분 질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770년대에 이르러 소설과 철학적 저술은 중대한 변화를 맞이한다. 부부 간의 행복을 찬미하고 아동에게 고유한 심리와 개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는 1762년 『에밀, 혹은 교육에 대하여 Emile ou de l'Education』를 집필했는데 이는 비로소 탐구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서 아동을 조명하는 흐름이었다. 루소적 이상에 물든 프랑스 회화와, 세련된 여유와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지닌 영국 회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19세기 초의 미감 형성에 기여했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유형의 초상화가 등장한다. 젊은 여성과 소녀들은 보다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아이들은 장난스럽고 생기 넘치는 존재로 표현된다. 사회적 변화와 자연스러움에 대한 선호는 사적인 영역과 속옷 문화에서 비롯된 면직물과 흰 모슬린의 유행으로 이어진다. 여성과 아동의 초상에서는 속옷에 가까운 가볍고 자연스러운 의복이 외부로 드러나며 기존 초상에서의 복식 질서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8세기에는 새로운 회화 장르가 탄생한다. 화가들은 상상 속 장면을 그리기 위해 의상과 변장을 적극 활용하며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앙투완 와토 (Antoine Watteau)와 니콜라 랑크레(Nicolas Lancret)가 발전시킨 ‘갈랑트 축제(fêtes galantes)’라는 새로운 화풍을 통해 상상되고 이상화된 여성성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이 화풍은 세련된 사랑과 우아함, 그리고 귀족 사회의 사교적 즐거움을 담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세속적 쾌락을 찬미하고 있다. 현실의 여성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사랑과 유희의 장면 속에서 이상적으로 꾸며진 여성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들 속 여성은 실제 삶의 모습이라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동경하던 아름다움과 분위기를 반영한 존재에 가깝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랑수와 부셰 (François Boucher)는 전원화의 길을 열었다. 비단과 벨벳을 걸친 목동과 목동 여인들이 이상화된 자연 속을 유영하는 장면은 르네상스와 고대의 목가적 시 전통을 계승한 문학적 유산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이는 농촌의 삶을 섬세하게 관찰한 북유럽 회화, 그리고 18세기를 매혹시킨 공연 예술의 영향 또한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18세기 전원화에서 보여지는 목가적인 자연의 모습은 오늘날 작가들에게 중요한 창작의 영감이 된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로코코 장식 예술 재해석과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18세기 사회는 오페라와 연극에 대한 열광 속에서, 오락을 하나의 ‘사회적 연극’으로 확장시킨다. 사람들은 패션, 공연, 살롱, 산책의 장에서 스스로를 연출하며 하나의 무대 위에 선 존재처럼 행동한 것이다. 그래서 갈랑트 축제와 전원 풍경은 단순한 회화 장르를 넘어 실제 사회적 실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변장과 의상은 이 새로운 18세기 사교 문화의 핵심 요소로 기능했다. 이러한 장르들은 풍속화와 장식 예술 전반에 걸쳐 변주되어 초상화에까지 깊이 스며들었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
패션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개가 흥미롭고 중간중간 동시대 작품이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연출은 관람자의 시선을 붙잡으며 작품을 감각적으로 읽어 나가도록 이끌었다. 회화와 사진 작품의 섬세한 가치와 직물 오브제의 아름다움은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거울은 실루엣과 직물의 세부, 물질의 풍부한 질감을 드러내며 시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확장시켰다.
ⓒ Musée Cognacq-Jay, Photo: Han Ji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