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경 개인전 《나는 피안으로 간다》 개최
갤러리JJ, 2025. 2. 28 -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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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시간 앞에서 짧은 인생은 무에 지나지 않는다.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몇 가지 지속적인 것이 있다는.’ 프리드리히 휠덜린의 시구절은 우리가 보내는 시간에 관하여 시사점을 던진다. 갤러리JJ는 2025년 새해 첫 전시로 회화 작가 유현경의 전시를 개최한다.
유현경, 샹그릴라로, To Shangri-La, 2024, Oil on canvas, 137 x 213cm. © 작가, Gallery JJ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유현경(Hyeonkyeong You)은 ‘그리기’, 곧 회화적 속성에 충실한 작가로, 주로 사람과 집, 풍경 등을 매개로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추상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 ≪유현경: 나는 피안으로 간다≫는 풍경을 소재로 하며, 그간 그의 작업을 종종 대변해왔던 인물 작업보다 장소에 대한 정취나 기억과 함께 태곳적 시간을 품은 대자연의 풍광을 통해 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는 여행에서 마주한 광활한 자연환경을 체험하고 그린 <Wilderness> 시리즈를 중심으로 베를린을 비롯하여 동서양의 도시와 자연, 문화유적에서의 느낌을 반영한 작품, 자화상 등 15점의 유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시간이 멈춘 듯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은 작가가 욕망하는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품고, 우리는 시선 너머 또 다른 낯선 세계를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전시장의 화면 속 망망한 대지, 화면을 가로 지르는 지평선은 마치 프레임 바깥으로 내달리듯 공간을 연장한다. 그것은 넓은 여백, 몇 안 되는 서너 가지의 색, 붓질과 안료 질감의 미세한 차이 만으로도 척박한 광야 어딘가를 소환한다. 화면은 평론가 정영목이 말했듯이(2020년), 시원하고 간결한 붓질의 추상성이 그림으로 만들어 하나의 조합으로 읽힌다. 여백을 포함하여 전체와 부분이 서로 침투하고 진동하며 유기적으로 얽힌 듯 표현된 화면은 상념을 불러일으키며 오랫동안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제 그의 초점은 삶과 예술, 시간의 깊이와 세계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는 어느덧 다시 현재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또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그가 누리고 싶은 자유와 깊이를 가진 시간은 철학자의 ‘들길’을 걷듯, 길고 느린 것의 시간, 머무름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간일까? 그 옛날 ‘스콜레’의 삶, 곧 강제나 필요, 수고나 근심이 없는 자유의 상태일까? 생각해 보면, 피안에의 꿈은 이미 그의 삶 속에서, 베를린으로 오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고, 모든 삶이 그러하듯 다가서면 저만큼 물러서기를 거듭하여 희망으로, 욕망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그의 ‘창조’적 삶과 예술을 지속적으로 추동하는 요인임은 분명해 보인다. 전시는 ‘시간을 담은 풍경’을 통해 초상화 이후 베를린으로의 이주를 전후하여 현재까지 유현경 작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다른 장을 열어 보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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