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바톤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민영(b. 1989)의 개인전 《Midnight Walk》을 7월 9일부터 8월 9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최민영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기억과 환상이 교차하는 자유로운 서사 구조로 초현실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그녀의 작업에 등장하는 낯설고도 익숙한 장면들은 꿈속의 이미지처럼 시각적 착시를 유도하며, 일상의 틈새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킨다. 이는 현실의 틈새에 잠재된 감정과 상상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또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MINYOUNG CHOI, 1989 FISH MOTHER , 2025 oil on linen 170 x 220 cm © 작가, 갤러리바톤
MINYOUNG CHOI, 1989 DEAR STORM, 2025 oil on linen 150 x 200 cm © 작가, 갤러리바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K 서울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2024.12.12~2025.02.23)를 성공적으로 마친 작가가, 내면 깊숙한 층위에서 길어 올린 서사를 따라,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일상의 기억과 꿈의 파편을 결합한 구상적 표현에서 출발하여, 점차 심화한 사적 경험과 내면 의식의 차원으로 나아가며, 감각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고유한 미학으로 귀결된다.
전시는 미지의 장소와 시간을 배경으로 하는 신작 및 근작을 통해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주조색으로 활용된 파랑과 초록은 새로운 시공간의 초자연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수면 위아래로 교차하는 생명체들의 기묘한 움직임은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예를 들어, Sleepless Nights (2025)에서는 안개 자욱한 심야의 숲속에서 거대한 쌍둥이 고양이, 올빼미, 게, 물고기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캔버스 밖을 향한 시선으로 관람자의 존재를 직시하며, 마치 언제든 다가올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달빛이 비치는 검푸른 공기는 이 장면이 수중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유도하고, 뚜렷한 형상들은 존재의 이중성을 암시하며 복합적인 신화를 구성한다.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 공간과 시간,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경계 위에서 신비로운 서사를 형성하고, 감각적 층위를 자극한다.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올빼미, 고양이, 토끼, 거북이, 잉어, 메기 등은 동서양 문화에서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이들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방식으로 예기치 않은 장소에 등장하며, 이는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말한 ‘순수한 내면의 모델’에 접근하는 하나의 시각적 전환, 데페이즈망(dépaysement)으로 작용한다.
모순된 요소들이 병치된 화면은 누군가의 꿈을 펼쳐 보이듯, 신비로운 빛의 확산과 함께 시적인 몰입감을 자아낸다. 이때 '빛'은 최민영 작업의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달빛, 석양, 인공광 등 다양한 광원은 작품의 구성뿐 아니라 감상의 리듬을 결정짓는다. Dear Storm (2025)은 부드러운 빛으로 연못 속 어린 물고기들과 눈사람 형상의 존재를 감싸며, 생명과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내리는 눈 속에서의 무언의 몸짓과 얼굴 없는 시선은 순수한 감정의 핵심을 맑게 드러낸다. 또 다른 작품인 Nighttime Bathing (2025)은 차가운 겨울 공기, 생명력 넘치는 연못, 그리고 그 안의 거북이 가족을 병치하며, 이질적인 요소들의 공존이 주는 역설적인 감각을 시각화한다. 이 이미지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낯설고도 익숙한 감정의 여정을 따라가게 하며, 내면의 기억과 환상 속을 유영하도록 이끈다.
최민영은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영국 슬레이드 미술학교(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런던에 머무르며 작업하고 있다. 스페이스K 서울(2024), 베이징 하이브 현대미술센터(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Beijing, 2023), 올베라 현대미술센터(Olvera Contemporary Art Centre, 2017)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쓰시 미술관 (Sixi Museum, 2023),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2023)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작가는 2018년 웰스 아트 컨템포 러리 어워드(Wells Art Contemporary Award)에서 차세대 미술상(Next Generation Art Prize)을 수상했고 2017년 슬레이드 서머 스쿨 레지던시와 올베라 현대미술센터 레지던시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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