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갤러리는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 이안 하와 스벤 토이퍼의 2인전 《Heun》을 개최한다.
이안 하와 스벤 토이퍼는 회화를 작업의 중심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재현 방식보다는 지우기와 덜어내기를 통해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들의 작업에서 ‘흔’은 단순히 과거의 잔재가 아닌, 지워진 것의 감각적 잔여이자 그 존재를 증명하는 물리적 증거로서, 마치 침묵 속에서 울리는 여운처럼 화면에 남겨진다. 따라서 이들은 화면 위에 무언가를 덧입히기보다는 비워내는 방식을 통해 회화의 본질적 질문에 응답한다.
스벤 토이퍼, 이안 하 2인전 《Heun》포스터 © 작가, 파이프갤러리
스벤 토이퍼, 이안 하 2인전 《Heun》 전시전경 © 작가, 파이프갤러리
스벤 토이퍼, 이안 하 2인전 《Heun》 전시전경 © 작가, 파이프갤러리
이안 하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사라지거나 잊혀진 과거의 기억과 이미지, 시간의 감각적 흔적을 재구성하며,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회화적 공간을 구축한다. 북미에서의 유년 시절과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삶 사이의 거리와 시차는 그의 작업에서 중첩되는 이미지로 드러난다. 특히 판화와 회화를 병치하는 기법은 서로 다른 시간성과 공간성이 만나는 지점이 된다.
스벤 토이퍼는 ‘덜어냄’을 통해 생성되는 형상, 그리고 물질성과 비물질성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탐색한다. 그는 제한된 형식과 물성을 자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회화적 기교와 붓의 움직임, 그리고 의도적으로 남겨진 공백이 이끄는 형이상학적 사유에 집중한다. 특히 화선지와 한지를 배접한 반투명한 종이는 수정이 불가능한 특성을 지니며, 한 번의 붓질이 곧 흔적으로 남는 긴장된 화면을 형성한다.
《Heun》은 두 작가가 ‘덜어냄’과 ‘비움’의 수행을 통해 존재와 부재, 형상과 공백 사이에 놓인 긴장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화면 위에 남겨진 흔적은 단순한 과거의 잔여물이 아니다. 이들의 작업은 지금-여기에서 새로운 해석을 유도하는 열려있는 기호가 되고 전시는 이러한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안 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콜럼비아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22년 첫 개인전 《The Uncanny》(래빗 앤 타이거 갤러리, 서울)를 열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2025년《Sticky Gum Flat》(해밀토니안 아티스트, 워싱턴 D.C.), 2024년 《Maybe-map(ping) Dissonance》(NARS 파운데이션, 브루클린), 《Butterfly Dreams》(에이라운지 갤러리, 서울), 《Thesis Show》(렌페스터 예술센터, 뉴욕), 《Double Vision》(플라토 갤러리, 뉴욕), 2023년 《Shifts and Echoes》(프래그먼트 갤러리, 뉴욕), 《in media res》(블랑 갤러리, 뉴욕), 《Press Release Cycle V, Part1》(스토리지 갤러리, 뉴욕), 《Standouts》(프레드릭 스나이처 갤러리, 마이애미), 《Columbia First Year Show》(렌페스터 예술센터, 뉴욕) 등이 있다. 2024년 NARS 파운데이션(브루클린), 2023년 마케도니아 인스티튜트(채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 뉴욕의 레마 호트 맨 파운데이션 신진작가상을 수상했다.
스벤 토이퍼는 루체른 응용과학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2022년《Navigating Currents》(우석갤러리, 서울), 2017년《Focus》(loocal, 로테르담), 2016년 《Offene Kunsthalle》(쿤스트할레 루체른, 루체른), 《Atelier am Chelebüel》(갤러리 암 캘러뷜, 무리) 등이 있다. 2018년과 2025년에는 주크주 신진작가 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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