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현지 리포트] ‘아방가르드의 도시’로 돌아온 예술의 심장
2025년 10월 24일 – 26일 / Grand Palais, Paris
글·사진 ⓒ 한지수
1970년 창립된 아트 바젤(Art Basel)이 오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리노베이션을 마친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다. 바젤, 홍콩, 마이애미 비치, 파리에 이어 세계 주요 미술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이 국제 아트페어는 오늘날 컬렉터·갤러리·예술가를 연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프랑스를 세계 4위 규모의 미술 시장으로 끌어올리고 유럽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Han Jisoo
올해 에디션은 파리라는 도시와 그 아방가르드 유산을 중심에 두고, 현대미술과 도시의 관계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가 ‘역사적 장소로의 귀환’을 알린 해였다면, 클레망 들레핀(Clement Delépine) 감독이 이끄는 2025년 아트 바젤 파리는 도시 자체와의 대화를 확장하는 해다. 전 세계 206개 주요 갤러리가 참가하며 이 중 180곳은 메인 섹션인 ‘갤러리즈(Galeries)’ 부문에 속한다. 또한 참가 갤러리 중 65곳이 프랑스 내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 프랑스 예술 생태계의 활력과 저력을 보여준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Han Jisoo
이번 아트 페어는 20세기 초 예술의 선구자들과 전후(Postwar) 시대의 거장들, 블루칩 작가에서부터 초현대적 감각을 지닌 신진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현대미술의 다층적 지형을 드러냈다. 올해는 특히 ‘아방가르드’를 핵심 주제로 삼아 다양한 기획이 이루어졌다. 파리가 여전히 실험과 교류의 중심지이자 예술적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참여 갤러리들은 역사적 재해석부터 대담한 시각적 제안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예술적 전통을 오늘날의 글로벌 담론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새로운 미학적 계보를 그려냈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Han Jisoo
파리는 한 세기 넘게 창조의 중심이자 예술의 산실로 기능해왔다. 큐비즘, 초현실주의, 상황주의 등 수많은 예술 운동이 태어나고 세계로 확산된 이 도시에서, 아트 바젤 파리는 전통을 현대적 맥락 속에서 체감하게 한다. 이번 아트 바젤 파리에서는 이러한 아방가르드 전통이 기성 갤러리와 신진 갤러리, 그리고 세계적 창작자들의 조합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Han Jisoo
그랑 팔레는 오랜 세월 파리의 상징적 예술 공간으로, 유리 돔 아래 펼쳐지는 이번 아트 바젤은 도시와의 연결성을 시각적으로도 상징한다. 올해는 특히 파리 전역의 아홉 개 주요 장소에서 진행되는 퍼블릭 프로그램(Public Program)을 비롯해, 도시의 창조 산업과 협력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프랑스 패션 다큐멘터리 감독 로익 프리장(Loïc Prigent)이 총괄하는 재설치 프로젝트 ‘Oh La La!’와, 세계적 패션 에디터 에드워드 애닌풀(Edward Enninful)이 하루 동안 게스트 큐레이터로 참여하는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 프로그램은 올해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Han Jisoo
한국의 국제갤러리도 이번 페어에 참가해 한국과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자연과 인간, 기억과 소통, 정체성과 제도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는 회화·자수·콜라주·설치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티나 김 갤러리(Tina Kim Gallery)는 한국 작가 이신자(1930년생)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신자는 1950~60년대에 섬유를 추상의 언어로 확장한 선구적 예술가로, 자수·염색·직조 등의 전통적 기법을 통해 직물을 공예의 범주에서 해방시켰다. 그녀의 작업은 기억과 자연, 그리고 시적 감수성을 직물의 구조 속에 엮어내며, 물질성과 시간의 결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처럼 한국 작가들의 실험적 태도와 정교한 표현력은 시장의 열기와 분주함 사이에서도 충분히 돋보이며 세계 무대 속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Photo: Han Jisoo
수많은 부스와 작품,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관람객 속에서 때로 시각적 과부하와 거래의 긴장 속에 놓인다. 이 거대한 미술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 즉 거래·경쟁·관심이 얽혀 돌아가는 힘의 구조가 관람자의 시선을 분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술을 경험한다기보다 거래의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트 바젤 파리 2025는 시장의 열기와 규모를 넘어, 파리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체감했다. 이번 행사는 예술이 산업과 도시, 그리고 관람객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며 국제 미술계의 현재와 향후 방향을 가늠하게 했다.

ⓒ Grand Palais: Art Basel Paris 2025, Photo: Photo: Han Ji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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