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개인전 《거인의 식탁 Feast of the Giant》 개최
갤러리 플래닛, 2025.12.17–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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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플래닛은 2025년 12월 17일부터 2026년 1월 09일까지 김진 작가의 개인전 《거인의 식탁(Feast of the Gian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인, <핑크는 없다> 시리즈와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시리즈를 함께 선보인다. 두 시리즈를 통해 현대 소비사회가 어떻게 사물과 몸, 욕망과 권력을 동시에 조직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를 보여주며, 우리가 매일 마주하지만 쉽게 보지 못하는 체계의 단면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각적 성찰을 제안한다.
정물, 핑크는 없다#202504, 11q-3, 2025, oil on canvas, 73x91cm, © 작가, 갤러리 플래닛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5, 2025, acrylic on canvas,162x162cm © 작가, 갤러리 플래닛
김진은 일상의 사물이 소비 구조 속에서 어떻게 이미지화되고 상품화되는지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작가는 하나의 주제를 오래 반복하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각되는 사회적 징후와 현상을 포착하며 그때마다 새로운 주제로 전환해 나가는 방식을 따른다. 동시대의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회화로 번역하는 자신의 태도를 두고 스스로를 ‘풍속화가’라 칭하는데, 이는 김홍도·신윤복식 풍속도와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김진에게 풍속화란 “우리 삶에 작동하는 가치와 이데올로기 같은 무형의 질서를 다루는 회화”로, 사물뿐 아니라 오늘의 감각과 현실을 함께 포착해낸다.
‘정물:핑크는 없다’는 과도한 빛과 조명이 사물의 본래 색과 질감을 지워내며, 현실의 ‘살(肉)’이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 재포장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과일과 고기는 광택과 부피감만을 남긴 채 핑크빛 잔여로 변하며, 고통·흠집·기원의 흔적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작가는 이렇게 정제된 표면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가 불편한 현실을 어떻게 부드럽고 매혹적인 색으로 은폐하는지를 질문한다. 따라서 「핑크는 없다」는 사물이 ‘먹음’의 대상이기 이전에, 체계가 설계한 욕망의 언어로 변모한 순간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는 식량·자본·자원의 흐름을 통제하는 익명적 권력을 ‘거인’이라는 형상으로 제시하며, 식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구조적 힘을 가시화한다.
얼굴 없는 거인의 손, 저울, 트로피화된 동물
사체는 식량이 생존의 조건을 넘어 가장 기초적인 권력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장면들을 통해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과 몸을 둘러싼 체계—축산, 유통, 가공, 가격 결정—가
어떻게 폭력과 착취를 은폐하는지를 질문한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식탁이라는 친숙한 풍경 속에 감춰진 자본·권력·생태의 불균형을 시각적으로 해부하며, 우리의 ‘먹는 행위’ 자체가 이미 정치적임을 환기한다.
《거인의 식탁》은 빛 아래 고유색이 지워진 정물에서 출발해, 권력이 작동하는 거대한 구조로 시야를 확장한다. 두 시리즈는 서로 다른 장면을 다루지만, 모두 빛과 표면,자본과 권력, 이미지의 논리가 사물과 몸을 재구성하는 동일한 구조를 공유한다. 정물의 핑크빛 표면은 거인의 세계에서 ‘살과 시장의 색’으로 이어지며,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 대체되는 오늘의 조건을 압축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은폐된 질문들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식탁 속에 스며든 권력과 감각의 작동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각적 성찰의 자리로 관객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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