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바톤, 9인전 《Against Ornament, Against the Object(장식과 대상에 반하여)》 개최
갤러리바톤, 2026. 1. 14. - 2. 21.
본문
갤러리바톤은 2026년 첫 전시로 미니멀리즘과 추상미술의 접점, 그리고 그 이후의 실천적 파생을 탐구하는 단체전 《Against Ornament, Against the Object(장식과 대상에 반하여)》를 1월 14일부터 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 작가, 갤러리바톤

Song Burnsoo Possibility 023-CV, CVI, CVII, 2023 © 작가, 갤러리바톤

Suzanne Song Eclipse, 2025 © 작가, 갤러리바톤

Jimok Choi Blind Landscape, 2026 © 작가, 갤러리바톤
이번 전시는 송번수, 칼 안드레(Carl Andre), 로버트 맨골드(Robert Mangold), 리암 길릭(Liam Gillick), 카즈코 미야모토(Kazuko Miyamoto)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포함해 총 9인의 작업을 선보인다. 미니멀한 형식을 느슨하게 공유하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객체·공간·관람자의 관계에 대한 상이한 미학적 접근이 어떻게 병존하고 교차하는지를 살펴본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미니멀 아트와 회화적 추상미술은 20세기 중반 이후 서사와 상징에 기반한 재현을 거부하고, 작가의 주관적 표현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왔다. 이 흐름에서 작품의 의미는 고정된 해석으로 귀결되기보다, 관람자가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의 신체 감각과 공간적 인식 속에서 형성된다. 즉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이후 등장한 포스트-미니멀 및 포스트-추상적 실천은 이러한 형식을 유지하거나 변주하면서, 작품을 인식하게 만드는 조건—배치, 규칙, 맥락—자체를 가시화하고 이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이번 전시는 이 두 흐름을 단일한 미술사적 계보로 통합하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차시키며 각 작업이 지닌 고유한 조건과 차이가 어떻게 존중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칼 안드레, 탑타(Tapta), 카즈코 미야모토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형식의 개방성과 물질의 직접성이다. 정사각형 아연판, 이등변 삼각형의 네오프렌, 엄밀한 규칙 아래 설치된 못과 실 등은 경공업적 인상을 띠는 동시에 작가의 주관적 흔적을 최소화한다. 이들의 작품은 관계나 담론으로 환원되기보다, 물질과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경험 그 자체를 통해 미술이 신체와 상황에 열려 있음을 드러낸다.
로버트 맨골드와 수잔 송(Suzanne Song)은 회화가 여전히 사유와 감각의 장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색과 선, 반복을 통해 기하학적 화면 구성을 탐구해 왔다. 이들의 회화는 입체적 조형물의 물리적 존재에 의존하기보다, 회화 내부에서 작동하는 분할과 관계를 통해 시각적 구조를 형성한다.
관계 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리암 길릭은 개념적 미니멀리즘을 전략적으로 차용해 제도, 노동, 시스템과 연관된 담론을 활성화한다. 텍스트와 산업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업은 미니멀한 형식을 매개로 동시대 사회의 조건을 사유하게 하는 시각적 촉매로 기능한다.
송번수, 최지목, 히로토 토모나가는 개인의 삶의 궤적과 신체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을 절제된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긴장된 상태와 감정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이들에게 미니멀리즘은 종결된 양식이 아닌 관계와 감정이 스며드는 유연한 언어로 재전유된다.
《Against Ornament, Against the Object》는 미니멀과 추상을 단일한 미학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차이와 간극이 만들어내는 긴장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자리다. 작품 앞에 선 관람자는 대상 너머의 의미를 찾기보다, 자신의 지각과 경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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