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은 개인전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
눈 컨템포러리, 2025. 11. 28. -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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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컨템포러리가 2025년 11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회화 작가 송승은의 개인전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My heavy fluffy arm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형상 대신 감각의 잔향에서 출발하는 작가의 회화적 탐구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송승은의 회화는 특정한 서사를 따라가는 대신, 장면이 남긴 온도와 결, 그리고 미세한 감각의 떨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래된 회화의 일부, 소설의 장면, 애니메이션의 파편, 개인적 기억 등 서로 다른 시간과 감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화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포개지지만, 그 장면은 완결된 이야기로 수렴하지 않는다. 작가에게 회화는 형태를 고정하는 일이 아니라, 감각이 머물고 스쳐 지나가는 진동의 밀도를 포착하는 과정이다.

송승은, 가볍고 부드러운 발자국, 2025, oil on canvas, 31.8 x 40.9 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송승은, 마지막 장면, 2025, oil on canvas, 27 x 21.5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송승은, 블루베리 블랙홀, 2025, oil on canvas, 140 x 140 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송승은, 생존을 위한 수면, 2025, oil on canvas, 45.5 x 45.4 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송승은의 작업은 뚜렷한 문장이나 장면이 아니라, 감각이 남긴 잔향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미지의 조각들을 수집해 콜라주로 구성하지만, 이 이미지를 즉시 회화로 번역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면적 인상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며, 콜라주를 다시 목탄화로 옮겨 구조를 재정립한다.
목탄의 흑과 백은 빛의 방향과 밀도를 가장 정확히 드러내는 도구다. 납작했던 이미지들은 이 과정을 통해 깊이를 얻고, 어둠이 스며드는 가장자리와 밝음이 밀려드는 지점이 서로 호흡을 만들며 다시 살아난다. 작가에게 목탄화는 밑그림이 아니라 회화의 “숨”을 되돌리는 과정이다.
이후 캔버스에는 유화 물감이 층층이 쌓인다. 색은 화면을 채우는 기능적 요소가 아니라, 빛의 감각을 다시 번역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닦임, 긁힘, 붓질의 방향과 두께가 켜를 이루며 화면은 살결의 밀도처럼 조밀하게 호흡한다. 색이 감각을 압도하지 않도록 조율하며, 회화는 완성을 향한 직선적 과정이 아닌 순환 속에서 구조를 다져간다.
전시 제목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은 이러한 감각의 양가성을 압축한다. 여기서 ‘무거움’은 침잠이 아니라, 시간·감정·미완의 움직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농도이며, ‘부드러움’은 그 무게를 지탱하며 풀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fluffy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촉감은 단순한 포근함보다, 오래된 이불의 공기층처럼 미세하게 흔들리고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감각적 구조에 가깝다. 아래로 늘어지는 팔, 한 뼘 떠 있는 발, 어둠과 아침빛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처럼 서로 다른 힘은 충돌하지 않고 번지(bungee)처럼 내려갔다가 반등하는 리듬을 만든다. 화면 속 장면들은 이 진동 속에서 ‘완결된 이야기’가 아닌, ‘잠시 머무르는 감각의 사건’으로 존재한다.
송승은의 화면에서는 사물·인물·공간이 하나의 서사로 결합되지 않는다. 물방울, 마스크처럼 정체 모호한 형상, 오롯한 새 등은 서사를 채우는 장치라기보다 비워두기의 매개로 기능한다. 이들은 기억의 파편처럼 부유하며, 서로 다른 결의 장면들이 얽혀 하나의 느린 이미지를 만든다.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불안정함이 오히려 감각을 구성하는 질서가 되며, 화면은 세계를 재현하는 창이 아니라 감각이 머무는 구조로 남는다.
결국 《무겁고 부드러운 팔》은 회화적 진동의 기록이다. 감각이 가라앉고 다시 떠오르는 움직임, 장면에서 장면으로 넘어가는 손의 속도, 그 사이에서 남는 미세한 떨림들이 화면에 켜켜이 쌓인다. 송승은의 회화는 언제나 중간 지점에 머물며, 완전한 형태에 도달하지 않은 채 그 미완의 상태로 충만한 긴장을 유지한다.
송승은(b.1991)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미지와 기억의 틈을 탐구하며 감각의 구조를 더듬는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개인전으로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눈 컨템포러리, 2025), 《Planta》(기체, 2025), 《미끄러진 찻잔》(아트사이드 갤러리, 2022) 등이 있으며, 일우스페이스·금호미술관·합정지구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2022, 2025) 등 여러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일부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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