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 개최… 식민 서사의 틈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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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가 오는 12월 9일부터 2026년 2월 15일까지 K3와 한옥 공간에서 호주 출신 작가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를 개최한다. 케언즈 원주민 혈통을 지닌 보이드는 서구 중심의 역사 기술에서 지워진 시선과 기억을 복원해온 작가로, 식민주의적 지식 체계와 시각 구조를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특히 2011년 런던 자연사 박물관 레지던시를 계기로 호주 최초의 수인 선단과 관련한 유물 연구에 매진하며 작업 세계를 본격 확장했다.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25년 신작 30여 점을 통해 서구 근대성의 시각 체계와 신화적 구조를 다시 읽는다. 전시 제목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에서 차용했으며,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복합적 서사의 구조가 보이드의 시각적 사유 방식과 맞닿아 있다.
보이드는 1958년 호주 정부가 제작한 아동용 학습 만화 『The Australian Children’s Pictorial Social Studies』 중 「The Inland Sea」의 이미지를 핵심 소재로 삼았다. 호주에 내해가 존재한다는 식민주의적 신화는 유럽 탐험가의 모험을 중심에 두며 원주민을 주변화해왔고, 작가는 이 신화적 서사를 해체하며 재구성한다. 특히 호주 현대미술가 고든 베넷이 차용해온 ‘익사하는 남자’ 도상을 K3 전시장에 배치해 오늘날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연결한다.
K3의 중심에는 허구적 내해를 탐사하는 식민 탐험가와 원주민 가이드를 묘사한 대형 회화 〈Untitled (LOTAWYCAS)〉가 설치된다. 마주한 공간에서는 다섯 개의 단방향 거울로 구성된 신작 설치 〈Untitled (PCSAIMTRA)〉가 관람객을 ‘일방적 시선’의 구조 속으로 끌어들인다. 관람객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지 않던 장면을 마주하게 되며, 이는 선택적 기록에 의해 역사가 구성되는 방식을 은유한다.
한옥 공간에서는 원주민 의례 음악과 ‘Aboriginal Nonsense Song’의 악보 형식을 차용한 회화가 전시되며, 비서구 문화가 서구적 언어 체계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드러낸다. 또한 원주민 소녀와 새의 형상을 통해 식민적 위계가 남긴 긴장과 상실을 제시한다. 일부 작품에서는 학습 만화의 장면을 검게 덮어 지움으로써 기존 서사의 권위를 흔들고, 신화가 형성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한다.
전시 말미에는 포세이돈과 아폴론 등 서구 신화를 재구성한 회화가 등장한다. 이는 백인 중심주의가 구축한 미와 권력의 체계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하며, 신격화된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982년 호주 케언즈 출생의 보이드는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등에서 굵직한 개인전을 이어왔다. 베니스비엔날레, 샤르자 비엔날레 등 국제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으며, 그의 작품은 호주 국립 미술관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축적해온 시각적·역사적 연구가 집약된 결정판으로, 식민 서사의 균열을 정교한 이미지의 언어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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