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장파 개인전 《Gore Deco》 개최… 여성적 그로테스크로 회화의 위계를 전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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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12월 9일부터 2026년 2월 15일까지 K1·K2에서 장파의 개인전 《Gore Deco》를 연다. 회화와 글을 기반으로 고정된 ‘아름다움’의 개념과 남성 중심적 시각 언어를 비판해온 장파는 이번 전시에서 약 45점의 회화, 드로잉, 동판화, 실크스크린 벽화 등을 선보이며 여성주의적 감각의 확장된 미학을 탐구한다. 특히 전시 제목과 동일한 연작 〈Gore Deco〉를 중심으로 전통적 여성 이미지와 장식의 의미를 재맥락화하고, 그로테스크와 유머를 혼합해 기존 시선을 비틀어낸다.
전시의 핵심 개념인 ‘Gore’와 ‘Deco’는 신체와 장식, 폭력과 미의 위계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Gore’는 여성·퀴어·소수자 등 주변화된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상징적 폭력을, ‘Deco’는 하찮게 여겨져 온 장식적 감각과 그에 얽힌 사회적 질서를 지시한다. 작가는 이 상반된 감각을 병치해 신체와 장식 사이의 긴장, 회화적 전통의 균열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K1 전시장에서는 거꾸로 걸린 삼각형 캔버스, 내장 이미지를 품은 십자가 등 상징적 형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고대 건축의 프리즈를 연상시키는 실크스크린 벽화에는 역사 속 여성 재현의 이미지가 장식적 틀 안에 배열돼, 여성의 신체가 사회적 폭력 구조에 포획돼온 과정을 응축한다. 회화 곳곳에 반복되는 내장·문신적 표면 효과는 물감이라는 매체를 육화시키며 전통적 회화 감상을 교란하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K1 2층에서는 해골 도상과 화려한 색채, 장식적 배경이 충돌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장파는 형상보다 배경을 강조해 회화에서 통용돼온 위계를 무력화하고, 금속·머리카락·스티커 등 비전통적 재료를 적극 도입해 개념과 물질의 경계를 흐린다. 이는 억압된 몸의 상흔을 장식으로 치환하며 고통의 감각을 향유의 경험으로 변환시키는 시도다.
K2에서는 여성 신체의 역사적·동시대적 이미지, 인터넷에서 수집한 여성혐오 시각물,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 등이 실크스크린으로 전사돼 파편화된 신체·내장·눈·입술의 이미지와 병치된다. 장파의 회화는 순수성과 장식성의 혼종을 적극 수용하며 냉소적 유희를 발생시키고, 제도화된 미적 질서를 잠시 중단시키는 일종의 ‘감각적 전복’을 수행한다.
《Gore Deco》는 하위주체의 감각을 통해 회화에 내재한 위계를 되짚고, 동시대 회화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전시다. 장파의 유머, 사르카즘, 즉흥적 제스처는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회화를 향한 진지한 응시로 이어지며, 소외된 신체 경험과 장식의 감각이 예술적 사유의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장파(1981년생)는 서울대 서양화·미학을 졸업하고 2017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인천아트플랫폼, 두산갤러리 뉴욕, 소마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북서울미술관·아르코미술관 등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소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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