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개인전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개최
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2025. 6. 13.—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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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가 6월 13일부터 8월 2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와의 국제적 협업 체결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자리로, 회화, 조각, 판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예술 여정을 조망한다.
이강소, Untitled-(N)91142 1991 Oil on canvas 198 x 243 cm © 작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이강소, Untitled-90207 1991 Oil on canvas 130.3 x 162.1 cm © 작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이강소, Serenity-16229 2016 Acrylic on canvas 218 x 291 cm © 작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전시 제목은 16세기 유학자 퇴계 이황의 시조 ⟪도산십이곡⟫에서 인용된 구절로, 자연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고 자아를 우주적 질서와 조화시키려는 태도를 담고 있다. 이강소 작가는 이러한 퇴계의 자연관에 깊이 공명하며, "맑은 기운과 관조자의 맑은 기운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예술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세계의 흐름과 조응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강소 작가의 작품은 동아시아 전통 회화 요소와 국제적 양식의 흐름을 유연하게 융합한다. 속도감 있는 붓놀림은 서예와 수묵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며, 인상주의적 풍경과 문인화의 정신적인 필치를 연상시킨다. 그의 몸짓이 만들어내는 흔적은 서양의 추상표현주의를 떠올리게 하지만, 개인적 자아 표현보다는 절제된 형태로 나타난다. 미술사학자 로버트 C. 모건은 그의 작품을 "필수적인 움직임으로서의 제스처, 공간으로 진입하는 방식, 그리고 살아있고 고귀하며 풍요로운 자연의 도(道)"를 주축으로 하는 독자적인 회화적 어법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작가의 형식적 진화 과정을 조명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슴, 오리, 배 등의 도상은 작가의 언어이자 세계 인식 방식이며, 그중 배는 '건너기'의 상징적 은유로 작용하며 서양 근대회화와 동아시아 수묵화가 교차되는 지점을 구현한다. 초기에는 구체적이었던 배의 형상이 점차 희미한 선의 흔적으로 변모하며, 궁극적으로는 형상을 넘어선 자연의 숭고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갤러리 중정에 설치된 조각 작품 ⟨무제-94095⟩(1994)와 설치 작품 ⟨팔진도⟩(1981/2017)는 회화와 조각 간의 긴밀한 대화를 보여주며,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순수한 에너지'에 주목한다. 특히 1990년대 활발히 전개된 작가의 조각적 실험은 점토 덩어리를 중력에 의해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스스로 만들어지는 조각'을 추구하며 자연의 작용에 조형을 위탁하고자 했다. 이는 자연의 영속적인 흐름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강소 작가는 1965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래 다양한 전위적 예술 운동에 참여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폭넓게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는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자아의 경계를 허물고, 생성과 소멸의 순일한 과정 속에서 진정한 예술적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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