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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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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라 호슈 &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아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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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La Roche & Appartement-atelier de Le Corbusier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본명: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 Charles Édouard Jeanneret) 1917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파리로 이주했고 1920년부터 그는 르 코르뷔지에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1923년에 그는 현대 건축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 "건축을 향하여(Vers une Architecture)"를 출판하면서  건축가, 도시 계획가, 화가, 이론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노동자 주거에 대한 연구에 깊이 몰두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명성은 계몽된 부르주아지를 위한 건축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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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라호슈는 현대 유산의 아이콘으로, 건축에서의 순수주의로는  첫 번째 표현이자 1996년에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2016년부터는 르 코르뷔지에의 다른 16개 작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르 코르뷔지에와 그의 사촌 피에르 잔느레가 1923년부터 1925년까지 설계하고 건축했으며, 르 코르뷔지에는 새로운 건축 재료인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건축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자유로운 파사드, 자유로운 평면, 길게 이어진 창, 옥상 정원, 필로티) 처음으로 구현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많은 사진에 담길 정도로 찬사를 받으며 르 코르뷔지에를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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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회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라울 라 로슈(Raoul La Roche)는 르 코르뷔지에의 순수주의적 미학에 즉시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는 피카소, 레제, 브라크 등의 작품으로 구성된 뛰어난 현대 미술 컬렉션을 구축했고 자신의 그림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주요 거주지 역할도 할 수 있는 집 겸 갤러리를 의뢰했던 것이다. 라울 라 로슈는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 자신의 집을 기증한 후 1965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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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로슈 주택의 주요 공간인 갤러리는 경사로를 통해 부드럽게 올라가며, 이는 계단을 오르는 것과는 다른 감각을 제공한다. 계단은 한 층을 다른 층과 분리하지만, 경사로는 연결한다는 것이다. 빌라 사보아에서도 느꼈지만 르 코르뷔지의 이 ‘건축적 산책 (promenade architecturale)’ 개념은 관람객이 건물을 이동하면서 내부와 외부 사이의 조화를 체험하게 한다. 이 동선은 다양한 관점과 전망을 제공하며, 건축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공간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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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공간에서는 릴리 스탁먼의 전시 '미노타우르스'가 진행중이었다. 이 전시의 제목 미노타우르스는 르 코르뷔지에가 가졌던 그리스 신화와 황소 모티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릴리 스탁먼은 이 전시에서 자신을 그리스 신화 속 미노타우로스에 비유하며, 이 미로에는 여러 가짜 길이 존재하지만 오직 하나의 진정한 길이 중심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작가는 르 코르뷔지의 건축과 그의 작품을 탐험하며 작은 세부 사항이 전체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며, 외부 세계를 자신의 작업에 통합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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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은 부족하지만,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직감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은 알 것 같다. 문화적 유산과 현대적 풍경이 조화를 이루어,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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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건축물들을 만들어내는 건축가는 어떤 집에 살았는지 궁금했기에 빌라 라호슈에서 20분 가량 떨어진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아틀리에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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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르 코르뷔지에가 자신이 살기 위해 파리에 지은 아파트인 몰리터 빌딩(Molitor Building)은 유리 외관을 갖춘 최초의 주거용 건물으로 2016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건축가는 240m²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7층과 8층에 걸쳐 아틀리에, 아파트, 손님 방과 옥상 정원 등 네 개의 주요 공간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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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복층 아파트는 르 코르뷔지에의 주거 공간과 아뜰리에 스튜디오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밝고 생동감 넘치는 환경 속에서, 그의 건축적 스타일과 철학을 잘 보여주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긴 유리 창문들은 건물 안으로 많은 양의 자연 채광을 끌어 들이며, 옥상 테라스는 외부 공간을 활용한 추가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회전문들을 사용하여 공간을 나누면서도 유동적으로 연결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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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 공간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7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표 검사를 할때 모든 방문객들이 숨을 헐떡이며 보여주는 바람에 서로 웃음이 터졌다. 이런 작은 수고스러움에도 그의 건축적 역작과 철학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니 한 번 쯤 가 볼 만 하다. 르 코르뷔지에가 이 곳에서 삶과 창작을 이룬 역사를 직접 체험한다는 것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그의 기운을 받아 나도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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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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