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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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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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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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Le monde comme il va et Carte blanche à kimsooja


 

부르스 드 코메르스 - 피노 컬렉션은 프랑수아 피노가 5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현대 작품 컬렉션에 대한 예술적 관점을 제시한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 (증권거래소)는 15세기에 세워져, 1812년에 금속과 유리로 된 화려한 돔으로 덮이게 된 무려  5세기에 걸친 건축과 기술력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미술관 개관은 현대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손길로 재탄생하여,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창작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예술과 관객을 잇는 다리로서,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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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컬렉션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전시회 및 문화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갱신되는데 그 중에서도 ‘카르트 블랑슈’ 전시는 늘 신선하다. 카르트 블랑슈는 (Carte Blanche)는 전시를 기획하거나 설치물을 만들 때 예술가가 완전한 자유를 부여받는 특별 전시를 의미한다. 프랑스어로 "백지 위임"을 뜻하며, 이는 예술가가 제한 없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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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이번 '카르트 블랑슈' 전시는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전시의 일환으로 한국 예술가 김수자의 전시 ' To Breathe – Constellation (숨을 쉬다 – 별자리)'가 열리고 있다. 김수자는 정체성, 이주, 인간 조건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유명한 한국의 예술가인데, 2017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서도 김수자 작가의 보따리 전시를 본 기억이 떠올라 더욱 친근감이 생겨  관심이 갔던 전시이다.  원형 홀 바닥을 덮는 거대한 거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면 전체 건축물과 세계의 질서를 뒤집게 된다. 김수자 작가의 정체성, 경계, 기억, 망명, 이주, 직조라는 주된 주제들을 다양한 설치 작품과 영상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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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카셀도큐멘타 에서 만난 김수자의 보따리 (사진=한지수)



 1970년대 말부터 국제 미술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수자는 “물과 공기처럼 소유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해왔다. 1997년, 그녀는 화려한 색동 보따리를 가득 실은 트럭에 앉아 11일 동안 한국을 횡단하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 보따리들은 반짝이는 직물 묶음으로, 한국인의 삶, 결혼, 탄생, 죽음을 상징하고 강조한다. 그래서 원형 홀의 바닥을 덮고 있는 거울은 바늘이나 자신의 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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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김수자는 건축물을 통해 공간과 중력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며, 그 속을 비워 새로운 감각을 창출한다. 우리의 시선을 앞뒤로 움직이는 재봉실처럼 작용하게 하여, 우리를 현실과 내면 세계에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신체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축인 바늘 여인의 몸처럼 보이게 하는 인식을 형성하게 한다. 안도 타다오의 비어있음과 무한의 건축 철학에 공감하는 김수자는 나타남과 사라짐, 관조와 경탄, 현기증과 눈부심 사이에서 거울은 집합의 장소이자 하나의 전체성을 상징하며, 모두가 함께 세상을 만드는 경험으로 초대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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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김수자의 예술은 공간의 깊이와 우리의 존재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힘을 지녔다. 많은 관람객들이 거울 위에서 사진을 찍고, 누워보고, 앉아보며 작품을 만끽했다.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도록 유도하며, 이러한 체험을 통해 관람객들은 공간과 신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게 되며, 건축물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감각을 변화시키는 예술 작품으로 느끼게 한다. 사실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면 덧신을 신어야 했기에 약간의 귀찮음 때문에 망설였지만, 나도 모르게 이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들어 어느덧 거울 안에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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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각각의 보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의처럼 몸을 감싸는 피부와 같다.  보따리는 생명의 순환 속에서 영원히 이동하는 인간 신체의 은유이자 확장으로서 아시아와 서양의 문화, 일상과 예술, 개인과 보편, 과거와 현재, 지상의 생명과 우주의 시간을 엮어낸다. 한국인인 나도 보따리가 전하는 심오한 의미에 감탄을 했기에 보따리에 담긴 의미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했다. 때마침 진행 중인 도슨트 설명을 들어봤는데, 외국인들에게 보따리라는 상징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가 되어 줄 것 같았다. 이를 통해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과 놀라운 시각적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프랑스어 발음 특성상 '보따리'를 계속 '보따히'라고 발음해서 웃음을 자아냈는데, 발음은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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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이번 전시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는 주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작품으로 우리 시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피노 컬렉션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기획전이고 현대 미술에 대한 프랑수아 피노의 열정과 헌신을 보여준다.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마우리치오 카텔란, 안느 임호프, 살만 투르 등등 예술에 대한 열정을 항상 시대에 반영해 온 작가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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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Le monde comme il va)"라는 제목은 볼테르(Voltaire)의 현대 사회의 불안정함과 인간의 모순을 탐구하고 인간의 복잡한 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철학적 이야기에서 차용한 것이다. 예술과 예술가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모순과 불안정한 현실을 강렬하게 그려냈기에 인간이 어떻게 천박하고 위대한지, 그리고 선악의 모순을 동시에 포함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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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예술가들은 인간적인 모순을 주시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며, 때로는 유머를 섞거나 폭력적인 방식으로 “현재에 대한 예리한 인식”을 드러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문제와 방향 상실감에 직면한 예술가들은 예언자, 몽상가, 철학자가 되며, 때로는 냉소적이고 아이러니하며, 종종 시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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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드 코메르스– 피노 컬렉션: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 김수자 카르트 블랑슈 전시전경 (사진=한지수)



예술가들이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모순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강렬한 이미지와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이를 표현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했다. 이번 전시는 복잡한 현대 사회의 모순적 현상들을 드러내며, 예술가들의 예언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게 유도했다.  현대 사회의 방향성을 새롭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예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상당히 의미 있는 전시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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