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컨템포러리는 2월 12일부터 3월 14일까지 김한나의 개인전 <Pok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설치 작업과 나무 패널을 자르고 재구성하여 만든 부조형식의 회화를 선보여왔던 김한나의 신작 10여 점이 전시된다.
김한나, Cutting Sail, 2025, Oil, Acrylic, Spray, Oil Bar on Wood Panel, 72.5 x 85.5 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김한나, 멍운2 Clouded Wound 2, 2025, Oil, Spray on Wood Panel 33.4 x 24.2 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김한나, 우주멍 Cosmic Imprints, 202, Oil, Acrylic, Spray, Urethan on Wood Panel, 195 x 270 cm. © 작가, 눈 컨템포러리
김한나는 표면과 이면이 마주하는 접점의 관계,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의 시각적 형상화, 명료하게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심상과 그것들을 둘러싼 추상적 관념들에 대해 주목해왔다. 작업 초기에는 일상에서 버려진 물건들, 재활용품, 케이블 타이, 러버콘, 플라스틱 음료 병 등과 같은 주변의 사물들을 직접적인 재료로 선택하여 설치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감각하고 사유하는 지를 시각언어로 표현하였다. 2021년 이후부터는 설치작업을 보다 평면적으로 압축한 부조형식의 회화에 집중해 왔는데, 주로 사각형의 나무 패널을 드레멜(전동조각기)이나 직소기(JigSaw)를 이용해 드로잉 하듯이 구획하여 자르고, 그 패널들을 재 조합한 후, 채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톱으로 불완전하게 잘려진 형태와 거칠고 날카로운 단면을 연마없이 그대로 노출시키고, 나무 패널의 앞뒤를 교차시키며, 찢고-긁고-덧붙이고, 흐르고 덩어리지게 색을 올리는 과정을 통해 <표면과 이면>의 관계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고정적이고 획일화된 (일반적) 논리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를 제시하고, 안정의 범주에서 벗어나, 대상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층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끔 유도하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Poking’은 말 그대로 “찌르기"이다. 이 제목에는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물리적인 행위 뿐 아니라 미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감정적 터치 또한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관계에서의 기억과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작업과 서로 교차시킨다. 십대시절 자신의 신체에 생겼던 멍자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색이) 변하였던 과정, 피부에 생긴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발견했던 피부 질감의 변화 등 물리적인 몸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감각했던 외부의 작용과 이에 상응하는 내부 반응의 기억을 소환해 낸다. 나무 패널 위에 우레탄을 이용하여 덩어리지게 하고, 푸른색과 분홍색 계열의 물감을 얹은 <우주멍>은 피부에 가해진 물리적 힘과 그로 인해 도드라진 자국들의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 <언덕아래>, <언덕과 평야>는 마치 회화적 표면이라는 피부에 고개를 내민 작은 트러블 또는 상처 사이로 차오르는 볼록한 새살과도 같다. 이렇게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힘은 타박, 찰과와 같은 물리적(실재적) 영역의 것도 있지만, 감정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어쩌면 감정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외부 자극이야 말로 더 날카롭고 치명적인 타격감을 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김한나는 <Poking>, <Cutting Sail>, <반작용> 에서 보다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고 조형적 입체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힘-작용’과 ‘이에 상응하는 내부의 반응-반작용’, 이 둘의 치열한 역학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김한나의 추상회화를 통해 외부와 내부가 맞물려 있는 지점, 혹은 겉으로 드러난 면과 이면에 감추어진 것이 맞닥뜨리는 순간을 포착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래 본다.
김한나(b.1984)는 경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센트럴세인트마틴 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과 준석사를, 첼시 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과 석사를 취득하였다. 2015년 <인공섬>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서울문화재단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서울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예술의 시간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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