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진 개인전 《압록강은 흐른다》 개최
Gallery광명, 2025년 5월 3일부터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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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 5월 3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 광명시 Gallery광명에서 열리는 신영진 작가의 개인전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 폭의 잔잔한 풍경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시된 작품들은 언뜻 평화롭고 고요한 북한 접경의 압록강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역사와 민족의 아픔, 그리고 화해를 향한 염원이 깊숙이 배어있다. 특히 그의 대표 연작인 ‘낮달-두고 온 산하’를 통해 작가는 분단 이후 한국 미술이 어떻게 민족의 집단적 기억과 시대의 복잡한 정서를 예술이라는 언어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웅변하고 있다.
신영진 개인전 2025 © 작가, Gallery광명
신영진, 두고온 산하-북녁마을이 보이는 압록강 잔물결,90cm x 90cm x 5cm,oil on canvas,2024. © 작가, Gallery광명
신영진, 두고온 산하-잠들지 않는 장군총 2,50cm x 50cm x 5cm,oil on canvas,2024. © 작가, Gallery광명
신영진 작가의 붓끝에서 탄생한 회화는 겉으로는 풍경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민족 구성원들의 공유된 기억과 벅찬 감정이 시각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마치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지도처럼, 그의 화폭 속에는 강 건너 북녘 땅의 산하가 희미한 낮달 아래 말없이 펼쳐진다. 이때 떠오른 낮달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선다. 그것은 시간의 흐릿함과 공간의 단절을 암시하는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하며,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이념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우리 민족의 복잡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이었던 사실주의적 리얼리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특히 1950년대와 60년대 이후 남한 미술계를 주도했던 민족적 리얼리즘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영진 작가의 예술 세계는 단순한 현실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의 평면성, 색면 추상의 감각, 그리고 개념 미술의 맥락 구성 방식 등 다양한 현대 미술의 어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전통적인 재현 미술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하고 압도적인 색면의 활용이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오렌지색 하늘, 깊고 푸른 군청색의 강물, 그리고 그 위를 떠도는 낯선 달의 이미지는 사실적인 풍경 묘사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인 상징의 공간을 창조한다. 이를 통해 그의 회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기억되는 것’ 그리고 ‘해석되어야 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며, 풍경화가 얼마든지 정치적이거나 철학적인 깊이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시각적 요소들은 그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화면 중앙의 지평선 위로 떠오른 낮달은 시선을 붙잡고, 그 아래 펼쳐진 강과 산, 들판은 무채색에서 점차 다채로운 색감으로 변화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다소 평면적으로 처리된 배경 구도는 현대 그래픽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전통 회화와 현대 시각 언어 사이의 조화를 모색하는 듯 보인다.
신영진 작가는 1990년대 초부터 압록강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수차례 현지를 방문하며 풍경을 탐사하고 스케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압록강의 다채로운 모습과 그에 얽힌 역사적, 정서적 의미를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작품은 사실적 묘사와 감성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며, 강물의 흐름과 변화, 그리고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통해 압록강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흔적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과 시대적 감성을 투영하는 창이기도 하다.
신영진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감성적인 색감으로 그려낸 압록강의 풍경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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