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혁 개인전 《Empreinte: 무목적한 흔적의 다층적 누적》 개최
어피스어피스, 2025. 5.5.-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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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촌의 독창적인 전시 공간 어피스어피스에서 류재혁 작가의 개인전 《Empreinte: 무목적한 흔적의 다층적 누적》이 2025년 5월 5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프랑스어로 ‘자취, 흔적, 각인’을 의미하는 ‘Empreinte’처럼, 이번 전시는 물감, 소금, 숯, 얼음, 철가루 등 다양한 재료들이 예측 불가능하게 충돌하고 반응하며 남긴 흔적에 주목한다.


류재혁 작가는 인위적인 의도를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성질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흐름과 시간의 흔적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이를 회화의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회화가 머무르던 평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천장으로부터 자유롭게 매달린 캔버스들은 전시 공간 속 식물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자연광이 스며드는 공간 안에서 회화와 식물은 서로를 비추듯 고요한 공존을 이룬다. 여기서 식물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자연의 무목적적인 아름다움을 회화의 흐름과 나란히 제시하며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층위를 형성한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자연스럽게 전시 풍경의 일부가 되어, 능동적인 관찰자로서 공간과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고(故) 박서보 화백의 재단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경험한 ‘신문지 배접 캔버스’ 작업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박서보 화백의 유산을 직접 마주하며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새롭게 직면한 작가는, 의도를 내려놓고 재료 자체의 반응과 그 흔적을 탐구하는 데 집중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흥미롭게도 현재 진행형의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작업 중인 종이와 그 위에 놓인 재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관람객들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전시 공간 안에서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살아있는 변화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공간은 이번 전시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Empreinte: 무목적한 흔적의 다층적 누적》은 우리에게 익숙한 회화의 개념을 넘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재료와 이미지가 어떻게 겹쳐지고 흩어지는지를 함께 바라보도록 이끄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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