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데이트갤러리에서 3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채성필 작가의 개인전 ‘물의 초상’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철학을 바탕으로 ‘물(水), 불(火), 나무(木), 쇠(金), 토(土)’라는 오행을 탐구하며, 자연의 본질과 근원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채성필, 대지의몽상(reve de terre), 2024, soil and chinese ink on canvas, 92x73cm. © 작가, 데이트갤러리
채성필, 물의초상(portrait d’eau), 2024, natural pigment on canvas, 116x89cm. © 작가, 데이트갤러리
채성필, 물의초상(portrait d’eau), 2025, natural pigment on canvas, 162x130cm © 작가, 데이트갤러리
채성필, 물의초상(portrait d’eau), 2025, natural pigment on canvas, 170x138cm. © 작가, 데이트갤러리
채성필, 익명의땅(terre anonyme), 2025, soil and chinese ink on canvas, 92x73cm. © 작가, 데이트갤러리
채성필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렌느2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과정을 거쳐 파리1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작가는 영은미술관, 가나아트, 조선아트스페이스, 그림손갤러리 등 국내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 관객과 소통해왔다. 최근 Kiaf SEOUL 2024에서는 솔로부스로 참가하여 오픈 첫날 완판하며 콜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로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 아시아, 미국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영은미술관, 프랑스 세르누치 미술관, 파리시청 등 소장하고 있으며 세계 유명 컬렉터 프랑소와 피노와 중동 국가 왕실에서도 그의 작품을 수집했다고 알려졌다.
채성필 작가의 작업은 대학교 재학시절 우연히 물가의 갈대로 진흙을 적셔 드로잉한 것을 시작으로 흙을 작품으로 구성하는 주요 물질로써 천착해왔다. 흙은 고대 벽화나 프레스코화에도 사용되어온 오래된 역사를 지닌 미술 재료 중에 하나이며 인간의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요소로써 세월과 역사를 아우르는 인간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작가의 작품에서 오행(五行) 중 가장 근원적인 요소로 인식되며 ‘불, 물, 목, 금’을 모두 품는 존재로써 화면에 드러난다.
작가는 캔버스(木) 위에 천연 ‘펄(金)안료’(pearl pigment)를 얇게 몇 차례 입혀 은빛 광채가 나는 표면을 만든다. 이후 거름망으로 맑게 거른 황토(土,水) 와 천연안료를 섞은 흙물을 직접 수수 혹은 풀로 엮어 만든 수수 붓(木)으로 화면 위에 여기저기 흩뿌리고 흙물이 마르기 전에 캔버스를 세우거나 기울여 물이 흐르게 둔 뒤 강력한 수압의 물(水)을 분사한다. 물벼락을 맞은 물감은 이전 단계에 칠해진 먹(木,火)과 흙이 일부 섞이며 은빛의 바탕면을 타고 유유히 낙하한다.
이러한 작품의 과정은 물이 흙에 침투한 양과 시간, 중력에 순응하는 흙물의 낙하 속도, 그것을 거스르는 작가 개입에서 창출되는 ‘예측 가능’과 ‘예측 불가능’ 이라는 필연 속 우연의 효과이자 놀이와 유희가 된다.
작가는 블루 색상을 통해 ‘멍이자 치유이며, 대지를 감싼 바다이고 역사를 지켜본 하늘’이라는 개념을 표현한다. 특히, ‘물의 초상’ 시리즈에서 블루는 삶과 이상을 꿈꾸는 색으로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는 물이 땅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재료라고 설명하며,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처럼 땅의 움직임과 존재성을 드러내는 요소로서 물을 화폭에 담았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고 작업해오며 동서양의 경계에 있는 채성필 작가의 정체성은 국적, 사상, 문화를 초월하여 흙이라는 물질로 귀결된다. 오는 3월 그의 독창적 작품 세계관에 주목하며 현대 사회 흐름 속에서 자연의 본질에 대하여 사유하는 시간을 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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