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누스키 박물관: 검은 색과 물질 - 한국의 단색, 백산 - 도예가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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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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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누스키 박물관: 검은 색과 물질 - 한국의 단색, 백산 -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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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Cernuschi: Le noir et la matière - Monochromes coréens, Baeksan : Maître céramiste


2023년 7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2023년 7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체르누스키 박물관은 지난 김창렬 화백 회고전 이후 한국 미술과 그 다양성을 알리는 전시를 이어간다.  <검은 색과 물질: 한국의 단색> 전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 4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박물관측이 최근 소장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상설전 속 곳곳에 숨어 있는 한국의 예술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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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현대미술은 1970년대에 시작된 추상미술인 단색화의 인기가 유럽에 잘 알려져 있다. 단색회화 사조는 한국 작가들만의 마티에르를 통해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 작가들이 도입한 검은 색은 서예의 세계에서 발견되는 문양과 여백의 관계를 보여 준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 서예 분야는 계속해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많은 한국 화가들이 선택한 마티에르의 다양성과 독특함이 큰 화두이다.  윤희, 이배, 이진우, 유혜숙 등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 작가들의 마티에르는 다수의 해외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정체성이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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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로 잘 알려진 윤희 작가는 회화 작품도 다수 제작한다. 1997년부터 검은색 안료와 아크릴 수지를 혼합하여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데 종이에 안료를 뿌려서 물방울을 만들거나 두꺼운 덩어리로 바르는 등 큰 제스처를 발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그림은 시각적인 퍼포먼스가 되며, 작가는 이를 진정한 예술 작품이라고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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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이배 작가는 숯의 조형적 잠재력을 탐구해 왔다. 그는 가루로 환원된 석탄의 질감과 연약함을 강조하는 다른 작품들과 함께 '불로 부터(Issu du feu)'라는 제목의 연작을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석탄 조각을 지지대의 전체 표면에 붙이고 아크릴 매체와 혼합된 먼지가 작품의 틈새를 완전히 채울 때까지 사포질하여 무광택 톤으로 반짝이는 탄소 조각의 빛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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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 작가에게 숯의 사용은, 숯이 일상적이고 상징적으로 사용되었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되살린다. 또한 숯은 그을음에서 얻은 수묵과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 이배는 숯이라는 마티에르의 연상적인 힘과 효과에 의존하는 접근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작한 추상 캔버스는 흰 바탕에 검은색의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부조적으로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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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작가는 자신의 창작 활동과 우주적 과정 사이에 대한 직관으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며  한국 고유의 숯과 한지라는 재료로만 작업한다. 작가는 한지를 여러 겹 겹쳐서 단단하게 만든 지지대 위에 숯 조각을 붙인 다음 금속 브러시로 서서히 닳아 없어지게 한다. 표면이 평평해지면 숯과 한지를 더 추가하고 거친 질감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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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숙의 작업은 무엇보다도 강박적인 드로잉에 기반을 두고 있다. 땅콩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다가 2000년부터는 머리카락을 그리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아크릴로 칠해져 있지만 연필로 인내심을 가지고 작업하며 볼륨과 질감을 표현한다. 이 머리카락은 다양한 구도, 특히 뒤에서 본 여성 머리카락의 표현에 사용되며 흑연 선의 반사로 인해 인상적인 존재감을 부드럽게 한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머리카락을 제치고 얼굴이 나타날 것 같은 약간의 으스스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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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물관은 대불전에서 도예가 김정옥, 우리에겐 백산으로 더 잘 알려진 대가의 도자기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문경 무형문화재센터와 국립무형문화재연구소의 지원으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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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아있는 국보’에 버금가는 위상을 지닌 백산 선생의 작품이 프랑스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1392~1910년)에 뿌리를 둔 도예가인 백산 선생의 까다로운 작업은 한국 문화부로부터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이 특별한 영광은 백산 선생의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인의 전문성에 유산적 차원을 부여했다는 의미이다.  백산 선생은 발로 작동하는 선반부터 장작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것까지 가장 전통적인 기법으로 작품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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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누스키 박물관의 이번 전시회는 백산이 사용한 기법과 모티프를 빠짐없이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분청사기, 백자, 산화철이나 코발트 블루로 칠한 장식, 꽃무늬 동물 모티브는 백산 선생이 사용한 방대한 레퍼토리 중 일부이다.  폭 안아  보고싶은 귀여운 달항아리들과 어여쁜 새색시같은 다도세트가 내 맘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박물관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대불전 앞에서 전시되니 도자기들이 더 빛을 발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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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전문 박물관인 이 곳은 매번 올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아시아는 제한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시아인이지만 나에게는 '한국적인 것이 동양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탓인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유물을 보면 늘상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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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뮤지엄샵을 들러보았다.


이 박물관의 아주 소박한 뮤지엄샵에서는  붓을 파는 것이 특이한데  박물관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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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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