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비엔날레 -봄의 멜로디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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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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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비엔날레 -봄의 멜로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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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iennale d'art Corée-France



생망데 시청과 에코 드 라 코레 협회(한국 메아리 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봄의 멜로디> 전시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내년4월에 2주간 진행될 한불 예술제를 앞둔 Avant-premiere 성격을 띤 전시다. 사실 생망데는 파리에 살면서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특별히 이 곳에서 한불 예술제가 진행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전시장을 가는 길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들을 소개하는 간판이 있었는데, 그 중 우리나라 도시 양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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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찾아보니 1983년부터 1995년까지 생망데 시장이었던 로베르 앙드레 비비앙(Robert André Vivien)이 한국 전쟁에도 참전했고 한불협회의 창립 멤버이자 초대 회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후임 패트릭 보두앙 (Patrick Beaudouin)이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시장을 역임하며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프랑스인들에게 알리고 현대 세계사에서 잊히지 않게 노력했다는 것으로 보아 생망데 시와 한국의 관계는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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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목표도 생 망데 시와 한국 간의 문화  협력을 심화하여 양국 예술가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봄의 멜로디> 라는 주제로 재불한국인 작가 10명의 특별 초대 전시가 2주간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게 되는 작가들은 30대 청년작가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었다. 서로 세대와 작품경향은 다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초대된 10인은 고송화, 채성필, 박수환,이영인, 윤혜성, 정희정,최영웅, 권혁이, 신민서,한연화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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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한연화 작가의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그의 작업은 철사로 비워진 공간을 채우고 채워진 공간을 다시 비우는 방식이다. 운이 좋아 작가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철사를 실처럼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엮고 용접까지 한다고 하셨다. 특히 복주머니처럼 생긴 철사 바구니 안에 귀여운 오브제가 들어있는 작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오브제는  바로 공진당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ㅎㅎ 공진당, 경옥고, 홍력환 등등 살짝  건강식품 매니아(타국에 살다보면 아플 것에 대비해 스스로 몸을 챙기게 된다) 인 나에게는 아주 친숙하고 반가운 오브제였고 다먹고 버릴 때마다 예뻐서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까지는 했는데 정작 이렇게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다니 놀라웠다. 성경 말씀이 보약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 케이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실제 내용물도 들어있다고 하셨다. 역시 작가의 구상력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고 작가 정신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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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구도의 예술세계를 추구해 나가고 있는 박수환 작가 또한 만나 뵐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장면의 사진 위에 한지를 필터처럼 사용해서 표현하였는데, 한지가 갖는 은은함 덕분인지 피사체를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사실 작가님께 나의 느낌이 맞냐고  여쭙고 작품에 대한 다른 질문들을 했어야 하는데  다른 곁가지 얘기를 하느라 미처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온 것이 너무 아쉬웠다. 게다가 바이올린을 특별하게 개조(?)해서 설치하셨는데, 전시장 전체의 배경음악을 담당함으로써 마치 이번 전시의 '우렁각시' 같은 존재가 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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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3월까지 프랑스 한국 문화원의  재불 청년 작가 단체전에서 보았던 신민서 작가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지나칠 수 있는 일상속의 오브제들의 강점과 연약함을 보여주는 설치 미술을 통해 복잡다단한 삶의 관계를 풀어내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mangchiro/22295043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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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웅 작가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물감을 두껍게 짜고 여러 겹의 아크릴 조각을 변형시키는 표현방식이었다. 유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티에르를 살린 임파스토 기법을 아크릴에도 사용하니 부피감과 질감이 남다르다.  마티에르가 풍부하게 표현되어 캔버스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으로까지 입체감이 느껴져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관객을 유도한다.  하나의 작품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가의 엄청난 작업 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한 노력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관람객에게 온전히 전달될 정도로 정성 가득한 작품이었던 지라 꼭 이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면 찾아 갈 생각이다. 어떠한 작업 과정을 거쳐야 이런 다양한 색 표현과 입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작가님의 영업비밀(?)도 여쭤보고 싶기 때문이다. Harmonie des fragments (파편들의 하모니)라는 제목처럼, 수많은 조각의 편린들이 가득하면서도 마침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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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일이 다 언급은 하지 못했지만 다들 충분히 멋있고 좋은 단체전이었다. 작업의 구조, 기법, 재료는 물론 작가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달라서 전시장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많은 전시를 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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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는 모르긴 해도 고향에 대한 향수가  영감의 바탕이 되었으리라.  낯선 문화와 환경속에서 산다는 것이 참 힘들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나만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가져다주는 데에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나도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살아남는 중이라 서럽고 힘든 일들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생기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나의 경험과 내공이 쌓여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전시를 보는 내내 동병상련 마저 들었다. 좋은 전시를 보며 마음의 안정과 소소한 행복을 얻는 편인 나로서는 오늘도 그 마음을 안고 전시장을 나올 수 있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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