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삶의 박물관: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사랑하다. 헤어지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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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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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삶의 박물관: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사랑하다. 헤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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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usée de la Vie romantique : Françoise Petrovitch-Aimer. Rompre



지난해 프랑수와 미테랑 도서관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처음 알게 된 작가인 <프랑수와즈 페트로비치> 의 특별전시가 낭만주의 박물관(Le musée de la Vie romantique) 에서 진행된다. 컨퍼런스 때 딱 한번 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시 포스터를 보자마자 알아본 내 자신이 너무 기특했다. ㅋㅋ 이전 포스팅은  아래 링크 추가!  https://blog.naver.com/mangchiro/222933162192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 있기 마련인데, 이 낭만주의 박물관이 그러하다. 사실 자주 가진 않지만 화창한 봄날같은 박물관의 분위기와 이곳의 싱그러운 정원이 언제나 날 반겨준다는 느낌이다. 다만 내가 다녀온 날은 비가 왔기에 정원을 충분히 즐기진 못했지만 오히려 비를 맞은 정원의 싱그러움 또한 색다른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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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 (Françoise Pétrovitch)가 낭만주의 박물관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40개의 미발표 작품(회화, 소묘, 조각)으로 모든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풍경과 사랑의 감정을 주제로 한 이 전시회는 19세기를 넘어 현대 미술에서 낭만주의의 영역을 확장한다. 페트로비치는 수년 동안 낭만주의의 소중한 주제로 공감하는 시와 불안한 기이함을 지닌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감각적인 방황을 통해 독특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의 새로운 창작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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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샹베리에서 태어난 페트로비치는 1990년대부터 드로잉, 페인팅, 도자기, 워시 드로잉, 판화 또는 비디오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으며 몇 년 동안 라이브 공연에 몰두하고 있다. 페트로비치의 예술적 세계는 독특하고 모호한데 작가가 유년기와 성인기, 인간과 동물,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몸, 동물, 손, 정물, 담배 연기, 눈을 감은 얼굴, 새들로 가득 차 이중성, 파편성, 내밀성이라는 주제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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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9세기 낭만주의의 새로운 자연관을 반영하여 섬과 숲으로 구성된 상상의 풍경을 그린다. 수묵화같은 특징으로 작품들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현대 미술임에도 난해하지않게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에 비해 거의 회화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기법이나 기술이 엄청나게 어렵거나 까다로워 보이진 않았는데 그런 점이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정말 그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떠오른 여러가지 감정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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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또는 둘이서, 마치 우리를 사로잡는 시선을 경계하듯 눈을 감거나, 내리거나,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숨겨진 또는 부재하는 눈은 우리로 하여금 표현된 인물의 내면 세계를 상상하고 더 나아가 회화의 물질성을 관찰하도록 한다. 그렇게 작가는 그들 사이에 주목함으로써 두 존재를 하나로 묶는 유대에 대해 질문한다. 낭만적인 연인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감정의 불확실성과 공유된 외로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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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바닥이 비 온 후 봐서 그런가 곰팡이가 슬어 보였지만... 아니겠지?  지난번 왔을 때는 날씨가 좋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나름 비가 주는 새로운 관점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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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비치의 작품들로 공간을 꽉 채운 전시장과 더불어 상설전에서도 그의 작품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만을 위한 전시 공간에서는 정적이고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상설전의 건조하고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페트로비치의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공간에 생명력을 준 듯 한 큐레이팅이 훨씬 좋았다. 작가 조르주 상드 (George Sand)와 성악가 폴린 비아르도 (Pauline Viardot)와 같은 낭만적인 인물들이 작가의 붓 아래 현대의 여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특히 몽환적인 풍경과 조르주 상드의 수채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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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동사 "사랑하다"와 "헤어지다"를 사용하여 "사랑하다"라는 동사의 페이지에는 꽃이 피어나는 실루엣이 두드러지고 "헤어지다"에는 팔, 다리와 심장이 차지하고 있다. 이 제목은 모순적이고 모호한 우리의 감정을 고독하고 생각에 잠긴 여성, 서로 얽힌 몸을 가진 커플들로 설명한다. 나무나 다른 자연 모티브를 닮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 캐릭터들은 풍경에 희석되어 존재감을 비현실적으로 만든 것이다. 낭만주의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길게 뻗은 물, 가느다란 포플러나무, 발자국 같은 수련 등의 풍경으로 내면 세계를 반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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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중앙에 세워진 L'Ogresse 오그레스는 인간의 살을 먹고 사는 무섭게 생긴 동화 같은 거인이라는 뜻을 지녔는데 그에 비해 깜찍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더 섬뜩했다. ㅋㅋ 원래 공포영화에서도 착하게 생긴 악역이 더 무서운 것처럼... 이 조각상은 권력 표현의 전통적인 코드를 활용하고 여성의 승리를 선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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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여유로운 관람을 통해 즐거운 주말의 시작을 할 수 있었던 전시였던 만큼 박물관을 나오면서 페트로비치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던 하루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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