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박물관: 피카, 미노타우로스와 그의 뮤즈//예술과 선사시대// 피카소와 선사시대
본문
Le musée de l’Homme : Pica, le Minotaure et ses Muses// Arts et Préhistoire // Picasso et la préhistoire
1938년 6월 개관한 인류박물관은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 접근 방식을 교차하여 인간과 사회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박물관은 인류의 진화에 대한 연구, 교육, 교육 및 보급 센터뿐만 아니라 선사 시대, 생물학 및 문화 인류학 컬렉션을 한 곳에 모아 두었는데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가봤다.
박물관의 밤(La nuit des musées) 이라는 문화행사날이 매년 있는데, 이를 위해 인류 박물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모든 전시와 마르세유 발레단의 현대 무용 공연을 모든 방문객에게 무료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마르세유 현대 발레단의 안무 "피카, 미노타우로스와 그의 뮤즈"는 피카소와 여성의 관계,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을 주제로 한 1시간짜리 작품이다. 안무가 David Llari의 예술적 접근 방식은 피카소의 그림이나 그의 뮤즈들의 시대 사진을 작품의 정적인 자세에서 시작하여 춤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피카소의 작품 속에서 되풀이되는 인물인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은 안무의 구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이었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악기 연주가 성악가의 노래와 어울어져 멋진 공연을 완성시켰다.
아름다운 공연을 보고 상설 전시를 보러 갔는데, 사실 이 박물관의 존재를 옛날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닥 내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는데 아주 뒷통수를 세게 맞은 듯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장소였다. 상설 전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의 기원부터 과거, 현재 미래까지 세 가지 주요 주제를 여러가지 인터렉티브한 요소들을 곳곳에 설치하여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인간과 그가 살아있는 곳에서의 위치를 이해하고 기원을 밝히며 미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를 시간과 문화를 넘어 선 여행으로 안내하는 큐레이팅은 정말 훌륭했다.
화석, 흉상, 해부학적 모형, 전 세계 인간 문화의 요소를 볼 수 있었는데 학술적 용어들이 많아 어려웠는데 인류학 전공자 친구와 동행한 덕분에 나의 개인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지난 번 퐁피두 미술관에도 동행한 대만 친구인데, 내가 그 포스팅에 본인의 이야기를 적었다고 하니 자기도 읽어볼 수 있게 불어로 번역해달라고 했다. ㅎㅎ 그러면서 불어로도 작성하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를 자극했지만 귀차니즘 소유자인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ㅎㅎ
아무튼 인류의 수천 년의 진화를 보여주는 풍부한 전시 규모와 더불어 아직도 인류의 역사는 탐구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흥미진진한 서사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 예술과 선사시대 » 라는 특별전도 진행 중이었는데, 전 세계 선사 시대 예술의 태초부터 인간의 창의성의 힘을 추적하는 전시회였다. 크로마뇽인의 화석, "레스퓌그의 비너스"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조각상, 해부학적 밀랍 등 귀중한 수집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90점 이상의 선사 시대 원본 작품과 그림 및 판화의 수백 점의 디지털 이미지를 선보인다. 특히 벽화 예술을 보여주기 위한 시청각 비디오 작품은 태고의 시간으로 여행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해 관람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구상과 고립된 우연과는 거리가 먼 이번 전시는 예상하지 못한 예술 형식과 표현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 장식된 도구, 상아, 바위, 뼈, 사슴 뿔 등등 다양한 유럽 컬렉션의 원본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어딜 가나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유물은 비슷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나의 고정관념을 벗어날 계기가 되었다. 즉, 그 옛날 옛적에도 사람들은 예술로써 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표현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달까.
가장 오래된 구상화(45,000년 전)가 최근에 발견된 술라웨시(Sulawesi)와 20km가 넘는 계곡에 암각화가 퍼져 있는 포르투갈의 포즈 코아(Foz Côa)와 같은 매혹적인 장소도 볼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통한 진정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던 것은 여기에서 영감을 받은 20세기와 21세기 예술가들이 검토하고 재해석했던 부분이다. 이브 클라인(Yves Klein),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브라사이 (Brassaï)와 장 아르프(Jean Arp)까지 찾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피카소와 선사 시대 »라는 기획전은 봉주르 파리의 1회 포스팅 퐁피두 미술관의 ‘선사시대’ 전시를 떠올리게 했다. 그림, 조각, 소묘, 도자기, 조각 등등 피카소의 작품을 통해 그가 선사 시대로부터 받은 영향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였다. 특히 이 전시회는 피카소 의 50주기 (1973-2023)를 기리기 위한 일부이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의 후원을 받고 있다 한다.
화가, 조각가, 조각가인 파블로 피카소는 아비뇽 처녀(1907)나 게르니카(1937)와 같은 작품들로 유명하지만 사실상 그가 선사시대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나는 지난 퐁피두의 전시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그간 허투루 미술관을 다닌 것은 아니구나 라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 예술과 선사시대 » 의 일부로 구상된 이 전시회는 약 40점의 회화, 조각, 소묘, 도자기와 같은 피카소의 작품을 전시하며 선사 시대와 피카소의 관계를 탐구하게 한다.
피카소는 스페인에서 최초의 선사시대 그림이 발견된 지 2년 후인 1881년에 태어났다.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되었던 것인데, 시간이 한참 흐른 1902년이 되어서야 구석기 시대 예술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예술의 발견과 더불어 시작된 20세기의 입체파와 초현실주의 실험은 예술적 쇄신으로 이어졌고 피카소가 주도적인 인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피카소가 이 오래된 과거의 몸짓을 상상하여 연장하고 변형시킨 방식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에도 이렇게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된 전시여서 참 만족스럽고 보람된 하루였는데 마침 나올 때 쯤 반짝반짝 불이 켜진 에펠탑의 풍경이 이 날의 화룡점정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