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립미술관: 안나 에바 버그만-내면으로의 여행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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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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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립미술관: 안나 에바 버그만-내면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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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usée d’Art Moderne de Paris : Anna-Eva Bergman-Voyage vers l'intérieur


 

쁘띠 팔레에서 한 15분 정도 세느강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파리 시립 미술관은 노르웨이 예술가 안나 에바 버그만 (Anna-Eva Bergman, 1909-1987)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전후 회화의 핵심 인물, 자유롭고 몽상적인 예술가를 위한 최초의 회고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금박 또는 은박의 은은한 자연, 북부 및 지중해 풍경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편안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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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생 동안 전 세계(특히 1977년 파리시립미술관, 이탈리아, 독일, 노르웨이)에 전시되었지만 유럽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순수한 형식의 어휘에 기반한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사용하는 그녀의 작업은 오늘날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그리고 소니아 들로네 (Sonia Delaunay)와 같은 다른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작업과 함께 미술사 분야에서 더 광범위하게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이다.  그래서인지 1877-1978년에 진행했던 그녀의 전시회 또한 사진으로 보여주며 시립미술관은 꾸준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고 있었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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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회는 버그만의 모든 작품의 파노라마를 제공함으로써 이 예술가의 재발견에 결정적인 빛을 비춰준다. 200개 이상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2019년 10월 MAM이 버그만의 남편이기도 한 앙스 아르퉁 (Hans Hartung)에게 헌정한 회고전에 이은 것이다.  사실 아르퉁의 전시는 내가 시립미술관에서 본 전시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이고 작품을 만드는데 엄청난 작업량일 필요해 보였던 탓에 당연히 결혼을 안하고 혼자 예술가로서 살다 갔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는데 부인이 바로 이 버그만이었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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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만이 접근한 풍부한 플라스틱 기술과 그의 시그니처가 된 재료인 판금(금, 은, 알루미늄, 주석, 구리, 납, 비스무트)의 사용과 드로잉 및 캐리커처, 건축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 전시는  20세기의 예술적 유럽을 구현한다. 작가는 노르웨이에서 자랐고 1927년 오슬로에서 예술 교육을 시작했으며  1929년 파리에서 당시 알려지지 않은 젊은 추상화가 앙스 아르퉁을 만났다고 한다.그후 그들은 독일에서 결혼했고 그녀의 그림은 아르퉁과 함께한 낭만적인 모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로 찍어준 사진들도 함께 전시가 되었는데 참 낭만적으로 보였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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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경력의 첫 번째 부분은 캐리커처와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사실 전시 초입은 약간 미성숙한 느낌의 작품들이 많이 있었는데, 전시장을 걷다보면 작품의 변화와 작가로서의 성장이 느껴진다. 1940년대부터 버그만은 비구상적이지만 여전히 상징적인 경로를 선택하여 회화와 완전히 다시 연결되었으며, 그녀는 이를 추상 미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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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관찰이 전면에 등장하고, 작가 자신의 미적 이론을 기반으로 삼을 깊은 성찰이 뒷받침되었다. 노르웨이의 풍경에 흠뻑 젖어 있고 특히 지중해 연안을 많이 여행한 경험을 통해 조명에 대한 집착을 이끌어 냈다. 대조와 뉘앙스 등을 통한 접근 방식은 중세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선의 우선성, 황금 비율의 사용, 색상의 상징성 및 금속판의 사용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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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회화와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작가는 이론적, 기술적 질문, 예술에 대한 성찰, 미학, 철학을 기록했다. 그녀가 1950년에 노르웨이 해안을 따라 머물면서 예술적 어휘에 심오한 갱신을 가져왔고, 그후 그의 그림은 달, 별, 행성, 산, 비석, 나무, 무덤, 계곡, 배, 뱃머리, 거울 등 제한된 수의 단순한 형태를 찾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1970년대 말에 그녀가 "미니 페인팅"이라고 부르는 매우 작은 형식과 단순하고 기념비적인 형식을 채택한 매우 큰 형식이 번갈아 가며 최종 변형을 겪었다. 조밀한 색채 범위, 구성과 합성의 뛰어난 숙달의 증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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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초, 버그만은 독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빌리 바우마이스터(Willi Baumeister)나 칼 슈미트-로틀루프(Karl Schmidt-Rottluff)와 같이 나치에 의해 박해받는 예술가들에 대한 조사를 수행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명성을 쌓기 시작하며 피에르 술라주 (Pierre Soulages), 비평가 헤르타 베셔 (Herta Wescher), 미셸 수포르(Michel Seuphor) 등의 찬사를 받았다. 술라주는 2020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탄생 100세 기념 전시를 보고 왔었던 기억이 난다. 버그만은 2022년 세상을 떠났는데 나와 동시대를 살았다 생각하니  갑자기 얼마나 장수했고  생전에 명예를 누린 화가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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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미셸라곤 (Michel Ragon)은 "유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독창적인 그림”(« une peinture originale qui ne doit rien aux modes »)이라고 버그만의 작품을 요약한다. 돌, 우주, 나무, 별과 같은 원형적 주제는 이제 어떤 의인화된 표현도 배제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녀는 "비구상" 또는 "추상 미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가 한 그림에서 다른 그림으로 그래픽 및 색채 변화를 통해 다른 형태를 생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판금의 사용은 그의 작품에서 점점 보편화되며 발광 특성이 부여된 그림은 관람객을  움직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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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측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는 중세 노르웨이 교회의 제단화에서 영감을 받은 1940년대 판금(금, 은, 알루미늄, 구리, 주석, 납, 비스무트)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아르메니아 그릇(유색 점토 준비)을 사용하여 잎을 마노석으로 닦은 다음 금속 접착을 용이하게 하는 기름기 많은 바니시 혼합물로 도금한다. 이후 1950년부터는 주로 템페라로 그림을 그렸다. 1960년대 그녀는 비닐 페인트를 선택했고 그 다음 10년 동안 아크릴을 선택했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상호 의존적이고 신중하게 준비된 여러 단계의 숙달이 필요하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는 금속판을 뜯어내 밑에 있는 지층을 드러내거나 조형 페이스트로 화폭과 질감을 부여하는 등 작품의 소재 그 자체를 작업했다. 판화 분야에서 그녀는 구리(에칭, 아쿠아틴트, 소프트 바니시, 음각)에 대한 리소그래피 및 전통 기법을 마스터했을 뿐만 아니라, 금, 은 또는 망간 블루로 만든 인쇄물로 강화된 재료의 자연스러운 정맥과 줄무늬를 활용하는데도 탁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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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미술적 기법에 대한 설명은 내가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나는 늘 하던대로 내 마음대로 그림을 감상하기로 했다. 이렇게 복잡한 작업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그녀의 작품은 파란색과 은색 같은 차가운 색들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웬지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작가로서의 그녀의 재능과 헌신을 생각하며 관람했기 때문이지 싶다.  돌, 산, 바다, 비를 통해 지구와 우리 자신의 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을 떠올려본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이 우주적 차원의 생태학은 오늘날 우리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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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통해 버그만의 개인사뿐만 아니라 당대 예술사에서의 역할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과 자연을 관찰하며 작가가 말했듯이 "예술로 가는 길은 자연과 자연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지나간다" (« la voie qui mène à l’art passe par la nature et l’attitude que nous avons envers elle »)는 말은 전시장을 나와서까지 여운을 남겼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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