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립 미술관: 화염-도자기의 시대/한 줄 한 줄, 한 장 한 장/입생로랑/ 바젤리츠 작품 기증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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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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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립 미술관: 화염-도자기의 시대/한 줄 한 줄, 한 장 한 장/입생로랑/ 바젤리츠 작품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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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Art Moderne de Paris : Les Flammes - L’Âge de la céramique / Ligne à ligne, feuille à feuille de Joseph Beuys/Donation d'œuvres de Georg Baselitz/ Yves Saint Laurent au Musée d'Art Moderne de Paris




앙스 아르퉁 전시 이후로 약 2년만에 방문한 파리 시립미술관!


도자기 관련 전시를 한다길래 오프닝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픈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가게 되었다. 간 김에 시립미술관 상설전과 그 외의 작은 기획전들도 함께 관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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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 가는길에 본 에펠탑! 내가 사는 이 곳이 파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끔 볼 때마다 한 장씩! 



1. <화염 혹은 불꽃 전시회> 라는 제목은 도예의 시대를 말하는데 신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350여 점의 작품을 결합하여 '도자' 라는 매체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시대와 맥락을 읽어냄으로써 도자를 통한 유익한 의제를 던지고 있는 전시이다. 장인, 예술가 또는 디자이너에게 영감과 표현의 끊임없는 원천인 도자기(céramique, 세라믹)는 그리스어로 "찰흙"을 의미하는 keramos (케라모스)에서 유래되었으며 선사 시대부터 우상, 건축 및 요리 용기를 만드는 데 사용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적 표현 중 하나이다. 역사를 초월한 이 전시회는 예술과 인간과의 본질적인 관계에 있는 도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에서 오랜시간 과소 평가된 이 소재는 기능적이면서 조형적일 수 있으며 기존 예술의 범주와 전통적인 계층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전시이다. 도자에 대한 예술, 디자인 ,장인 정신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이 전시는 장식, 요리, 공연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의학, 항공 또는 생태학 분야의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으로 까지 확장된 도자의 개념을 탐구하고자 한다.



세라믹 전시는 입장부터 강렬했다. 깨진(혹은 깨트린) 식기들이 무덤처럼 쌓여 있는 모습에 압도되는 한편, '이 아까운 그릇들!' 이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나같은 생활밀착형 현실주의자는 이래서 예술가가 되기 어렵구나 싶었다. 



전시를 둘러보는 중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백의 미와 고고한 기품을 풍기는 항아리가 있어서 작품 캡션을 보았더니 조선백자 달항아리였다. 기메 미술관에서 잠시 대여한 것이었는데 요즘 프랑스 어디를 가나 한국 작품들을 발견하게 되어 또 한번 자부심이 솟아올랐다. 다른 나라의 다양한 종류의 화려한 도자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달항아리는 으뜸이었다. 뚱굴뚱굴하고(둥글둥글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더 적절해보인다) 백옥같이 둥근 달 모양의 푸근함에 꼭 한번 안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시 포스터에 나와있는 대표작품을 찾아 해맸는데 사진에 나온 이미지로는 거대한 크기의 흘러내리는 액체로 보였는데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에 약간 놀랐다. 주황색에 대한 이미지가 요즘 들어 개인적으로 별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액체가 금방이라도 진짜 똑 떨어질것만 같은 조형성이 돋보였다. 도자라는 매체가 무조건 그릇이나 주전자 항아리 같은 실용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오브제로 예술성을 추구한다는 점이 컨템퍼러리 아트의 새로운 시도로 보였다.



도자기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 그림이 있었는데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 모란디와 비슷하다 하고 생각하고 자세히 봤더니 이 또한 진짜 조르지오 모란디였다.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기계문명을 찬양하며 절제된 감정으로 정물화를 그리는 대표적인 화가인데, 지난해 오르세미술관에서 열린 « 조르지오 데 키리코 » 전시에서도 보고 « 문학과 예술 »이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 초현실주의를 굉장히 엄청나게 좋아하시던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분명 안 듣고 딴 짓을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다다이즘에서 초현실주의까지 현대미술하면 대표적인 작가 마르셀 뒤샹의 '샘'도 발견하였다. 뜬금없어 보이긴했지만 이 변기도 사실 도자기 재질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측의 센스에 웃음이 나왔다. 영화 <사랑과 영혼>속 명장면인 도자기를 남녀주인공이 손을 맞대고 빚고 있는 영상도 틀어주며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아주 평범한 관람객인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다른 관객들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관람객이 쉴 수 있게 설치해 둔 의자들도 뭔가 작품스러워서 함부로 앉거나 만져보지 않았다. 실제로 오르세 미술관 인상주의관에 있는 투명의자는 일본 작가 Tokujin Yoshioka의 Water Blocks작품이던걸 생각해보면 이 의자들도 유명 작가의 작품일것같다. 물론 두 미술관의 의자들에는 앉아도 된다! 그래도 전시공간에는 언제나 '앉는 의자'가 아닌 진짜 '작품 의자' 가 있을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하시길..ㅎ



이건 예전에 오르세미술관에 갔을때 찍어둔 사진! 언젠간 언급할 수 있을거 같아 저장했는데 이렇게 유용한 참고자료로 쓰이다니 ㅎㅎ 뿌듯하다



사실 이 전시는 정말 방대해서 내 마음에 드는 작품들만 선택해서 올란다..( 사진들은 많이 찍었고 멋있는 작품도 많았지만 선별했음),,, 


흐음 그럼 독자들을 위해 사진만 한번 방출해보겠다.



2.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 1921-1986)는 독일 작가는 어렸을 때 리움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다. 덜렁 피아노 한 대 전시해놓고 작품이라 하여 어린 마음에 좀 충격을 받았지만 그가 백남준의 스승이라는 말에 대충 그렇다면 아주 대단한 작가로구나 했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전시! 그는 일생 동안 10,000개 이상의 그림을 그렸고 20세기의 가장 상징적인 작가 중 한 명이며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원천이 되는 전시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렇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전시된 거의 100개의 그림은 굉장히 습작같았고 별 게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관측에 의하면 이 작품들이 매우 상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기 재료, 연필 또는 수채화의 식물을 결합한 이 그림은 동물성, 자연과의 관계, 생명체의 끊임없는 변화와 같은 그의 작업에서 되풀이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집에 돌아와 어린 시절 본 요셉보이스의 피아노 작품의 기억을 더듬으며 작가에 대한 탐구를 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특하게도 보이스의 정신을 지배했던 것이 샤머니즘이었다. 2차 대전때 비행기에서 추락해 사경을 헤맬 때 러시아 계의 타타르 족에게 발견되었는데 그때 동물의 지방과 펠트 천으로 감싸는 요법으로 살아난 이후 맹신하게 되었다 한다. 요셉 보이스는 과학이나 합리적 이성에 대한 불신이 강한 작가였던 것이다. 실제 그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한 백남준이 1990년에 우리나라 '갤러리현대' 에서 보이스 추모 굿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 정신적 바탕을 알고 나니 보이스의 작품을 보다 세심히 보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3. 상설전은 분명 두 세 번 정도 본 거 같았는데 오늘 보니 왜 또 새로워 보이는 것일까!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하지만 잊는다는 건 모든 걸 매번 새롭게 느낄 수 있으니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나름 내 기억력의 한계를 합리화 해본다. 그래서인지 반가운 작품들을 많이 만났다. 바젤리츠, 백남준, 이브 클라인, 니키 드 생팔, 키리코, 피카소, 수잔 발라동 등등 아주 유명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반가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참고로 2020년에 파리 시립미술관은 Georg Baselitz의 작품을 6점 특별 기증받았으며, 이는 1997년 주요 회고전과 2011년 바젤리츠 전시회 이후로 박물관이 예술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음을 자랑한다. 



4. 입생로랑이 파리 뮤지엄들과 (퐁피두 센터, 파리 현대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피카소 국립 박물관 등 6개 파리 박물관) 협업해서 그들의 컬렉션을 전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파리시립미술관도 포함인 줄은 몰랐다. 어쨌든 그 덕분에 오늘 전시 리뷰도 풍성해진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워홀이 입생로랑을 아이콘화한 초상까지 전시되어 있으니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입생로랑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며칠전 세상을 떠난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 이 생각난다. 그가 주연한 영화 <생로랑> 을 보고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스키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그에게 다시금 애도를 표한다. 한편 지난달 다녀온 장식박물관의 전시 '티에르 뮈글러' 또한 며칠 전 세상을 떴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로 인해 지금 하고 있는 전시가 그에 대한 오마주 전시가 되었다. 


마지막 사진은 'Raoul Dufy' 의 전기요정(La Fée Electricité de Raoul Dufy)이라는 프로젝트이다. 입생로랑 옷들의 배경이 되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과학의 진정한 대화로 FEEEC(Federation of Electrical, Electronic and Communication Industries) 및 과학 전문가로 구성된 Club Rodin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과학계와의 전례 없는 협업이라고 한다. 이 덕분에 현대미술관은 과학적, 사회적, 예술적, 기술적 차원을 통합한다는 뜻에서 테블릿 PC 대여를 통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테크놀러지 문외한인 나의 관심을 끌진 않았기 때문에 금방 지나갔다. 



뮤지엄 샵은 언제나 뭘 사지는 않더라도 꼭 들리는 편인데 오늘은 세라믹 굿즈들을 팔기에 구경도 하고 반가운 작가들 관련 서적도 한번 둘러보고 학교 수업을 갔다. 전시 구경은 이렇게 재밌는데 학교 가는 것은 왜 이렇게 지겨울까?! 역시 지루한 학생의 삶에 활기를 주는 미술관 나들이를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파리 생활에 감사함을 표하며 다음 전시를 찾아본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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