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제 귀스타프 모로/라퐁텐 우화전
본문
<Les Fables de La Fontaine -au Musée Gustave Moreau >
라퐁텐 우화를 바탕으로 한 귀스타프 모로의 수채화 35점(전체 시리즈 64점 중)이 뮤제 귀스타프 모로에 전시 중이다. 이 수채화 전시는 특별한 이벤트로 는 1906년 이후로 한 번도 일반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귀스타프 모로는 신화와 종교를 주제로 이국적인 소재와 에로티시즘에 관심이 많았던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로 훗날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인정받았으며 루오, 마티스 등 야수파에게도 큰 영향을 준 작가이다.
작년 수업시간에 라퐁텐 우화를 텍스트 분석했었기에 특히 이번 전시에 관심이 있었고 Musée Gustave Moreau 를 아직 한번도 방문해보지 않은 궁금증까지 더해져 단번에 찾아갔다.
여기서 잠깐 라퐁텐 우화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화하면 대개 이솝우화를 떠올리는데 프랑스 작가 라퐁텐이 그 이솝우화를 바탕으로 우화의 의미들을 원작을 심화시키고 우화속 동물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해 우화를 한차원 높은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사실상 이 작품은 루이 14세에게 바치기 위해 쓰여졌다고하니 절대군주에게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의 연속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었다. 보는 내내 이 전시를 봉주르파리 독자들과 공유할 수 없다는 좌절감으로 속상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나름 기지를 발휘하여 뮤지엄샵에서 파는 엽서 사진을 올리는것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 전시에 관련된 모든 엽서를 샀다. 그마저도 종류가 다양하진 않아서 또 속상한 마음에 박물관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 프레스 전용 자료에서 보여주는 몇 몇 작품도 찾아냈다! 역시 의지의 한국인!!
(사실 도록을 살까도 했는데 39유로로 비싼편인데다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포기했다..ㅎㅎ)
라퐁텐의 우화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도시쥐와 시골쥐, 여우와 신포도, 우유장수여인과 우유단지 , 사자와 쥐 이야기 등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인데 그 내용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림을 보면 우화의 내용들이 바로 바로 떠올라 웃음이 났다. 특히 어린시절 엄마가 침대맡에서 읽어주던 우화를 오빠와 함께 귀를 쫑긋 세우며 들었던 추억까지 떠올리게 해 준 따뜻한 전시였다.
그런데 혹시 저작권 문제로 걸리면 안되니 Musée national Gustave Moreau의 https://musee-moreau.fr/ 링크를 첨부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상설전과 뮤지엄(귀스타프 모로가 살던 집) 의 일부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사실 상설 작품들은 좀 무섭고 소름돋는 그림들이 많았어서 찍을 수 있었지만 찍진 않았다. 그의 침실, 서재와 식당은 작은 공간안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지, 실제 모로가 저렇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투머치 콜렉터로 보였다. 아마 나였다면 정신이 사나워 하루도 못버텼을것같다.
모로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그림은 아마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일 것 같은데 그 그림의 습작도 있었다. 기념으로 엽서도 한장 사고, 완성본은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을 다운받아왔다.
사실 프랑스인들은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예술을 엘리트나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로 독점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 전시는 공개하지 않았던 것인지 의아했다. 개인적으로 모든 예술 작품은 (글, 그림, 음악 등등) 많은 사람이 공유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소중한 문화적 가치나 유산들이 활발하게 공유되어야 새로운 예술 창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생각하는 나로서는 소장자가 아직 세상에 이 작품들을 완전히 공개할 마음이 없는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수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