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 수집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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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 수집의 여름 / Musée des Impressionismes Giverny : L’Été de la collection>
로스코 전시가 끝난 후,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에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상주의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 수집의 여름 »이라는 전시 제목부터 인상적인데다 과연 어떤 컬렉션들을 모은 여름일까 !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지베르니 마을의 주인공인 모네의 집과 정원부터 다녀왔다. 자주 오지만 언제 와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7,8월에는 수련이 동동 떠 있는 물의 정원을 꼭 보아야하기 때문에 수많은 인파를 뚫고 사진을 찍어 왔다. 실제 풍경은 당연히 아름다웠는데 이 포스팅을 위해 찍어온 사진들을 보다 보니 정말 모네의 그림이 바로 떠오를 정도다. 때마침 연못의 해초( ?)를 제거하고 수련의 위치를 조정하는 나룻배를 탄 정원사를 보는 귀한 경험도 했다. 이 물의 정원 속 수련들은 그냥 마구 널부러져 있는게 아니라 모네의 그림속 풍경처럼 수련이 자리를 잡게끔 모네의집 관계자들이 숨은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전시장으로 들어와 전시 개요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올 여름,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은 그림, 조각, 드로잉, 지문 및 사진 약 250점의 작품을 통해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 사이의 대화를 보여주고자 한다. 게다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베르니 미술관은 많은 공공 컬렉션 (국립조형예술센터, 노르망디 루앙 지역 현대미술기금, 파리 클로드 모네 고등학교 등)에서 중요한 작품을 기탁받았다고 한다.
전시장 초입부에는 모네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외젠 부댕의 그림들이 있었다. 부댕의 이름은 모네에 대한 공부를 하며 자주 들어봤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쁘띠 빨레의 상설 컬렉션에서 처음 그의 작품을 본 후 이번이 두번째이다. (혹은 이미 여러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ㅋㅋ) 아무튼 그의 작품들은 노르망디에서 인상주의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부댕이 모네에게 가르친 것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릴 것이 아니라 야외로 나가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런 부댕의 가르침이 오늘의 모네라는 인상주의 대가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9세기 프랑스 미술계의 주인공들이자 오르세 미술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카유보트, 시냑, 피사로 등의 작품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 관람의 가장 큰 성과라면 , 미국의 인상주의 작품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모네의 연작시리즈가 미국에 많이 팔려 나가고 그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가 앤디워홀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았지만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려진 미국의 풍경들을 보게 된 것은 처음이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주의라고 하면 뭔가 고즈넉한 자연의 풍경을 그려내야만 할 것 같은데,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려진 뉴욕의 도시와 건물 풍경을 보니 색달랐다.
이 지베르니 미술관은 원래 설립 당시부터 미국 대사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모네의 집에 가기 전 쁘띠 트랑과 셔틀버스가 도착하는 주차장에 미국 성조기가 걸려있는데, 매번 왜 미국에서 이 곳을 후원 해주었을까 궁금했었다. 프랑스 인상주의가 미국의 인상주의에도 영향을 주면서 그로 인한 예술의 새로운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연유에서든 예술영역에 대한 후원이나 투자는 시대를 불문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본 예술가 Hiramatsu Reiji는 지베르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적이 있던 작가라고 하는데, 역시 일본을 사랑했던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들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모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작품을 많이 만든 작가인데, 1994년에 Hiramatsu Reiji가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연작을 보고 영감을 받고 이후 지베르니에 가서 인상주의 대가 모네의 정원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이후 물과 반사의 풍경, 사계절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가 되었고, 이 병풍 작품들은 클로드 모네가 일본의 현대 화가에게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나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는, 미술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양파 수프를 먹었다. 올해 프랑스의 여름은 이상 기온 때문에 더운 날이 많지만 보통은 선선한 날이 더 많은데 마침 내가 갔던 날이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의 영혼의 닭고기 수프같은 양파 수프를 먹으며 선선한 여름을 즐겼다. 미술관에서 그림보고 식사까지 하고 나오니 한결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역시 마음의 양식은 책과 예술이지만~ 그래도 밥은 꼭 먹어야 배가 부른 편. ㅎㅎ
전시장 밖을 나와 미술관 정원을 산책하며 모네의 건초 더미 연작을 연상시키는 건초 더미 3뭉치를 구경했다. 지베르니는 6월달엔 개양귀비를 심고 7월달엔 건초를 만들어 놓으며 모네에 대한 애정을 맘껏 표하는 도시이다. 빛의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해보고 동네를 산책하니 그에 대한 애정이 절로 생겨난다. <봉주르파리>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