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해방 박물관: 여성 전쟁 사진가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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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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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해방 박물관: 여성 전쟁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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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usée de La Libération de Paris : Femmes Photographes De Guerre- Lee Miller, Gerda Taro, Catherine Leroy, Christine Spengler, Françoise Demulder, Susan Meiselas, Carolyn Cole, Anja Niedringhaus


해방 박물관은 덩페르-호슈로(Denfert-Rochereau)역에서 나오면 바로 위치해 있고 카타콤이 (지하 묘지) 맞은편에 있다. 위치가 좋아서 찾아가는데도 편했고 날씨마저 정말 좋아 외출 시작부터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여성 전쟁 사진가' 라는 제목에 이끌린 박물관이지만 역시 전쟁이란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 무섭고 잔인한 행위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고,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성찰을 해보게끔 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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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1994년 여름에 파리 해방 50주년을 기념하며 르클레르 드 오떼클로크 장군 기념관과 (Maréchal Leclerc de Hauteclocque Foundation)과 장 물랑(Jean Moulin)의 친구이자 화가이자 저항 운동가인 앙투아네트 사쓰(Antoinette Sasse)의 유산을 파리 시에 기증함으로써 탄생했다. 그리고 2018년에 박물관 위치 이전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가 2019년에 재개관했다. 몽파르나스와 덩페르 호슈로 근처를 저 시기에 엄청나게 돌아다녔는데 왜 몰랐나 싶었다. ㅎㅎ 그때는 <봉주르 파리>를 시작하기 전이라 크고 유명한 박물관만 구경 갔기에 그랬나보다. 그런 의미에서 <봉주르파리>는 나의 개인적 사심도 채우고 글쓰기 실력도 높일 수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된다. ㅎㅎ



처음 가본 박물관인 만큼 상설전에 대한 기대감도 컸는데 제2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역사부터 1940년 6월부터 1944년 해방까지의 저항의 여정을 보여준다. 실제 입었던 군복들과 당시 포스터, 신문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생각나는 컬렉션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전쟁기념관은 엄청 크고 보고 들을 것이 많았는데 어렸을 때라 피곤하고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상설 전시장 마지막 부분엔 우리나라 청사초롱 같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조명이 있어서 멋있었다. 



Lee Miller(1907-1977), Gerda Taro(1910-1937), Catherine Leroy(1944-2006) 등 1930년대부터 가장 최근 전쟁에 이르기까지 75년 동안 국제 분쟁을 다룬 8명의 유명한 여성 사진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사진뿐만 아니라 원본 신문 및 잡지를 함께 보여주며 군인, 희생자 또는 목격자에 관계없이 모든 분쟁에 여성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전쟁 사진가는 보통 남성이 지배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여성 사진가들이 전쟁 지역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녀들은 세계적인 위기를 기록하고 전쟁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8명의 여성의 사진과 여정을 통해 전시회는 전쟁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사진 속에서 생생한 공포감과 좌절감, 허무함이 느껴져서 전쟁의 야만성을 사진만큼 현장감있게 증언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상하고 기획한 전시는 아니겠지만 시기상으로도 적절하고 전쟁 중 일상의 친밀한 모습, 잔학 행위에 대한 증언, 전쟁의 부조리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깨달음이 많은 전시였다. 그리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을 떠나 목숨을 담보로 전장과 최전선에서 실제로 전시된 사진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깝든 멀든, 포착된 갈등의 순간이 20세기와 21세기 전쟁의 더 넓은 맥락에서 2차 세계 대전을 재배치하고 현대 갈등에 대한 박물관의 서사를 풍부하게 했던 것 같다. 이 전시회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세계의 "소리와 분노"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를 제공하는 것이 박물관 측의 바람이라고 하는데 아주 좋은 기획 의도였고 관람자들에게도 공감을 주는 전시였다.



나오는 길에 훑어본 방명록에는 어떤 한국인도 잘보고 가셨다는 멘트를 남기셔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ㅎ그리고 다음 행선지, 피노 컬렉션을 가는 길에 우크라이나 시민을 지지하는 사회참여적 예술이 멋있게 느껴져서 찍어보았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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