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원 : 방혜자 (재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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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생황 연주회를 한다기에 표를 예매하고 전시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찾아보았더니 마침 방혜자 특별전이 진행중이었다. 방혜자 선생님은 빛을 표현하는 대 작가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고 5~6년전 우리 갤러리자인제노에도 방문하신 적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꼼꼼히 관람하기로 했다. 한편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갤러리자인제노의 '해설이 있는 국악 갤러리콘서트'가 열리지 못하지만 그 아쉬움을 오늘의 생황 연주 관람기를 코너속 코너로 달래고자 한다.
전시장 입장 전 포토존에서부터 "와 멋있다!" 라는 감탄이 입밖으로 절로 나왔는데 이것은 사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모형이었다. 방혜자 선생의 작품은 단아하고 고고한 한국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세련됨으로 한국 전통 조각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녀의 오래된 그림과 최신작을 모두 모아 놓은 규모가 꽤나 큰 전시회였는데, 동서양의 독창적인 혼합으로 화려한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방혜자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전시라고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도 감동이 사그라들지 않아 전시가 끝나기전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61년 파리에 도착한 방혜자는 60년 이상의 화력을 가진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유명 박물관에서 전시되었다. 방혜자는 추상화가 김병기의 작업실에 합류하여 아방가르드한 예술적 표현 방식을 발전시켰고 초기 단색화의 창시자인 이응노의 회화 작업과 알베르 카뮈와 같은 작가들의 영감을 받은 한국의 실존주의로 귀결되었다.
전시마감 시간에 쫒겨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두껍고 퀄리티 좋은 전시 책자를 가져올 수 있어서 생황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찬찬히 정독했다. 그녀의 작품은 서양과 동양의 기법을 혼합한 예술적 혼합주의가 특징이지만, 동시에 내면의 평화와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특히 한국의 황토에 반사되는 햇빛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생생하고 미묘한 색상을 표현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빛을 포착하여 모든 형태의 작품에 기록하려고 노력해서인지 작품들을 보면 캔버스 내부에서 비추는 것처럼 보이는 빛이 터져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빛의 폭발은 보는 사람에게 생명과 창조의 신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추구한다고 문화원측은 설명한다.
이제 코너속 코너! 생황 국악 연주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 국악원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국악기 생황은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악기이고,「고려사」에 의하면 고려 예종 9년과 예종 11년에 북송으로부터 연향악에 쓸 생과 제례악에 쓸 소생, 화생, 우생이 들어왔고, 제작이 수월하지 않아 중국에서 수입하여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생황이 피아노와 같이 대중적인 악기는 아니다 보니, 한국문화원에서도 연주회 시작전에 영상자료로 생황을 소개하고 한국의 전통미를 내뿜는 사찰이나 바닷가같은 장소에서 김효영 연주가가 연주하는 모습을 상영해주기도 했다.
생황은 악기의 생김새 만큼 소리도 특이했다. 마치 현대미술을 처음 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처음 들었을 땐 이게 무슨 소리일까 약간 당황하고 낯설었는데 듣다 보니 생황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황을 위한 푸리' 와 앵콜곡이었던 '섬집 아기'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황을 위한 푸리'는 피아노가 생황의 장단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신나면서 밝은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섬집 아기' 는 어렸을때 부터 들을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던 노래인데 생황과 피아노, 첼로의 퓨전 국악 연주로 들으니 더 깊은 감동이 느껴졌다. 최근 클래식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을 많이 갔는데 국악연주회는 처음이라 국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연주회를 기다리며 혼자 문화원에 비치된 체험용 족두리를 써보며 놀았다. ㅎㅎ